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적 장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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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 장난<2>
  • 윤장렬 칼럼위원
  • 승인 2017.01.2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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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미국, 트럼프가 의도하고 있는 ‘테러’의 의미는 무엇일까? 보수주의자들에게 ‘테러’는 공포 정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소위 국제사회에서 공공의 적을 구체화시켜 자국의 군수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제국주의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전쟁을 지속시킬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에서는 공포를 조장해 자신들의 세력을 응집시키고 정치적 관계에 우위를 점하려는 계산일 것이다.

트럼프의 의도적 실언이 초래하는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은 그리 단순, 분명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트럼프의 실언과 더불어 CNN의 지원 보도가 분명히 있었다.

사실 ‘트럭 테러’라는 사실 관계는 사건이 발생한 후 독일에서도 지배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필자가 지적하는 부분은 베를린 테러 사고가 아닌, 한국 언론의 섣부른 보도 행태이다.

단순히 오보나 왜곡보도가 뉴스를 전달하는 기자의 실수 또는 문제로 축소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언론사가 뉴스 보도에서 선택한 ‘테러’라는 용어 하나가 전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결과는 논외로 사라져 버리기 십상이다.

다시 말해, ‘트럭 테러’라는 국내 뉴스 보도에서 “테러”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 분단국가의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북한의 전쟁 도발과 테러 집단의 위협에 대처해야 할 국가의 의무, 즉 국방 예산의 증액을 암묵적으로 자극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정치적 메커니즘은 언론의 언어적 장난으로 연구된다.

미국의 윌리엄 애스토어 역사학 교수는 9.11 사태 이후 진행되는 제국주의적 전쟁에 미군 부대와 CIA정보원들의 활약상을 논할 때, 미국 정부가 완곡어법을 사용하는데, 이 완곡어법은 대중들을 전쟁에 무감각하게 만들기 위한 작동 법으로 지속되는 전쟁의 참상과 위험을 진실보다 거짓으로 혼동케 하는 언어적 장난이라고 비판했다.

CNN도 그리고 이를 베껴 쓰는 한국 언론도 베를린 사고는 결국 테러였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의 사실 관계가 불분명한 체 ‘트럭 테러’라고 규정하고 보도했던 이들 뉴스는 명백한 오보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오보에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테러’ 보도를 통해 사회적 불안감은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실을 거짓으로 오도하고 불확실함을 통해 혼란을 초래하는 맥락에서 이번 오보는 의도된 언어적 장난으로 의심된다. 기자는 단어 하나와 문장 하나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현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파견도 시급한 제도적 논의지만,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적 장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식과 법률적 감시 구조가 필요하다. 정치인이든 언론인이든 언어적 장난은 분명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끝>

윤장렬 칼럼위원<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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