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4>
홍성출신 이정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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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4>
홍성출신 이정록 시인
  • 글=한기원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6.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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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출신 이정록 시인

박재삼문학상 수상한 이정록 시인, 시집 ‘까짓것’ 출간

 

이정록 시인.



독특한 시선으로 일상적인 것에서 소재를 찾다
또 다른 중심과 만나려는 개성적인 세계관 눈길
시집 ‘까짓것’, 청춘들에게 보내는 시인의 응원가
이정록 시인, 우연으로 시작해 필연의 꿈 이루다

 

이정록(53) 시인은 서정시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시인 가운데 주목받는 한명이다. 그의 시는 일상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상적인 것에서 소재를 찾지만 독특한 시선을 바탕으로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은 구체적인 체험을 소재로 삼고 있어 구태의연하지 않고 실감을 준다. 이정록 시인은 홍동면 대영리 황새울에서 태어났다. 황새울은 그가 중학교 2학년이 돼서야 전기가 들어왔을 정도로 벽지인 곳이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벽지였던 탓에 어릴 적에는 수렵채취가 전문인 자연인이었죠. 당시 몸으로 부딪힌 많은 체험들이 언어의 살갗을 쓰다듬고 보듬는데 보탬이 된 것 같습니다”라고 했었다.

 

■이정록 시인, 7월 8일 박재삼문학상 수상
박재삼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5월 13일 예심을 통과한 10편의 시집 가운데 지난 6월 3일 본심 심사를 통해 이정록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을 수상작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번 박재삼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예심위원(유성호 평론가, 이영광·장만호 시인), 본심위원(김명인·이하석 시인)으로 구성해 시력 20년 이상 된 시인이 2016년 출간한 시집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심사위원회는 “박재삼 시인은 세상살이의 정한(情恨)을 절제된 문맥으로 되살려낸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 시인”이라며 “그는 풍경과 언어가 시적 비유로 통합돼 새롭게 확장된다는 사실을 우리말의 창조적 활용이나 전통시학의 재발견을 토대로 실현해보였다”고 설명하고 “이정록 시인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은 시인의 표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들’의 환한 표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순간의 방심 위에 얹히는 영롱한 시의 모습이기도 했다”고 평했다. 본심 심사위원인 이하석·김명인 시인은 “이정록 시인은 시가 생의 허기 속에서만 똬리 트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무르녹는 풍상을 통해서도 흘러넘친다는 것을 수많은 가편(佳篇)으로 증명해 보였다”며 “때로는 능청스럽기조차 한 그의 물활론적 세계관은 우리 서정시의 또 다른 중심과 만나려는 시도로서도 충분히 개성적이다. 특히 수상작이 된 시집에서도 이러한 성취는 두드러지는 바, 일찍이 박재삼 시인이 추구한 해맑고도 아련한 살림의 시학을 정통으로 이어받고 있다”고 수상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제5회 박재삼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7월 8일 오후 4시 경남 사천시 박재삼문학관에서 박재삼문학제추진위원회(위원장 김경숙)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다. 제19회 박재삼문학제는 오는 7월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박재삼문학관 일원에서 개최되며, 7일 전국 학생 시 백일장, 8일 청소년문학상 결선, 일반부 백일장, 박재삼 시 암송대회 결선, 세미나, 문학의 밤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한편 박재삼 문학상 역대 수상자는 제1회 이시영 시인을 시작으로 이상국, 이문재, 2016년에는 고영민 시인이 수상한 바 있다.



 

이정록 시인의 시집 ‘까짓것’.

■이정록 시인이 보내는 청춘응원가 ‘까짓것’
이정록 시인의 시집 ‘까짓것’은 ‘창비청소년시선’ 아홉 번째 권으로 공부보다는 다른 쪽에 관심이 더 많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시집이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대학 입시와 공부에 관심을 가지길 원하지만 청소년들에게 공부는 중요하지 않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모습을 말하고,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자신의 사랑을 노래하기를 원한다.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른들의 시선이 아닌 나를 나답게 하는 것, 바로 ‘나’를 찾는 것이다. 시인은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59편의 시에 담았다. 입시라는 테두리 너머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녹록하지 않은 ‘오늘’을 사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프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 가운데 특유의 발랄함을 가득 담고 있다.

어른들에게 청소년은 항상 ‘학습하는 자’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까짓것’에서 청소년들은 공부보다는 다른 쪽에 걱정과 관심이 더 많다. 어른과 아이들의 소통은 그렇게 어긋난다. 그런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그들의 잣대를 들이대 문제아로 규정한다. 그래서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아프고 시리다.

‘까짓것’은 위트와 해학이 넘치는 이정록 시인의 청소년시집이다. 시인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른들의 시선으로 청소년을 평가하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꼬집는다. 나아가 33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뒹굴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넨다. 어른들의 편견과 선입견에 놓인 청소년들,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 가정 문제로 방황하는 청소년들, 사랑하고 이별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시집 곳곳에 담았다. 청소년 스스로 그들 내면의 목소리를 듣길 바라고, 주변을 걷어 내어 자신의 본 모습을 찾길 바라는 시인의 응원이 함께 한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시선은 편견과 선입견일 뿐이다. 아이들은 단지 끝까지 지키고 버텨야 할 것들 때문에 자신들의 날개로 덮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원하는 진로, 대학 입학은 잠꼬대와 같다. 아이들은 날개 한두 쌍 꺼내기 위해 꿈틀거리고(벌레, 34쪽), 부서질 채비를 마치고 어디든 날아가고자 한다(플라타너스나무 아래에서, 41쪽). 아이들은 그저 누군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기를 바란다(이름을 불러 줄 때까지, 84~85쪽). 이 시집에서는 이렇게 오늘날 청소년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이정록 시인은 시집 ‘까짓것’ 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물두 살, 처음 교단에 섰을 때에 아이들은 연둣빛이었다. 나는 하양, 빨강, 파랑, 노랑 분필로 봄과 여름을 노래했다. 삼십 년 하고도 삼 년째다. 아이들은 여전히 연둣빛이다. 분필도 똑같은 색깔이다. 하지만 칠판 가득 판서를 하고 목청을 돋우다 보면 분필이며 손가락이 새까맣게 탄다. 이 시집은 그 세월을 나와 함께한 토막 분필과 몽당연필에 대한 반성문이다. 내 절망과 아이들의 초록빛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이정록 시인은 “여섯 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갔다”며 “동네의 잔 주먹을 피해 조기 입학했으나, 더 많은 떼 주먹이 기다리고 있었다. 꼴찌에 외톨이였다. 하지만 하굣길에는 아이들이 상냥해졌다. 내 책가방에 몰래 잔돌을 넣기 위해서였다. 어머니가 그 잔돌을 모아 추녀 밑에 깔았다. ‘큰애 덕분에 큰비가 와도 마당이 파이지 않겠네.’ 어머니는 혼내지 않으셨다.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스승의 날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원망의 글짓기로 입선을 했다. 국어 선생님이 고마워서 매일 국어사전을 쓰다듬었을 뿐인데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미술을 하고 싶었으나 냉철한 아버지의 반대로 무산됐다. 고등학교 입학만도 과분한 축복이었다. 상과, 문과, 이과를 옮겨 다녔다. 어쩌다가 학급 글짓기 대표 선수로 뽑혀서 내키지 않는 글쓰기를 일삼았다. 공장에 다니는 누님한테서 만해 한용운 시집을 선물 받았다. 사랑스러운 ‘님’이란 말에 빠져서 홍성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인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이정록 시인은 196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다. 금당초, 홍동중, 홍성고(35회), 공주사대를 졸업하고 홍성여고, 아산시 설화고 등에서 한문교사로 재직했다. 열아홉 번의 낙선 끝에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농부일기’,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혈거시대’ 등의 시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풋사과의 주름살>, <의자>,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등 아홉권의 시집을 냈다. <콧구멍만 바쁘다> 등 3권의 동시집, <귀신골 송사리>, <십 원짜리 똥탑>, <대단한 단추들> 등 4권의 동화책, 산문집 <시인의 서랍> 등을 펴냈다. 어린이책 <똥방패>, <대단한 단추들>, <지구의 맛> 등을 펴냈다. 2001년 제20회 김수영문학상, 2002년 제13회 김달진문학상, 2013년 윤동주문학대상, 2017년 제5회 박재삼문학상을 받았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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