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는 역사 책 속 인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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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는 역사 책 속 인물이 아니다
  • 이범석 기자
  • 승인 2007.10.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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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용사비’ 제막식을 보고(홍성보훈지청 보훈과 오경조)

휴전된 지 반세기하고도 4년이 더 지났다. 젊은 날 패기 넘치던 6.25 참전 용사들도 세월의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세월의 무게에 허리는 굽었고 시간의 흐름에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생기고 머리에는 서리가 내렸다. 그분들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상함마저 엿볼 수 있었다. 전쟁에서 부상당한 분들에게는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으리라. 죽음의 위기에서 온전히 살아남은 분들도 희생된 분들에 대한 미안함에 한동안 잠 못 이루었을 것이다. 이제는 젊은 날의 다른 기억은 희미해졌겠지만 전쟁의 기억만은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날을”로 시작되는 노래를 어린시절 의미도 모른 채 친구들끼리 모여 불렀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단지 멜로디가 좋아 흥얼거렸지만 이제와 노랫말을 되새겨 보니 그 노래를 들으며 참전 용사들이 느꼈을 자부심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반공이 국시였던 시절 6.25전쟁과 베트남참전은 정부 관료와 정치인에게 그들의 입맛에 맞는 좋은 홍보거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구시대 유물로 치부되면서 더 이상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 때문인지 어릴 적 즐겨 불렀던 그 노래도 이제는 듣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반공 이데올로기를 버렸다고 해서 전쟁의 교훈마저 버려서는 안 된다. 반공보다는 통일이 더욱 중요한 국가목표가 되다보니 참전 용사들의 희생마저 잊혀지는 게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나도 군대를 다녀온 지 10년이 지나고 직장을 다니고 있다. 일상이 바쁘다 보니 군대에서 느꼈던 애국심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애국심이 희미해지고 심지어 내 나라가 있다는 사실조차 잘 인식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오히려 내 조국이 굳건히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은 분들이 계셨기에 이 순간 내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와 같은 전후 세대에게 전쟁은 그저 역사의 일부분일 뿐이고 영화에서 보는 비현실적인 모습뿐이다. 더구나 청소년에게는 용사들의 전쟁 무용담을 듣는 것보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느끼는 애국심이 더 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경기를 보면서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는 것도 대한민국을 지켜낸 분들의 값진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은 ‘붉은 깃발’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켜낸 분들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국민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 분들께 무관심한 듯하다. 하지만 여론은 스스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언론이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 않은가. 참전용사는 단지 역사 책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분들이다. 그 분들에 대한 예우는 국가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맡아야 한다.

이번 6.25 참전용사비 제막식을 보면서 ‘대한민국’ 네 글자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단순한 응원 구호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예전의 참전용사들이 지켜냈듯이 우리가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이다. 앞으로는 나의 조국을 더욱 사랑하고 조국을 지켜낸 분들의 희생과 노고에 더욱 감사를 느끼며 살기로 다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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