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오리농업 <1>
상태바
아시아의 오리농업 <1>
  • 홍순명 <홍동밝맑도서관 대표>
  • 승인 2015.02.09 1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웬만한 유기농업 논농사 책에는 오리농업과 우렁이농업이 소개되어 있다. “오리농업이요? 거 일본에서 들어온 기술 아닌가요? 오리는 손이 많이 가서 요즘은 우렁이를 주로 넣는다면서요? 농사지은 오리는 식당에서 별로 인기가 없다더라구요. 그냥 버리는가 보지요? 조류 독감이 오리 때문이 아니라는 말은 들었어요” 이것이 오리에 대한 일반 인식이 아닐까?

조류독감이 오리와 관계없다는 것은 과학자들이 밝혔고, 농사를 짓는 오리는 육경(肉耕) 양용으로 품종이 바뀌었고, 오리고기 식단은 한국 식문화의 일번지인 호남 일대에서 자리 잡혔고, 상설 오리망과 건답 직파 후 오리 넣기로 노동 절약형 기술이 해가 다르게 발달하는데 한국에서는 제자리 걸음이라, 농산물 시장개방 반대에 앞섰던 한국농민들이 유기농업 벼농사 기술혁신에 보이는 소극성을 외국에서 의아해 하고 걱정까지 한다.

세계에서 오리 농사 역사가 가장 오래고 오리를 가장 많이 기르는 나라는 중국이다. 세계 오리의 60%를 기른다. 오리농업 창시자로 알려진 후루노다카오(古野隆雄) 씨는 어느날 구주대학 도서관에서 중국 중산대학 푸치룽(蒲蟄龍)교수의 오리해충방제효과에 관한 한편의 논문, <양압제충개설(養鴨除蟲槪說)>에 접해 즉시 중국행을 결행하고, 거기서 ‘농업 충격’을 경험한다. 중국 오리벼 농사는 6000~7000년 전 시작하였고, 오리는 이미 3500~4000년 전에 집짐승이 되었다. 지금도 싱안성에서는 여성들이 대바구니에 햇오리를 메고 와서 이른 아침 논에 오리를 넣으면 괙괙거리며 논바닥을 휘젓고 다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이런 장면은 10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이 있다.

쓰촨성에서는 봄에는 보리밭이나 채소밭에, 여름에는 논에. 가을에는 수확이 끝난 논에, 겨울에는 언덕이나 산에 오리를 방목한다. 오리의 윤목(輪牧)이다. 중국고대농업사(중국농업박물관 농사연구실편)를 보면 명조시대(1368~1644) 이미 벼의 해충 메뚜기를 오리로 방제하는 기술을 실용화했다. 전통에 울타리를 두르는 새 기술이 접목된 근대 오리농법은 다시 역수입되어 후난, 저장, 안휘, 쓰촨, 장수, 지린, 헤이룽장, 신장, 허난, 후베이, 광둥, 랴오닌성 등 수십만 헥터의 광대한 농지에서 실행되어, 다양한 품종의 오리가 활발히 고품질 쌀을 생산하는 농사를 돕고 있다. 이렇듯 유구한 중국의 오리농사 전통과 후루노 씨와 중산대학 푸 교수의 교류와 전통과 현대의 기술융합으로 아시아형 오리농업이 탄생되었던 것이다.

세계 제 3위 오리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날씨가 더워 닭의 산란율이 떨어지는 반면 오리는 더위에 강하고 잡식성이라 모든 논에서 오리들이 헤엄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고기보다 알을 선호해 트롤 아신이라 불리는, 소금에 절인 알을 즐겨 먹는다. 오리는 서민 생활에 친숙하여 ‘여자 두 사람과 오리 한 마리가 모이면 장이 선다’ 등 유머러스한 속담도 발달했다.

<다음호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