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잔 술을 불순물이 있다고 버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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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잔 술을 불순물이 있다고 버릴 필요는 없다
  • 한혜원 전문기자
  • 승인 2017.07.0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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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건강상식365 <6>

술집에 가보면 병마개를 따고 난후 한잔쯤 술을 버리고나서 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술은 병에 담아 오랫동안 저장하면 술 속에 포함되어 있는 불순물이 분리되어 위에 뜨기 때문에, 한 잔쯤의 첫잔 술은 차라리 버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특히 알콜의 발효 과정에서 생겨나는 메틸알콜과 휴렐유 같은 불순물은 주정분인 에틸알콜과 분리되어 술 위에 뜨게 되므로, 술의 윗부분은 버리고 드는 것이 악취를 방지하는데 좋다고 한다. 물론 술을 빚을 때 미량의 메틸알콜이 생겨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에틸알콜과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 물속에 기름을 섞으면 흔히 기름이 물 위에 뜨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중의 차가 있는 용액을 서로 섞으면 비중이 낮은 것이 위로 몰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두 가지 내지 세 가지 용액이 완전히 녹아 버린 경우엔, 비록 개별적으로는 비중이 다르더라도 그 중 어떤 성분이 위에 뜬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더욱 메틸알콜의 비중은 0.792이고 에틸알콜은 0.789로 그 차가 극히 작고, 완전히 용해된 상태이기 때문에 메틸알콜이 유독 술 위에 뜰 가능성은 없다. 바닷물 속에 용해된 염분이 위나 밑이 다 같은 것과 마찬가지로, 술은 완전히 용해된 상태이기 때문에 불순물이 위로 떠오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불순물이 완전히 용해되지 않고 섞여 있다면, 그 비중의 차에 따라 가벼운 물질이 술 위에 뜰 가능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 술을 든 후 이튿날 아침에 머리가 아픈 것은 메틸알콜이나 방부제 같은 불순물 때문이기보다는 오히려 술을 들면 몸속에 생겨나는 아세트알데히드 때문이다. 물론 아무렇게나 여러 가지 향료와 재료를 알콜에 섞어 만든 것 이라면 몰라도, 정식으로 정부 기관에 의해 허가를 받은 술 속에는 여러 성분이 들어 있더라도 완전히 용해된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불순물이 위로 모일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한두 잔의 술을 꼭 버려야만 직성이 풀린다면 할 수 없지만, 술이 아깝다고 생각된다면 구태여 첫잔 술을 따라 버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글·삽화=한혜원 전문기자

<이 기사와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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