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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윤자 수필가
  • 승인 2017.06.1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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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맹자님께 여쭤보았다. 하느님께서는 여전히 왼쪽 뺨을 내놓고, 부처님은 마음을 비우라고 하시니, 공자님 맹자님께는 가다 말았다.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니 왼쪽 뺨이 아프다. 부처님 말씀대로 비우니 배가 너무 고파 찬 냉수를 한 사발 마셨다. 공자님 맹자님께 가보아도 너 하기 나름 이니라 하시며 별다른 방편이 없으실 것이 아닌가? 결론은 ‘공자님 맹자님 다 알겠어요. 모두 이 소녀 탓입니다.’ 일 것 같다.

오늘도 참 지루한 날이었다. 그래도 문밖에서 무례하게 기웃거리지 않고 내가 기다릴 때쯤 찾아와 주는 안개 와 꽃구름도 다녀갔다. 5월의 백화요란(百花擾亂)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이다. 멀리서 골바람이 조심조심 노크해주는 저녁이 왔다. 지금 책상 위에는 낡은 시집 한 권과 쓰고 지우고, 다시 써 보는 추레한 공책 한 권, 그리고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아주 만족하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것들이 내 마음을 표현해가고, 조금씩 발전해 가고 있지 않을까? 자부하고 싶다. 나의 조각조각 꿰맞추어 어설프게 쓴 소설도, 맞지 않는 퍼즐을 찾아달라는 응석도 받아준다. 멀리 날려 보내달라고 말하지 않아도 눈으로 답해준다. 친구들의 격려로 낚은 사연이 어디론가 갔다.

요즘 눈요기 귀 요기로 바쁘다. 눈요기 귀 요기이면 어떤가? 하나를 알면 사물을 판단하는데 둘을 옳게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마음부터가 교만이고 자만일지 모른다. 그럴 수 록 부처님 팔정도(八正道)의정견(正見)이라도 명심하자. 그러나 마음속 가슴속을 손가락이 따라주지 않는다. 교만해지고 자만하지 말자고 손가락을 타이른다. 흑백논리도 너무 따지지 말자. 나부터 평안하고 즐겁고 공감하는 자세를 갖자. 행복한 길, 아름다운 길을 추구해 보자. 어쩐지 부끄럽다. 고희를 지나 희수를 맞는 처지에 철이 나는 것도 아니고 이제 망년기가 있나 보다. 그러면 어떤가! 잠간의 반성도 아니 하는 것 보다 마부위침(磨斧爲針)을 이룰 수도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서 사랑을 받고 싶다. 지금은 내일의 연결 고리이다. 오늘 밤을 끌어안아야 내일도 있을 수 있다.

아참! 내가 잊을 번 하였다. 토요일 가족이 다 모인다니 가족 맞을 준비 말이다. 손자 손녀에게는 그래그래 할머니, 며느리 모시기에 준비를 해야 한다. 아들을 위하여 웃음과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일자로 꾹 다물어 옆으로 퍼진 입술도 내일은 거울을 보며 웃어 둥근 입술로 만들도록 해야 하겠다. 자식을 위하여 이렇게 노당익장(老當益壯)을 보여주자. 거울을 보며 히죽히죽하는 내 모습에 남편의 핀잔이 눈에 선하다. 이렇게 노력하는 마누라에게 박수를 치면 사랑을 받지 않나? 눈을 흘기죽 거리는 내 모습도 그렇고 그렇다. 사위도 온다고 하니 조신하고 정갈하고 정답게 맞을 준비를 하고 싶다. 남편도 이발하고 목욕을 한다고 한다. 그러는 남편의 얼굴에도 생기가 돈다.

물김치도 담고, 딸이 좋아하는 오이지가 숙성은 됐는지 확인도 해보자. 고기를 좋아하는 손자들에게 먹이려 푸줏간에도 다녀와야겠다. 내일 동녘은 눈부시겠지! 소망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면서 잠이 잘 올 것 같다. 이렇게 억지로 맞추어 문예아카데미 습작까지 써 놓으니 마음은 더 홀가분해진다. 지도교수님께서 좋아하실 것이다. 토요일은 기다려지는 요일이다.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맹자님 잘 알겠습니다. 어느덧 나는 선한 나를 만들었다. 잠시 또 나의 인생도 성공시켰다. 나를 반성하고 다짐하는 하루를 이렇게 기록해 본다. 그러므로 내일부터 하루 일과가 경쾌하게 지나갈 것이다.

이윤자<수필가·홍성도서관 문예아카데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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