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만큼 매력적이고 넉넉함으로 채워진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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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만큼 매력적이고 넉넉함으로 채워진 곳도 없다!”
  • <ΚΡ커뮤니케이션 최영일PD>
  • 승인 2016.12.14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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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한국인의 밥상 ‘홍성’편을 마치고
▲ 갯벌이 드러난 서해바다 천수만의 모습.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폭염이 지나갈 무렵인 9월의 어느 날, ‘한국인의 밥상’을 연출하는 나에게 팀장이 이번 아이템으로 홍성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유난히도 뜨거웠던 여름을 내륙 쪽 아이템만 진행 하던 중에 시원하게 트인 천수만을 끼고 있는 홍성은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실 일전에 홍성을 가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막막한 생각도 있었지만 이틀간의 현장답사를 통해 본 어르신들의 넉넉한 마음과 기대보다 더 아름다웠던 천수만의 풍광 때문에 10월의 마지막 홍성 편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촬영 첫 날, 먼저 들른 곳은 토굴 새우젓으로 유명한 ‘광천 독배마을’이었다. 독배마을 어르신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충청도 특유의 여유로움과 넉살 때문에 첫 촬영임에도 어색하지 않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마을 분들께 들은 ‘독배로 시집 못 간 요 내 팔자’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웃마을 처녀들이 독배마을로 시집간 이들을 질투한다는 뜻으로 과거 이곳이 얼마나 번창하였나를 알 수 있었다.

▲ 홍주읍성의 관문인 조양문.


새우젓을 실은 배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던 ‘옹암포의 포구’는 이제 그 흔적조차 볼 수 없는 저수지로 변했지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새우젓 맛은 그대로였다. 학창시절 김 한 장과 새우젓으로 만든 김밥을 도시락으로 싸다녔다는 손경심 어르신의 추억과 체했을 때 새우젓국을 특효약으로 사용했다는 최정연 할머니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인의 밥상을 1년 가까이 제작하면서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많이 돌아다녔지만 과거의 기억이 이곳 홍성만큼 넉넉함으로 채워진 곳은 없었던 것 같다. ‘천수만의 갯벌’은 야간에 횃불을 들고 나가면 낙지며 능쟁이 박하지 쫄쟁이까지 한 가득 잡히니 제 몸 하나 부지런하면 배곯을 일이 없었고 불빛으로 밝힌 갯벌이 마치 꽃밭 같다던 어르신의 말씀은 홍성의 풍요로움을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홍성하면 누구나 바다를 떠올리지만 ‘결성면 원천마을’은 과거의 물길이 막히면서 지금은 그 자리가 평야로 바뀌었다. 추수가 끝나면 사람들은 저수지의 물을 빼 잡은 민물고기로 어탕국수를 끓여서 마을 잔치를 열었다. 마을 주민 모두가 먹을 수 있을 만큼 큰 가마솥에 끓여낸 어탕국수는 촬영 팀이 모두 두 그릇씩 비울만큼 넉넉했고 그 맛 또한 환상적이었다.

▲ 야간에 불을 밝히고 낙지와 능쟁이를 잡는 주민들(왼쪽 위). 도시락으로 싸다녔던 새우젓 김밥과 각종 새우젓 음식(오른쪽 위). 원천마을 돼지농장에서 맛본 돼지껍데기 편육과 돼지족찜.


촬영의 마지막 날 ‘서부면 상황리’에서 먹은 담백한 복어탕의 맛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그 지역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복어탕 끓이는 방법은 지금껏 보지 못한 이색적인 것이었는데, 독을 제거하기 위해 ‘칡넝쿨’과 ‘사기그릇 조각’을 넣는 것이다. 늦가을 대하 잡이에 분주한 상황리에서 맛본 대하장과 대하구이는 정말 꿀맛과도 같았다. 그 옛날 가을이면 며칠 밤을 새워 그물에서 대하를 떼어냈다는 어르신들의 고생담이 달달한 대하 맛만큼이나 잊히질 않는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홍성 편을 진행하면서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 어르신들의 넉넉한 인심과 따뜻한 마음 덕분에 촬영이 아닌 가족 여행으로 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방송에 있어 우리 촬영 팀을 거리낌 없이 환대해 주고 시골 밥상을 푸짐하게 차려주신 마을 어르신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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