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월산 둘레길’ 아시나요
상태바
‘백월산 둘레길’ 아시나요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4.01.23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읍 최명수 씨 사비 들여 올해 초 코스 완성
월산-황곡-오봉-갈오리-홍천문화마을 7km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이 인기를 얻으며 전국적으로 걷기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갤럽 통계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에 간다는 등산인구가 1800만 명에 달한다. 그 중 45.1%가 트레킹을 선호한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최근 홍성에도 4시간 코스의 둘레길이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홍성지역에는 용봉산, 오서산, 백월산 등 명산이 산재해 전국적으로 많은 산행객이 몰리고 있지만 정상을 오르는 인파가 대부분이고 트래킹족이 선호할 만한 걷기 코스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둘레길이 조성된 곳은 홍성의 백월산이다. 백월산 둘레길은 전체 7km로 4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월산리, 황곡리, 오봉리, 갈오리, 홍천문화마을을 경유하며 경사가 심하지 않은 길을 굽이굽이 따라가는 코스로 연결됐다.
평소 사람이 다니지 않아 잡목이나 덤불이 우거졌을 산길을 다듬어 길을 내고 군데군데 표식을 달아놓으니 어엿한 둘레길로 손색이 없다.
백월산 둘레길은 관내 등산애호가인 최명수(56·미당 대표·사진 왼쪽) 씨의 땀과 열정이 묻어난 작품이다. 전국의 명산을 두루 다녔다는 최 씨는 몇 해 전부터 백월산에도 둘레길이 조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 씨는 그동안 홍성군청 홈페이지 제안마당에 수차례 글을 올려 ‘백월산 둘레길 조성’과 관련해 정책을 제안했지만 소극적인 답변만을 들었다.
결국 이달 초 가까운 후배와 함께 전지가위와 낫을 들고 산에 올라가 4일여 작업 끝에 둘레길을 완성했다.
“백월산은 어려서부터 자주 다녀서 지리를 훤히 꿰뚫고 있긴 했지만 인적이 닿지 않았던 곳에 길을 만들다보니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혼자 다니기 무섭기도 했고 없던 길을 만들어야 하니까 벅차기도 해서 후배의 손을 빌려 덤불과 잡목을 정리해가면서 하다 보니 꼬박 4일이 걸렸네요.”
최 씨가 만든 둘레길은 평균 해발 200m 높이에 백월산 중턱을 도는 코스이다. 등산이라고 하기에는 고도가 높지 않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 초보 산행객도 4시간 정도면 거뜬히 돌아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최 씨는 둘레길 사이사이에 작은 암자, 기암괴석 등 산행객의 눈요기가 될 만한 지점도 포함시켜 지루할 틈 없이 백월산을 돌아볼 수 있도록 코스를 구성했다.
최 씨가 품에서 꺼내 보인 꼬깃꼬깃하게 접힌 백월산 항공사진에는 그간 최 씨의 노고가 담겨 있었다.
“거창하게 둘레길이라고 붙이긴 했지만 큰 돈이 들어가는 일도 아닌데다 제가 다니고 싶은 길을 만들자는 취지였기 때문에 마음먹은 즉시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항공사진을 출력해서 200m 높이 정도가 되는 지점을 이어가며 코스를 완성하고 지도를 들고 다니면서 직접 탐방을 하기를 수차례 했었습니다.”
백월산 둘레길은 완성된 지 불과 보름여 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은 쉽게 구별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러나 인파가 늘면 금새 온전한 길의 모습을 갖추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코스 곳곳에 버려진 플래카드를 찢어서 표식을 만들어 뒀어요. 덤불과 잡목 등을 제거했기 때문에 봄이 오면 길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는 지인들과 함께 둘레길이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틈틈이 걸을 생각이에요.”
MTB 마니아이기도 한 최 씨는 백월산 둘레길이 정착되면 같은 코스로 MTB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도 조성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역에 산악스포츠 마니아들이 꽤 있는데 홍성에서 즐길만한 곳이 없다보니 안면도 쪽으로 다 빠지거든요. 백월산도 산악스포츠 명소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군에서 먼저 추진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둘레길처럼 혼자라도 해볼 생각입니다.(웃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