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산모의 철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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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산모의 철부지 생각
  • 이철이 <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 승인 2016.02.2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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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8>

세 산모와 내가 인연을 갖게 된 동기는 ◯◯중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고서였다. 한 아이의 선생님이 말하기를 반의 학생이 며칠째 굶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사정을 듣고 즉시 아이를 찾아가 쉼터에 데려와서 같이 생활하기 시작했다. 쉼터에 입소하고부터 먼저 담배를 끊게 하는 일이 첫 번째 할 일이었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인 이 아이는 하루에 담배를 한 갑 반을 피워댔다. 쉼터 생활과 함께 시작된 담배와의 전쟁이었다.
아이는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얼음으로 대신해서 버틴다고 한다. 나는 이때부터 아이의 금연을 돕기 위해서 매일 3kg의 얼음을 저녁마다 구입해 냉동고에 넣어뒀다. 그러면 아이는 잠자리에 들때까지 얼음을 매일 먹으면서 버터왔다. 아이는 쉼터에서 금연을 시작하면서 많이 답답했는지 가출을 하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아이를 통제하지 못한 나 자신을 위로하면서 인내를 갖고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런저런 바쁘고 힘든 상황들이 지나가면서 벌써 아이는 중학교 3학년이 되어버렸다. 5월 어느 날에 아이는 두 번째 가출을 감행했다. 내가 서울에서 볼 일을 보던 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며칠 동안 급하게 업무를 마치고나서야 돌아와서 아이를 찾아다녔다. 아이를 찾아서 쉼터로 데려오는 중에 갑자기 아이는 온몸이 아프다고 하여 무슨 일인가 싶어 병원에 데려갔다. 초조한 마음으로 의사의 진단을 기다렸다. 의사는 골수에 물이 찼다고 진단했다.

나는 그말을 듣고는 너무 놀란 나머지 급히 입원 수속을 밟고 속히 회복을 기원했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쉼터로 돌아왔을 때 아이의 친아빠라는 사람이 연락도 없이 병원에 방문했다고 한다. 친딸이 몸이 아파 입원을 하고 있는데도 나와 한마디 상의조차 없이 그 사람은 사라져버렸다. 아빠라는 자격이 없는 사람 같았다. 일주일 후에 아이는 호전되어서 퇴원을 할 수 있었다. 아이를 보내고서 의사선생님과 상담을 하는데 아이가 영양부족이 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쉼터는 경제적으로 상황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 약 20만원을 들여 보약 한 첩을 사서 먹였다. 시간이 지나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또 무단으로 쉼터를 벗어나 귀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어머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제가 지금 아이를 집에 데려와서 같이 있어요. 이 아이를 제 딸들과 같이 키우면 안 될까요?” 나는 이 말을 듣고는 극구 반대했다. ‘이 어머님의 가정은 남편께서 교도소에 가 있고 딸이 4명이나 있는데 아이를 책임지며 키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그 어머님 집으로 가게 됐다. 하지만 몇 개월도 안가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가출을 해버렸다. 다행이도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오래 걸리지 않아 찾을 수 있었고 나는 마지막으로 그 아이를 쉼터에서 보살펴 주기로 했다. 하지만 며칠동안 아이의 몸 상태가 이상해서 진단을 받아보니 임신 7개월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쉼터로 다시 데려온 날부터 말썽 부리지 않고 잘 따라왔는데 임신 7개월이란 말을 듣자마자 억장이 무너졌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친딸처럼 돌봐온 아이였기 때문에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이 일을 일주일동안 수습을 한 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이 아이를 믿는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태어났다는 확신 속에 미역국을 챙겨주면서 아이의 건강을 기원해본다.
<2004년 5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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