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의 미술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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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의 미술산책
  • 홍주일보
  • 승인 2014.01.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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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 <한지에 수묵·128.2×33.8·1969년>
이 그림은 고암(顧菴) 이응노(1904~1989)가 1969년 5월에 그린 12폭 가운데 한 점이다.
고암은 문인화를 해강(海岡) 김규진(1868~1933)으로부터 배우며 1924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청죽’으로 입선한다. ‘죽사(竹史)’라는 호를 얻고 이후로도 대나무그림에 주력한다. 그림 왼쪽하단의 서명과 날짜가 선명하다. 1969년 5월은 고암이 억울한 옥살이에서 벗어나 수덕여관에서 잠시 요양한 후 프랑스로 가기 바로전이다. 수덕여관 앞 암각화와 더불어 제작된 그림 가운데 한 점이다. 봄과 여름내 푸르른 성장을 활발히 하던 대나무는 겨울이 되자 활동과 성장을 잠시 멈추고 숨고르기를 한다. 수분이 조금은 빠져나간 듯한 대통을 담채로 표현하며 마디마디에서 힘을 잃지 않고 붙잡아주고 있다. 밑으로부터의 기운을 잎사귀로 밀어 올린 후 한차례 내린 눈을 당당히 받치고 있다. 아직도 흐린 하늘은 다시 한 번 눈을 흩뿌릴지도 모르겠다. 고암이 감옥에서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견디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 형편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고암. 자연은 인간의 사정에 있지 않다.
다만 그 속에 인간의지의 드라마가 있다. 고암이 평생을 도전과 실험, 불굴의 의지로 예술세계를 꽃피워 간 것을 생각한다. 윤후영<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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