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에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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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에 다녀오며
  • 이희영 <홍성도서관 문예아카데미 회원>
  • 승인 2015.04.03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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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남편과 집을 나선다. 용봉산에 가기 위해서이다. 사시사철 색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는 산이 거기 있어 자주 가곤 한다. 차를 달려 20여 분 거리에 용봉산을 자주 찾아 가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용봉산에 올라보면 내가 살던 고향 땅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갈 때마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고향 땅! 사방으로 도로가 뚫리고 새로 짓는 도청 청사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우뚝 솟은 아파트가 그 모습을 자랑한다.

한참을 오르다 잠시 모자 바위에 앉아 쉬면서 6년 전 일을 회상해본다. 충남도청이 홍성, 예산, 그것도 우리가 사는 홍북 땅에 이전한다는 발표가 있던 날, 남들은 좋아라고 풍물을 치며 축하 분위기였지만 우리는 하늘이 캄캄했다. 조상님들 대대로 살아왔고 뼈가 묻힌 고향 땅이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지금까지 땅을 일구며 살아온 고향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간단 말인가? 어디 가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나갈 수 없다고 반대도 해보고 주민들과 함께 데모도 해 보았지만 한번 결정된 일을 어찌하겠는가?

많지도 않은 보상금을 손에 쥐고 한 집 두 집 고향 땅을 떠나기 시작했고 온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집들이 하나 둘 굴삭기에 의해 부서지고 삶의 터전이었던 농토가 파헤쳐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네 가슴도 무너지듯 아팠다. 우리도 하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이곳저곳 살 곳을 찾아다닌 끝에 지금 사는 홍동 땅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조상님만 낯선 땅에 모셔둘 수 없어 산소도 이장하고 그 옆에 우리가 살 집을 짓게 되었다. 언덕위에 그림 같은 예쁜 집을 짓고 아침이면 이름 모를 새들에 노랫소리로 잠을 깨지만 고향땅을 떠난 실향민의 마음을 그 누가 알까?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서 병풍바위를 지나면서 다른 등산객들과 인사를 나눈다.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나요?” “네 울산에서 왔습니다. 말로만 듣던 용봉산이 기암괴석과 경관이 수려한 것이 정말 좋네요.” “그렇습니까? 그래서 용봉산을 서해의 소 금강산이라고 한답니다.” “정말 그러네요. 용봉산에 오기를 정말 잘했네요.” “조심해서 내려가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다음에 또 오세요.” 많은 등산객이 용봉산을 다녀가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좋은 명산을 가까운 곳에서 자주 올 수 있다는 것도 축복받은 일이 아닐는지 감사하는 마음이다.

부지런히 걸어서 악귀봉을 지나 노적봉에 다다르면 남편과 나는 꼭 쉬어가는 곳이다. 그곳에 커피며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주머니가 계시다 넓은 바위에 철퍼덕 앉아 쉬면서 커피 한잔을 마신다. 이 높은 곳까지 무거운 짐을 지고 어떻게 올라 올 수 있는지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에서 등산객들에게 목마름을 해갈할 수 있는 음료를 제공해준다 조심하시라는 인사를 받으며 다시 걸어서 용봉산 정상에 다다른다. 잠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정상에서 사진 한 장 찰칵! 부지런히 걸어서 내려오는데 곳곳에 등산객들이 다녀간 흔적이 보인다. 음료수병 이며 과일 껍질. 사탕 봉지 등등… 왜 쓰레기들을 이 아름다운 산에 버리고 가는 건지 등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등산객들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최영 장군 활터에 도착했다.

최영 장군께서 활쏘기 연습을 했다는 활터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장군께서 아끼시던 애마에게 내가 활을 쏘고 그 활보다 늦게 달리면 네 목을 베겠다고 하고 활을 쏜 다음 달려가 보니 화살이 보이지 않아 그 자리에서 말을 죽였는데 뒤늦게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슬픔에 젖어 그 말을 잘 묻어 주었다고 한다. 그 말 무덤이 홍성읍 은행정 옆에 있다고 한다. 산에서 내려와 남편과 함께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을 하면서 고향을 떠나는 아픔이 있었기에 이제 신 도청 시대 내포시가 탄생하는 것을 지켜보며 나 자신에게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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