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 공천판 뒤흔드는 3大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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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총선 공천판 뒤흔드는 3大 바람
  • 이범석 기자
  • 승인 2008.03.2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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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최강의 폭격, 전략공천

한나라당 취약지인 충청·호남에 거물급 속속 투입
민주당은 정동영 서울 출마로 물꼬… 손학규·강금실 가세

이번 공천 과정에서 각 당은 전략공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천 초반만 해도 전략공천에 대해 별로 거론하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총선 전망이 요동치면서 각 당은 전략공천 전략을 수립하는 데 심혈을 기울고 있다.
하지만 전략 공천이 쉽지만은 않다. 스타·거물급 정치인들이 쉬운 지역구를 포기하고 당을 위해 희생한다는 결심이 서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공천 과정에서도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전략공천을 압박하는 장면이 종종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충청과 호남 지역에 전략공천을 집중했다. 두 곳 모두 고전이 예상되는 취약지로 꼽힌다. 충청은 이번에 자유선진당의 ‘약진’이 예상되고 있고 호남역시 지난 17대 총선 당시 27개 지역구 중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하는 등 전통적 약세 지역으로 꼽혀 왔다.
지난 3월 6일 현재 확정된 충청·호남 지역의 전략공천 대상자는 모두 5명. 이명박 정부 입각 대상자로 꾸준히 거론되던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이 고향인 충북 충주에 공천됐고 김병묵 전 경희대 총장도 고향인 서산·태안에 공천됐다. 통합민주신당이 수도권에 거물급 인사들을 전략공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한나라당은 수도권 전략공천 대상지를 당초보다 확대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통합민주당의 경우 정동영 전 대선 후보가 “당의 뜻에 따르겠다”며 서울에서의 전략공천을 기정사실화해 전략공천의 물꼬를 텄다. 또한 강금실 통합민주당 최고위원과 비례대표인 박영선 의원의 전략 공천설도 제기되고 있고 손학규 대표도 상징성이 큰 서울 중구나 종로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종로와 중구를 1차 공천 심사 대상지에서 아예 제외해 버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풍 몰고 온 공심위 외인부대

‘정치 문외한’ 박재승 뚝심에 ‘정치 9단’들 속수무책
민주당발 태풍에 한나라도 뒤늦게 본격 발동 나서
이번 공천 과정서 시종일관 여론의 주목을 받은 대상은 외부 인사들이 주축이 된 각 당 공천심사위원회였다. 한나라당이나 통합민주당 모두 “물갈이를 해야만 산다”는 공감 아래 외부 공천심사위원들에게 칼자루를 쥐어준 결과 예상보다 강도 높은 물갈이 작업이 시도됐고 공천 작업 내내 공심위는 뉴스의 중심에 섰다.
특히 통합민주당은 ‘박재승의 난(亂)’으로까지 불린 엄격한 공천 잣대(비리 전력자의 예외 없는 공천 배제)를 공심위가 관철시키면서 정치적 파란을 불러왔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공심위를 겨냥해 “감동 없는 공천” “이처럼 안이한 공천을 하다가는 과반도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였다.이번 공천 폭풍의 발원지는 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다. 깐깐한 법조인 출신의 ‘정치 문외한’이 밀어붙인 원칙에 ‘정치 9단’들이 나가떨어졌다.
거래와 협상에 익숙한 정치인들의 눈에는 ‘말도 안 되는 파격’으로 비칠 수 있지만 ‘박재승 공천 혁명’은 일반인의 눈에는 신선하게 비친 게 사실이다.
외부 공심위원들이 주도한 이번 공천 작업은 한국 정치사에서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게 대학교수 등 일부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들은 “과거의 경우 당내 역학 구도를 반영한 물갈이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외부 인사들의 시각과 의지가 전적으로 반영된 물갈이는 없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요동치는 충청 공천

한나라당 잡음에 선진당 ‘이삭줍기’ 기대하며 희색
‘이회창 바람’ 규모가 관건… 민주당 공략에도 나서

충청권은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이 상당한 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고향인 충남 예산·홍성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회창 바람’이 어느 정도 불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나라당의 충청 지역 정당 지지율은 43.8%(지난 3월 5일 조선일보·갤럽 조사)로 전국 평균보다는 10%포인트 가량 낮지만 10%대인 통합민주당이나 자유선진당(4.9%)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이 충청권 ‘올인’을 선언하고 한나라당의 공천이 잡음을 일으키면서 한나라당은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향후 충청권 싸움의 변수는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의 움직임이다. 자유선진당이 이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이삭줍기’에 나설 경우 바닥 표심이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실제 한나라당은 지난 3월 3일 충청권 7개 선거구의 공천 내정자 명단을 발표하자마자 탈락자들의 반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내정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인사들이 재심을 요구하고 있고 ‘무소속 출마’나 ‘다른 당 이적’을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현역 의원으로서 최초로 공천에서 탈락한 이진구 의원(아산)이나 대전·인천지검장을 지낸 이훈규 예비후보, 충북 제천·단양에 공천신청을 했다가 떨어진 이근규 예비후보, 대덕구에서 이창섭 당협위원장에게 밀린 차영준 예비후보 등이 공심위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이 같은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을 은연중 즐기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1차 공천신청을 마감한 후 현재 공천 심사 중인 자유선진당은 “2차 공천신청이 더 중요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이나 통합민주당 탈락자들의 이적을 암시하고 있다. 1차 공천신청자 중에서도 공천 신청 사실의 비공개를 요청한 신청자가 30명이 넘어 다른 당 공천 신청자가 양다리를 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1차 공천 신청 결과 자유선진당은 141개 지역구에 289명이 신청해 평균 2.0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충청 지역은 3.67 대 1의 공천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회창 바람’이 어느 정도로 부느냐가 관건이지만 충청권 총선 구도가 요동치면서 통합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자유선진당 이적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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