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안 국회 비준이 시한에 쫓긴다.
양국 모두 국내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협정안을 마련했지만,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하면 미국 정치일정에 몰려 용도 폐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8일 미 의회에서 행한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에서 의회의 조속한 비준안 처리를 촉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체결한 미국의 FTA 중 한·미 FTA가 상업 측면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미국산 쇠고기의 완전 수입개방과 자동차 부문 재협상을 요구, 비준이 용이치 않다. 한·미 FTA에 부정적인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 등 민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처음부터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부시 행정부에서 비준안이 처리돼야 하는 이유다.
그러려면 늦어도 4월까지 의회에 비준동의안을 상정, 상·하 양원의 처리기한(90일)인 7월까지 비준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이는 민주·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는 오는 8, 9월이면 의회의 사실상 개점휴업으로 비준안을 심의하기 어렵다.
시간에 쫓기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우리가 먼저 비준함으로써 미 의회를 압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껏 몇 차례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의 지난 29일 원내교섭단체 연설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이 손 놓고 있는 상태에서 곧 닥칠 총선 유권자를 의식하는 국회에 더 이상 기대하기는 힘들어졌다.
이를 보다 못한 국내의 재계들이 발 벗고 나섰다. 경제 5단체가 한·미 FTA 조기 비준을 위한 10만명 서명운동과 또 지지여론 확산을 위한 세미나도 열기로 한 것이다.
한·미 FTA 비준에 정치권이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 손학규 신당 대표도 비준안 처리를 약속하지 않았는가. 대통령이 사실상 태업 상태라면 국회가 능동적으로 움직일 대국민 의무가 있다.
한·미 FTA는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양국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대외 경제의존도가 80%에 달하는 우리에게 개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미국과의 FTA는 침체 경제의 돌파구라는 점에서 반드시 타결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EU와의 원만한 FTA 협상을 위해서도 그렇다. 이번 임시국회가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