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총을 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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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총을 쏘는가
  • 권기복<홍주중 교감 ·칼럼위원>
  • 승인 2014.10.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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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방학 기간 중에 ‘사단법인 백야김좌진 장군 기념사업회’에서 추진하는 ‘제5회 청산리역사대장정 교원팀’에 참여하여 6박 7일 간의 일정으로 중국의 동북3성을 다녀왔다. 요동반도의 끝단에 위치한 대련공항에 도착하여 여순을 거쳐, 신의주와 압록강 하류에 마주한 단동을 거쳐 압록강과 백두산, 두만강 유역을 잇는 여정과 용정과 연길, 영안, 해림, 산시, 하얼빈에 이르는 긴긴 여정이었다.

동북 3성은 부여와 고구려, 발해의 선조들이 건국과 함께 생활근거지로 한 곳이기에 중국의 여느 성들을 여행할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대련공항에 내리자마자 ‘그래, 이곳이 고구려의 요충지였던 곳이구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여순(뤼순)에 있는 관동법원과 여순감옥을 방문하였을 때에는 안중근, 신채호, 이회영 등의 독립투사들의 발자취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동북3성은 가도 가도 끝없는 옥수수 밭과 동북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곳곳에 뚫어놓은 도로만이 눈에 띌 정도였다. 단동시에서 바라본 압록강 너머 신의주는 적막하기만 하였다. 유람선을 타고, 북한 영내를 돌아보는 감회는 눈물 젖은 빵을 먹는 것처럼 야릇한 기분을 자아내게 하였다. 옛 고구려의 도읍지였던 강변도시인 집안에 이르러 강 건너 보이는 만포는 산으로 막혀있었다.

그 다음날 구름 한 점 없는 백두산 정봉에 올라 천지를 바라보면서 우리 민족의 영산이 3분의 1은 중국의 장백산으로 불려짐에 대한 설움이 북받쳤다. 북한을 통해 가보리라는 신념으로 미루어 온 백두산 등정은 다음으로 미루어야만 했다. 다음날은 청산리 전적지로 향했다. 전적지 입구에 기념탑 하나 달랑 서있는 모습을 보면서, 타국 땅의 설움과 아픔을 감수해야만 하였다.

1920년 10월 21부터 26일까지, 6일 간의 전투를 통해 현대전의 모든 고정관념을 깬 김좌진 장군과 홍범도 장군 등의 청산리 대첩! 이곳은 명실공히 일제에 맞선 우리 독립군의 가장 빛나는 기념비적인 사적지이다. 기념탑 앞에서 당시에 독립군들이 부르던 독립군가를 부르며, 마치 나 스스로가 독립군이 된 기분에 휩싸였다. 용정에 도착하여 멀찍이서 일송정을 바라보고, 윤동주 시인 생가지와 대성중학교 등을 방문하고, 봉오동 전적지를 참배하였다.

어둑해질 무렵에는 두만강 하류에 위치한 도문시를 찾아가서, 중구에서 바라보는 두만강의 하류 끝단을 저무는 석양과 함께 눈길 가는 만큼 바라보았다. 다음 날, 백야 김좌진 장군의 마지막 족적이 새겨진 산시 구거주지에 도착하였다. 크게 2채의 초가집이 ㄱ자 분리형식으로 구조화된 집 우측 집은 ‘금성정미소’를 운영하였고, 정면 집은 회의실과 숙소 형태로 갖추어져 있었다.

길림성부터 드문드문 밭이 아닌 논에서 벼가 자라고, 8월 상순임에도 벌써 이삭이 패고 있었다. 그러한 논이 연길 일대를 정점으로 하여 흑룡강에 이르는 하얼빈 지역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다. 이 모든 논들이 한반도에서 이주해 간 한민족의 손에 일구어진 것들이라고 하였다. 산시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면서 한민족인 동포를 보호하고, 민족자금을 형성하기 위해 백야 김좌진 장군은 여념이 없었다.

그런 어느 날, 공산주의자인 박상실이 찾아와 당신에게 총을 쏘았다고 한다. 정미소 안에서 이미 2발의 총을 맞은 장군은 정미소 밖으로 나오면서, ‘누가 나에게 총을 쏘는가?’ 라고 하면서 마당에 쓰러진 채 운명하였다고 한다. 당신이 운명하신지 84년 만에 찾아가 동상 앞에 참배하면서 나는 당신의 마지막 말씀을 되새김질 하였다.

아직까지 박상실이란 자가 진짜 박상실인지, 그 자가 공산주의자인지, 일제의 끄나풀인지. 정확하게 아는 바는 없다고 한다. 당시의 한 언론에 기자가 쓴 보도내용이 다일뿐이라는 것이다. 청산리대첩의 대영웅이자 일평생은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하신 당신! 한민족이라면 공산주의자도, 무정부주의자도 다 포용하고자 했던 당신! 오로지 일제만이 엄청난 현상금을 걸고 혈안이 되게 만들었던 당신! 누가 그에게 총을 쏘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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