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된 ‘보호수’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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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된 ‘보호수’가 사라졌다
  • 한기원 기자
  • 승인 2017.06.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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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북면 대덕리 어경마을 보호수 벌목 훼손됐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홍성군, 조례조차 제정되지 않아 ‘행정의 마비’

관계자, 현장점검 통한 체계적 관리행정 필요해
홍북면 내덕리 어경마을에 있던 보호수의 옛 모습.


어느 마을이든 마을의 입구 등에 마을의 신목(神木)으로 여기는 마을의 보호수(保護樹)가 있다. 보호수는 수종보호 차원에서 보호의 가치를 가질 뿐만 아니라 고목(古木)으로서도 가치를 지니고 있다. 수종은 유전자원 확보나 정자목으로써 보호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고목으로서의 지위는 그 나무와 함께 고락을 같이 해온 마을과 마을 주민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보호수나 보호수가 아니라고 해도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고목에 대해 마을 주민들이 민감해하는 것은 이런 연유 때문이다.

그러면 홍성군의 보호수 관리 실태는 어디쯤일까. 일례로 홍북면 내덕리 어경마을에는 수령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 보호수’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마을 주민에 의해 이틀 동안 중장비를 동원하는 등 절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홍성군에는 129본(그루)에 이르는 보호수가 있으며, 이번처럼 주민 개인에 의해 보호수가 벌목 훼손된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다.

현행 산림보호법 제54조(벌칙) 제2항에 따르면 ‘제9조제2항 제1호에 따른 허가 없이 입목·죽의 벌채, 임산물의 굴취·채취, 가축의 방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군청 산림과 관계자는 “솔직히 벌목 훼손된 사실을 몰랐다”고 말하고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보호수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음에도 해당 부서는 1년 이상 이에 대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관리에 대한 중요성과 심각성이 더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홍성군의 보호수 관리행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보호수와 관련한 군의 행정이 얼마나 안이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홍북면 내덕리 어경마을에 있던 보호수가 잘려나간 보호수 모습.


보호수는 지침에 의거 지정하고 정기점검 및 수시점검(태풍, 가뭄 등 기상악화 대비 점검)을 해야 하며, 그 상황을 관리 점검대장에 비치·관리해야 한다. 또한 기상, 천재지변 등의 피해, 보호수 지정목적이 상실됐다고 인정돼는 경우 지정 당시 공고, 고시, 통보한 것과 같이 읍면동의 마을에 알려야 한다. 상실 해체 시에는 해제신청에 의해 관련 전문가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보호수는 지정할 때 공고, 고시, 통보와 동시에 ‘보호수’라는 표지판을 부착함으로써 주민과 관광객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표정들이다. 주민 아무개 씨는 “주민들은 ‘보호수’라는 안내판도 설치돼 있지 않아 사실 절취된 보호수가 500년 이상 됐으며 관리대상인 줄도 몰랐다”며 “보호수를 개인이 중장비를 동원해 벌목 훼손했는데도 관리를 하는 군청에서는 1년이 넘도록 모르고 있었다니 행정의 마비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씁쓸해 했다.

이와 관련 홍성군청 산림과 관계자는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기도 하지만, 특히 보호수가 개인소유의 경우 관리에 어려움이 따르고 법률이나 규정 면이나 단속에도 한계에 직면하는 등 애로사항이 있다”고 하소연하면서 “안내판을 설치하거나 교체하려해도 예산이 부족해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논의와 점검을 통해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보호수(保護樹)란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나무들이다. ‘산림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7조’에 따라 시·도지사나 지방산림청장이 판단해 지정한다. 보호수 지정근거는 산림보호법 제13조(보호수의 지정관리) 제1항에 의거 군조례 및 지침을 적용해 관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홍성군에는 아직 조례조차 제정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1982년 보호수 지정 당시부터 수목의 명칭부터도 애매했다는 지적이다. 지정대장에는 ‘느티나무’로 표기돼 있으나 실제로 마을 주민들은 “팽나무 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장에 표기된 위치도 다르다. ‘높이 22m, 둘레 4.3m, 수령500년’의 수목 위치도 군대장에는 ‘홍북면 내덕리 562번지’로 돼 있으나, 면지에는 ‘홍북면 내덕리 592-2번지’로 표기돼 있기 때문이다. 현지 실사 등 확인을 통한 관리체계에 대한 행정의 통일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보존가치가 있는 희귀수목을 ‘보호수(保護樹)’란 이름을 붙여서 각 지자체에서 발굴, 보호수로 지정·관리하고 있는데, 충남의 경우 2015년 말 공식 집계로 1000년 이상 1그루를 포함해 500년 이상 155그루, 300년 이상 1105그루 등 1만7777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돼 관리하고 있다. 홍성군의 경우 129그루가 지정돼 있다. 도지정 보호수 25그루, 시·군지정 보호수 52그루, 읍·면지정 보호수 47그루, 마을지정 보호수 5그루 등이 지정·관리되고 있다.

일단 보호수로 지정되면 국가가 관리하는 보호리스트에 올라가므로 함부로 훼손할 수 없다. 비록 문화재 반열에 들지는 못하지만 ‘시·도기념물’이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만 하면 그 순간부터 대접이 엄청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화재보호법의 적용을 받게 돼 보호수 주변으로 출입을 제한하는 담장 등이 쳐지고, 연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며, 유급 관리직원도 임명된다.

특히 불법으로 벌목하거나 훼손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결국 ‘보호수’라는 명칭은 나무에 대한 벼슬을 의미한다. 무명의 고목(古木)나무는 우선 보호수라는 작은 벼슬을 얻으려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나무를 심는 것보다 이미 심어진 나무를 가꾸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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