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볼랑가?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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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볼랑가? 인생 이야기”
  • 양혜령 기자
  • 승인 2014.02.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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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충청도의 힘

 

큰 것이 위대하고 강한 것이 오래가는 세상이 된지 오래다. 이 책은 그 흐름과는 반대로 작은 것, 사소한 것이 가진 진짜 힘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많이 배우고 잘 나가는 근사한 사람들이 아닌 그저 근근이 살아가는 시골 어르신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충청도의 힘’<남덕현> 작가는 도시에서 살다가 처가살이를 작심하고 시골(충남 보령)로 내려온 귀농인이다. 평균 연세가 70세에 가까운 어르신들을 곁에서 보면서 느끼고 겪은 삶의 체험담을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이 인기를 얻으며 책으로 탄생했다.
충청남도 보령시 달발골에서 펼쳐지는 충청도 어르신들의 인생극장.
능청스러운 사투리의 향연이라고 할 만큼 다양하고도 살아있는 사투리들이 책속에 등장한다. 어르신들의 질펀한 농담 속에 포복절도하다가도 그 속에 담겨진 인생의 희노애락은 웃음과 함께 눈물이 나게 할 만큼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충청도의 힘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별일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이만큼 살아보니 인생 별거 없음을, 별거 없으니 그런 줄만 알고 살면 되는 것임을 말해준다.
월전리 노인회장이자 뼛속까지 충청도스러운 저자의 장인어른, 서울살이를 마치고 내려와 처가살이를 자처한 머슴 사위가 펼치는 한판 승부에는 유머가 느껴지고(74쪽, 해방 사위 훼방 놓네 편), 여자를 꼬시기 위해선 딱 쓰리스텝이면 족했다고 말하는 전직 제비출신 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서는 삶의 애환이 묻어난다(81쪽, 제비뎐 편). 딸만 셋이어서 시어머니에게 구박만 받고 살았던 시장 닭집 여사장님의 이야기는 눈물 없인 들을 수 없을 정도다(181쪽, 추워도 참구, 졸려두 참구, 배고 퍼두 참구 편).
이렇듯 방앗간, 버스정류장, 시골 장터, 어묵 가게, 약국, 트럭, 버스, 보건소, 항구, 기차역등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모두 길 위의 이야기, 그래서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워째유? 코가 막히고 열도 좀 나고요… 죙일 막혀유? 아니믄 질이 나기두(코가 뚫리기도) 하는규?” “막혔다 뚤렸다 해요” “들락날락 하는 건디. 밤에 특별히 맥히쥬? 낮은 들허구” “목구멍으로 넘어가유?” “뭐가유?” “콧물이유… 밥인 줄 알았슈” “배고파서 넘기는건 아닌데 넘기긴 하죠” “시장혀도 콧물을 넘기믄 안되니께 댈꾸(자꾸) 뱉어내야 하는규”(28쪽, 누런코 반 멀건코 반 편) 일상 속 입말이 고스란히 살아있기에 소리 내어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충청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촌스러움이 한껏 담긴 능청스러운 사투리다.
작가는 어르신들의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에서 발견하지 못한 건강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에세이들을 살펴보면 주로 좌절한 젊은이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힐링 에세이가 대세다. 하지만 살아갈 날 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은 어르신들이 인생에서 체득한 삶의 지혜를 담은 이 책이 진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웃음과 감동으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전해 줄 것이다.   지은이 남덕현/ 양철북/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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