홍성군의회 의원
홍성군의원으로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안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제기되는 여러 주장을 차분히 짚어보고자 한다.
최근 일부에서는 “정부가 충남·대전 통합특별시에 4년간 최대 20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니 통합에 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언뜻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은 단순히 숫자의 크기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재원이 어떤 근거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확정적으로 보장되는가’이다.
실제로 특별법안을 보면 국가가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은 있지만, ‘4년간 20조 원 지원’과 같은 구체적인 금액은 법조문에 명시돼 있지 않다. 지원 규모와 방식은 향후 대통령령이나 예산 편성 과정에 맡겨져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상징적인 숫자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재정 지원의 법적 구속력과 우리 지역에 돌아올 실질적 효과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별법안을 살펴보면 재정 지원과 관련해 “국가는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 담겨 있다. 여기서 ‘할 수 있다’는 표현은 법률상 의무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이다. 이는 반드시 지원해야 하는 법적 권리가 아니라, 향후 정부의 예산 편성과 정책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20조 원이라는 숫자는 정책적 목표일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확정된 권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그 재원이 전액 국비인지, 지방비를 포함한 총액인지, 기존 계획 사업의 단순 합산인지, 신규로 추가되는 재원인지도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다. 만약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나 광역 교통망 구축과 같은 SOC 중심 사업에 집중된다면, 인구와 산업이 밀집한 지역에 우선 배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핵심은 총액이 아니라 재원의 성격과 배분 구조다.
내포신도시는 충청남도청 이전을 전제로 국가 균형발전 정책 속에서 조성된 행정 중심 도시다. 이미 상당한 국비·도비가 투입돼 행정 기반과 도시 정체성이 형성됐다. 그러나 특별법안의 청사 관련 조항 역시 “도청과 대전청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돼 있다. 이는 본청사의 위치를 법적으로 확정한 것이 아니라, 향후 신축도 가능하다는 정치적·행정적 판단에 따라 변경 가능성을 열어 둔 표현이다. 이미 형성된 행정 중심지를 다시 정치적 협상의 대상으로 두는 것은 정책의 연속성과 지역 안정성 측면에서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행정 중심 기능이 약화될 경우 상권 위축과 인구 유출 등 그 영향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일부 언론에서 특정 정당의 특정 인사를 통합특별시의 초대 시장 후보로 공천할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행정통합이 아직 제도적으로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통합 이후의 권력 구도부터 거론되는 모습은 주민들께 또 다른 의구심을 낳고 있다. 행정통합은 정치적 이벤트나 선거 전략의 수단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 구조를 결정하는 중대한 제도 개편이다. 특정인의 공천 가능성을 앞세운 보도는 통합 논의의 본질을 흐리고, 행정통합의 진정성을 해치는 처사로 비칠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의 통합 논의와 비교해 봐도 이러한 점은 분명하다. 전남·광주 통합 논의안의 경우 재정 특례와 권한 이양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반면 충남·대전 특별법안은 서울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한다고 선언하면서도, 실질적인 재정권 강화나 국세 이양 구조, 교부세 특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조항이 충분히 담겨 있지 않다. 명칭이나 상징이 아니라 실제 권한과 재정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통합의 성패를 좌우한다.
통합의 시대적 흐름 자체를 부정하진 않겠다. 다만 통합이 진정한 상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분명해야 한다. 본청사의 위치는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법적·제도적 안정성에 기반해 명확히 확정돼야 하며, 그동안 형성돼 온 행정 중심의 연속성과 지역의 정체성 또한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 재정 지원 또한 단순한 총액 발표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존 재정 대비 실제로 추가되는 재원 규모와 구체적인 지원 방식이 제도적으로 명확히 보장돼야 한다. 특별시라는 명칭에 걸맞은 실질적 재정권과 권한 이양이 뒤따라야 하며, 특정 지역으로의 쏠림을 방지할 수 있는 균형발전 장치 역시 함께 마련돼야 한다.
숫자와 이름에만 기대어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화려한 구호 뒤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온다. 진정한 통합은 주민의 삶과 권한, 그리고 지역의 미래 경쟁력이 실질적으로 지켜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의 선택이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유산으로 남을 수 있도록, 보다 냉정하고 책임 있는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