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둘, 아들 둘 우리는 행복한 다둥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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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둘, 아들 둘 우리는 행복한 다둥이 가족
  • 조원 기자
  • 승인 2015.02.1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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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인터뷰

▲ 가족이 많아 행복하다고 말하는 남자 셋 여자 셋 김철호 씨 가족(좌측부터 둘째 가을이, 아빠 김철호 씨, 셋째 연호, 엄마 이미라 씨, 넷째 연우, 첫째 예슬이).

결혼 전 자녀는 생기는 데로 낳자고 했던 말이 현실로
집에선 휴대폰 사용 금지… 함께 모이면 이야기꽃 피워
목욕탕 혼자 들어가는 남편 뒷모습 보고 아들 생각 가져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으면 엔돌핀이 솟아납니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이 무척 즐거워요” 같은 회사 동료로 만난 김철호(41세)와 이미라(40세) 씨는 다정다감한 서로의 성격에 끌려 이른 나이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 부부는 이제와 생각해보니 서로가 아이를 좋아해서 결혼하면 생기는 데로 낳아 기르자고 했던 말이 현실로 이뤄진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다.

스물셋 꽃다운 나이에 첫 애를 낳은 이미라 씨는 “엄마 닮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예쁘게 자란 예슬이가 어느 덧 17살이 됐어요. 요즘 사춘기가 온 것인지 예전보다 말수가 다소 적어지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말했다.

“첫째 예슬이는 집안 살림꾼이죠. 막둥이 보느라 바쁜 저를 대신해서 청소와 빨래를 거의 도맡아 하고 있지요. 이제는 시집을 보내도 될 만큼 청소며 밥이며 못하는 게 없습니다. 동생들로 인해 부모 사랑을 제대로 박아보진 못했을 텐데도 언젠가 ‘엄마, 내 걱정 말고 엄마 몸이나 잘 챙겨요’라고 말해주던 예슬이를 보면서 참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장녀인 예슬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 이미라 씨는 첫째가 딸이었기에 다둥이를 낳을 수 있었다고 한다. 예쁘고 슬기롭게 자라달라는 부모의 바람처럼 잘 자란 예슬이는 “어릴 적에는 잘 몰랐는데 지금 이렇게 크고 보니 예쁜 동생들이 세 명씩이나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하면서도 기쁘다”고 말한다.

둘째 가을이(14세)는 언니를 이은 분위기 메이커로 우뚝 섰다.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한층 성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집에서는 말괄량이다. 김철호 씨는 “집안의 대소사는 가을이가 주도해요. 거의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해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누구 하나 불평이 없다는 겁니다. 그만큼 우리 가을이가 가족 모두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라며 가을이를 칭찬한다.



가을이 역시 둘째의 서러움이 있을 법도한데 이제까지 그런 마음은 한 번도 든 적이 없었다고 한다. “친구 같은 언니가 있어서 외로움 없이 자랐던 것 같아요. 언니가 공부를 잘해서 도움도 많아 받았거든요. 그동안 언니에게 항상 받기만 했는데, 동생들이 생기면서 언니의 마음도 이해하게 됐다고나 할까요? 언니가 있어서 자랑스럽고요 동생들이 있어서 매우 행복해요”

셋째 연호(5세)는 개구쟁이다. 온 가족이 집안을 청소해도 다시 어지러워지는 이유가 바로 연호 때문이다. 엄마와 누나들은 뒷정리하기 바쁘다. 첫 남동생이어서 그런지 누나들은 그런 연호가 싫지 않다. 누나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사람은 연호이기 때문이다. 막내 연우(2세)는 순둥이로 불린다. 방긋방긋 웃기도 잘 웃어 온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때론 형의 시샘도 사지만 연호 역시 동생이 좋은지 연우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아빠를 위해 예슬이와 가을이, 연호는 아빠의 퇴근 시간에 맞춰 문 앞에서 아빠를 기다린다. 이어 문이 열리면 모두가 90°로 허리를 굽혀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를 복창한다. 모두가 예슬이가 교육시킨 결과다. 아이들의 인사를 받은 김철호 씨는 낮 동안 보고 싶었던 마음을 담아 한 사람씩 돌아가며 꼭 안아준다. 연호는 아빠의 두 팔에 안겨 공중을 오르락 내리하고서야 겨우 내려온다.

김철호 씨는 4년 전부터 새벽에 신문을 돌리고 있다. 막둥이 기저귀 값도 벌고 운동도 하고 일석이조다. “새벽에 일하면서 몸도 더 건강해진 기분입니다. 아이들이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도 든든해 집니다”
김 씨 가정에는 나름 규칙이 있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는 휴대폰은 만질 수 없다는 것이다. 휴대폰은 모두 각자의 방에다 놓아두어야 한다.

김 씨는 “우리는 저녁마다 거실에 모여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눕니다. 제가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하면 두 딸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 식이에요. 그러면 아내는 아이들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웃음꽃을 피웁니다. 요즘은 한자리에 모이면 서로 막내를 차지하려고 싸우기도 해요. 셋째 녀석도 누나들과 함께 동생 쟁탈전을 치릅니다”고 말했다.

이미라 씨는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설거지 좀 해달라고 강요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교육만 시켰을 뿐이에요. 예를 들어 예슬이는 무엇을 좋아하니? 무슨 일을 하고 싶니? 이런 일도 해줄 수 있니? 라며 아이들 입장에서 물은 게 전부입니다. 지금은 딸들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할 수 있도록 충분히 상담을 해주며 지내고 있어요”라며 소소한 행복을 전했다.

터울이 길다보니 공통분모도 갖게 됐다. 아빠와 예슬이, 연호는 모두 토끼띠다. 가을이와 연우는 같은 말띠이다. 김철호 씨는 가끔 배달 음식을 고를 때 같은 띠 동지인 예슬이와 연합해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 먹기도 한다. 아빠와 연호의 생일(9월5일)이 같은 것도 공통분모다. 이미라 씨는 “딸 둘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는데 혼자 탕에 들어가는 남편 뒷모습을 보며 아들 하나 더 나아줄까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결국 이렇게 같은 날에 아들을 낳게 되었네요”라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내친김에 이 씨는 아들 가진 부모와 딸 가진 부모의 입장이 다른 것도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넷째 아이를 낳고 힘들어하는 저를 보면서 친정 식구들은 고생스러워서 어떡하냐며 산모 걱정하기 바빴는데 시댁은 아들은 건강하냐며 손자 걱정만 하셨다”며 서운했던 기억도 떠올렸다. 지금까지 네 번의 이사를 거친 이들 가족은 올해 또 다른 보금자리로 이주할 계획이다. 홍성읍 남장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직접 설계한 단층짜리 집을 세워 이른 나이지만 인생2모작을 시작하고 싶다고.

“돌이켜보면 우리 부부가 아이들에게 해 준 것도 거의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도리어 우리가 아이들로 인해 많은 선물을 받기만 한 것 같네요. 행복을 안겨준 우리 자녀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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