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과 더불어 사는 기쁨 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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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들과 더불어 사는 기쁨 누려요”
  • 조원 기자
  • 승인 2015.02.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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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농을 가다-하숙형 은퇴농장… 직접일해 소득창출

▲ 올해 처음으로 유기농 달래에 도전하는 김영철 씨가 활짝 웃고 있다.

“저희 농장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사람 냄새 풍기는 실버타운이라고 할 수 있죠”

농장 이름도 ‘은퇴농장’이라고 지은 김영철(63) 씨는 자신의 농장을 농촌형 실버타운에 가깝다고 말한다. 홍동면 홍원리에 위치한 은퇴농장은 말 그대로 은퇴자들이 입주해 생활할 수 있는 농장이다. 그렇다고 입주자들이 농사를 지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남은 생을 보내고 싶은 분들이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주거할 수 있는 농촌형 실버타운일 뿐이다. 은퇴농장의 입주는 다른 실버타운처럼 초기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보증금 300만원에 식비를 포함한 월 하숙비 85만원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은퇴농장은 1만 6500㎡(5000평)에서 16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주거시설이 마련됐다. 밭 1만㎡과 하우스 16동, 농산물 소포장 가공실, 우사, 계사, 공동식당 등을 갖추며 농장 겸 실버타운이 구비된 형식이다. 7평, 14평의 독채로 이뤄진 주거시설 안에는 욕실과 냉장고, 싱크대, 텔레비전, 전화 등 편의 장비도 갖췄다. 현재 은퇴농장에는 최고령 90세 할아버지와 한 쌍의 부부를 포함해 14명의 은퇴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면서도 농장의 작업을 도우며 매월 30여 만원의 소득도 함께 올린다.

“한마디로 하숙형 실버타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귀농하고 싶은데 초기 비용이 부담스런 분들이나 일반 요양시설을 원치 않는 분, 여생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 분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죠. 게다가 매달 연금만큼의 수익도 올리면서 일하는 보람도 얻고 있습니다” 1995년 농장을 시작한 김영철·박영애 씨 부부는 결혼 전 노인을 위한 복지 시설을 운영하고 싶다며 뜻을 같이 했다. 결혼 초기 이곳에 3만 3000㎡ 야산을 구입해 돼지 사육을 하다가 오폐수 처리 문제로 농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그동안 생각해왔던 은퇴농장으로 탈바꿈했다. 은퇴농장에서 경작하는 모든 농산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산물만 재배한다. 시금치부터 부추, 감자, 옥수수, 고구마, 토마토 등 매년 40여 가지 농산물을 돌려 짓는다. 올해는 처음으로 유기농 달래에 도전 중이다. 이들 농산물은 소포장 되어 아이쿱생협으로 전량 납품한다.

지난해도 입주민들과 협업하여 채소류와 밑반찬 등의 가공품 등을 합해 약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접 재배한 농산물은 입주민들의 건강식으로도 자주 올려 진다. 계절마다 바뀌는 다양한 농산물로 만든 반찬은 입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 중 하나다. 은퇴농장에 입주한 분들은 공무원, 군인, 대기업 임원, 교사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로 이뤄졌다. 저들마다 사연이 가득하겠지만 김 씨는 일부로 물어본 적은 없었다. “모두 대화해보면 얼마나 마음씨가 따뜻하고 좋으신지 몰라요. 저마다 인생의 사연도 많더라고요. 입주 때 자녀들에게 약속합니다. 우리가 자식은 될 수 없지만 자식을 대신하겠다고요. 지금도 한 분 한 분에게 자식들이 못 다한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 20년 동안 30여명의 입주민들과 생의 이별을 경험한 김 씨는 “한 분 한 분 떠나보내실 때마다 아직 살아 계신 분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며 “이런 농촌형 실버타운이 앞으로 더 많은 곳에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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