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독거노인, 그룹홈이 대안일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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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독거노인, 그룹홈이 대안일까? <7>
  • 한기원·장윤수 기자
  • 승인 2015.11.1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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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군, 노인복지·자살문제 해결의 답을 공동체에서 찾다

 

▲ 전북 진안군 성수면 도통리 중평마을회관 사랑나눔방은 노인공동생활가정(그룹홈)을 잘 운영하는 마을로 꼽힌다. 중평굿마을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전형적인 농산촌지역인 전북 진안군은 전체인구 2만6330여 명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8071명으로 30.6%를 넘어섰다. 이중 혼자서 생활하는 독거어르신이 35%에 이른다고. 인구수로는 3분의1 수준이나 가구 수로는 절반이 어르신 혼자 생활하고 있는 단독가구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여서 사회·경제적으로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현실이다. 특히 농한기 일거리가 없고 날이 추워서 야외생활도 어려운 겨울철이면 나 홀로 생활하는 독거노인의 외로운 생활은 농촌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넉넉하지 않은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난방비 부족으로 냉기만 겨우 면하는 상태로 생활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들의 나 홀로 생활은 식욕마저 떨어뜨려 건강까지 해칠 우려가 크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특히 노인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경제적인 궁핍과 자녀, 이웃과의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나 홀로 외로움은 삶의 의욕마저 떨어뜨리며 무기력과 우울증을 동반하고 어르신으로 하여금 삶의 의욕을 잃게 한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지난 2011년 진안군은 전국에서 자살률이 최고로 높았다고 한다. 자살하는 사람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독거노인이었고, 겨울철에 집중됐었다. 취약한 진안군은 자살률 전국 1위라는 오명까지 얻었다고. 이를 계기로 겨울철 노인문제로 위기에 직면한 진안군에서 마을공동체가 겨울철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 찾기가 급선무였다. 마을경로당을 이용해 독거노인들이 숙식을 함께하며 생활할 수 있는 노인공동생활가정 ‘사랑나눔방’을 개설해 겨울철 독거노인들의 생활공간 확보와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도록 지원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출발했다.

지난 2012년 시범운영을 시작해 3년 동안 운영한 결과 ‘사랑나눔방’이 농촌의 새로운 노인복지모델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일부 마을에서는 단순한 노인문제 해결 수준을 벗어나 노인은 물론 마을주민 모두가 밝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2011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인구 21.8명에서 지난해 진안군의 전체 사망자 330명 중 자살 사망자는 6명, 전국 234위로 최고의 감소율을 보인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됐다.

진안군의 동절기 독거어르신을 위한 ‘사랑나눔방’ 운영은 175개 마을에서 해마다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3개월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진안군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노인문제와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동절기에 독거노인과 취약계층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노인공동생활 가정운영을 제시했고, 주민들의 여론을 청취하고 관련조례를 제정하는 등 제도적인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진안군의 사랑나눔방사업은 2012년도 4개소를 대상으로 5개월(11월~3월)간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2013~2014년도에는 142개소를 운영했고, 2015년에는 175개소로 확대 운영해 공동생활가정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운영하는 지자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진안군은 당초 사용하던 사업명칭인 ‘예그리나행복방’이 너무 난해하고 주민들과의 소통에 저해가 된다는 주민들의 의견과 참여인원수에 따라 운영비를 차등지급해야 한다는 주민의견에 따라 공모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명칭인 ‘사랑나눔방’으로 확정하고, 운영비를 매월 8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차등 지급하는 기준안을 마련했다. 이와 같이 변경된 사항을 주민들과 직접 만나서 홍보하는 사랑나눔방 간담회 시간을 가지는 등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의 의견과 지역여건을 사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지금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이항로 진안군수는 “그 동안의 경과보고를 토대로 볼 때 이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경우 자살을 비롯한 고독사, 결식 등 고질적인 노인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역발전과 자녀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어르신들이 근심걱정 없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사업추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진안군의 사랑나눔방은 동절기(12~2월) 홀몸노인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경로당에 매달 80만~100만 원을 지원하는 진안군의 노인복지사업의 일환이다. 진안군은 이 같은 노인공동생활가정(노인그룹홈)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운영하는 지자체로 손꼽히고 있다.

전북 진안군 성수면 도통리 중평마을은 아늑한 산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산간의 농촌마을이다. 진안읍에서 남쪽으로 가면 마령이라는 마을이 있고, 이곳을 지나 임실군 관촌 쪽으로 고개를 하나 넘어 2차선 국도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누에머리봉, 바구리봉, 닭날봉과 같은 나지막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성수면 중평리라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은 한평생 진안 좌도굿과 함께 살아온 김봉열 상쇠 선생이 태어난 마을이다. 중평마을에도 ‘사랑나눔방’이라는 경로당이 있는데, 중평마을의 이병열 노인회장(79)에 따르면 “중평마을은 총 39명 중 30명이 노인들인데, 그중 혼자 사는 분이 7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 마을은 전라좌도 진안 중평굿의 본고장이다. 중평굿 명인 김봉열 선생(1913~1995)의 손자인 김태영(54)과 안종윤(68) 이장, 노인회 권대현(68) 총무 등이 마을사람들과 한마음으로 노인공동생활가정(노인그룹홈)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진안군의 사랑나눔방은 겨울철 독거노인들의 생활공간 확보와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도록 2012년 4개 경로당에서 시범운영으로 시작됐으며, 노인공동생활운영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인 근거도 마련해 지금은 보편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해마다 12월부터 2월까지 독거노인이 5명 이상인 마을에 주·부식비와 난방비를 지원해 어르신들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별도의 비용을 들여 시설을 새로 만들지 않고 마을경로당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로한 어르신들이 직접 하기에 어려운 일은 마을 부녀회원들이 자원봉사 형식으로 도와주고 있다.

마을 전체가 나서서 어르신을 부양하는 시스템은 마을구성원 간 결속력을 강화시키고, 이는 강력한 사회안전망이 되어 노인문제를 현격하게 감소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랑나눔방은 노인문제 해결과 함께 전통적인 지역공동체가 부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라좌도 진안 중평굿이란?

호남좌도 필봉농악과 우도 정읍농악의 그늘에 가려져 잘 어필되지 못했던 진안 중평굿은 지난 1992년 전라좌도 진안 중평굿(농악) 보존회의 결성과 함께 2003년부터 농사일을 마치고, 한가로이 쉬던 백중이나 칠월 칠석에 여유롭게 치러지던 술멕이굿, 입추 술멕이굿 행사로 진안 중평굿의 모든 가락을 선보이고 있다.
진안 중평굿은 아직까지도 지역문화재로 등록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도 단위 대회와 전국대회인 2008년 전북민속예술축제에서 최우수상, 같은 해 제49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도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바 있다. 중평굿 가락은 1992년 진안에서 전라좌도 진안중평굿 보존회가 결성되며 가락 전수 기반이 다져져 중평마을과 마이산, 진안공설운동장 등지에서 전수가 이루어졌다.
1995년 상쇠인 김봉열 선생의 사후, 2000년 초반부터 김봉열의 전수자인 이승철 현 보존회장이 진안중평굿을 이끌며 일부의 제자들과 함께 여기저기를 떠돌며 현재까지 실낱같은 진안중평굿의 맥을 잇고 있다. 중평굿보존회 이승철 회장은 “지가 지가락에 미치지 않으면, 그 굿은 죽은 굿이나 진배없어”라며 “술멕이굿도 신들린 듯 지가락에 젖어들고 빠져드는 중평굿의 진수”라고 강조했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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