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독거노인, 그룹홈이 대안일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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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독거노인, 그룹홈이 대안일까? <5>
  • 한기원·장윤수 기자
  • 승인 2015.11.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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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아라이원 사례로 살펴보는 공동거주 그룹홈

 

▲ 일본 도코로자와시에 위치한 가미아라이원 전경.


 일본 도코로자와시에 위치한 ‘가미아라이원’
한층에 9명씩 총 2층 18명의 치매노인 생활해
다양한 프로그램·전문인력 확보로 만족 높아
일본 그룹홈 사례로 한국형 그룹홈 내다봐야


본지에서는 지난 호를 통해 고령화 선진국인 일본 그룹홈의 전반적 현황을 살펴보고, 이에 따른 한국형 그룹홈의 도입에 대해 살펴본 바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일본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의 주택가에 위치한 가미아라이원을 방문해 시설을 살펴보고 관계자 및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으로 일본 그룹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도코로자와시에 위치한 그룹홈(Group Home) ‘가미아라이원(上新井苑)’은 치매대응형 요양시설로 2층 건물에 현재 각 층당 9명씩 총 18명이 입소해 생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그룹홈의 개설자에 대한 자격의 제한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입소기준은 치매환자로서 개호인정 판정을 받은 자만 입소가 가능하며, 입소기간에는 제한이 없고 평균 입소대기 기간은 약 2년 정도다.
입소자 대부분은 기초연금으로 월 5~6만 엔 수령자이며, 집에서 사용하던 물건을 가져와서 사용하게 된다. 현재 가미아라이원 시설 거주자의 평균연령은 81세다.

거주 노인들의 생활을 지도하는 나오코(62) 씨는 가마아라이원에 대한 소개를 진행했다.
“지난 2000년 5월 개원한 저희 가미아라이원은 개호 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객실 수는 모두 18개입니다. 또한 거실과 주방, 욕실, 세탁실, 화장실, 사무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각 방에는 세면대를 비롯해 에어컨 시설이 돼 있습니다. 또 저희 시설은 24시간 간호 체계를 갖추고 있고, 방문 진료와 방문 치과, 방문 이발 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어 나오코 씨는 “저희 가미아라이원에서는 현재 몇 가지 규칙을 통해 공동생활 거주자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첫째, 치매가 인정돼 개호 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둘째, 공동 생활에 지장이 없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셋째, 감염 등의 질병이나 폭력, 자해 등이 없어야 합니다. 물론 자세한 내용은 별도 상담을 통해 이뤄집니다”라고 말했다.
“먼저 문의와 사전 상담을 통해 시설 거주가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며, 적합하다고 인정이 될 경우 입주 신청서를 받아 방문 조사 또는 면담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뒤 합격 여부 판정이 나오는데, 합격할 경우엔 건강 진단, 감염 등의 검사를 실시하고 그룹홈에서의 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판정된 경우에 계약 서류를 받아 입주 날짜를 협의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룹홈 거주 여부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가미아라이원 그룹홈의 이용 요금은 한 달 기준 13만 엔 정도로, 구체적으로는 집세 6만 엔, 음식비 3만1500엔(1일 1050엔, 간식비용 및 세금 포함), 공동 생활비 1만3650엔, 보험료(10% 부담금) 2만5000엔 등이며 수도, 난방비 등은 공동 생활비에 포함된다. 또 의료비나 이발 요금, 기저귀 비용, 기호품 등은 실비로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나오코 씨는 “객실은 모두 개인 실이며 자기만의 방으로 꾸밀 수 있습니다. 또한 세면대와 냉·난방 시설을 각 방마다 완비하고 있습니다. 식당이나 거실은 식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화를 나누거나 이벤트, 행사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공간으로 거주 노인들의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공간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식사시간마다 직원과 입주자가 함께 즐기며 손질해 요리를 만들며, 목욕은 그룹홈의 사정에 맞추지 않고 개인별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마지막으로 화장실은 각 층마다 4개씩 갖추고 있으며, 휠체어용 화장실까지 완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나오코 씨는 “거주 노인들은 대부분 만족하는 편입니다. 만약 만족하지 않는다면 거주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일본에는 현재 그룹홈을 비롯해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는 다양한 기관 및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관에 거주하고 있는 노인 A 씨는 “스태프들이 친절하고 항상 즐겁게 해 줘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일본에서 그룹홈의 개념은 ‘치매대응형 요양시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거나 도입되는 그룹홈의 개념과는 조금 다를 수 있었다. 그러나 고령화 선진국으로서 증가하고 있는 노인문제에 빠르게 대처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해결방안을 찾는 일본인들의 노력과 의식은 충분히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일본의 그룹홈은 치매대응형 거주시설이지만 공동거주가 가능할 정도의 경증 치매환자 중심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 그룹홈의 과제로는 △시설의 분류 △건축 형태 △보조금 등 지원의 폭 △전문인력의 확보 △장비 및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일반적인 공동거주형인 그룹홈인지, 일본과 같이 치매환자들의 요양을 겸한 시설이 될 것인지의 문제와 마을 중심 또는 외곽 등 위치의 선정부터 유휴 건물 사용 등의 문제를 검토해 가장 적합한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거주 노인들의 복지 수당 등을 검토해 거주 비용을 확정해야 하고, 이에 대한 지자체 또는 정부의 지원이 어떤 방식으로 어느 폭까지 이뤄질지도 논의해야 한다. 또 전문 인력과 장비, 프로그램 등의 문제까지 해결될 때 그룹홈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는 고유의 정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동체 사회를 이루곤 있지만, ‘내 집’에서 마음껏 생활하는 것이 맘 편하고 속 편하다는 독거노인들의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룹홈은 다시 머나먼 남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니/인/터/뷰   지역주민 모기 씨

 

“노인시설 꺼려지지만 반드시 필요해”
이번 취재에서는 가미아라이원 기관 관계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도 했다. 도코로자와시에 거주하고 있는 모기(70·사진) 씨는 노인거주시설 그룹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일단 마을 안에 노인거주시설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는 상당히 꺼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룹홈 등 노인관련 시설이 있으면 땅 값이 떨어지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일본 전체적으로는 현재 노인관련 기관이나 시설이 셀 수 없이 많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어 모기 씨는 “그룹홈에 지역 내 학교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러 오거나 위문 방문을 하기도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젊은이들이나 건강한 사람들은 저런 시설에 큰 관심을 갖지 않거나 불만을 가진 경우가 많지만, 사실 나 자신이나 내 가족이 나이를 먹고 병이 들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인 만큼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들이 현실적으로는 마을 안에 있다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다수의 마을 주민들 의견도 그러하리라 생각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노인관련 시설이나 기관은 지역민들과의 충분한 협의와 대화가 이뤄져야만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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