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랄 땐 안 내리더니… 이번에는 곳곳에 침수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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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랄 땐 안 내리더니… 이번에는 곳곳에 침수피해
  • 이국환 기자
  • 승인 2017.07.13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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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성 집중호우’… 낮과 밤 기온차로 야행성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고추하우스 안에 물이 고여 농작물 피해를 입은 모습.

지난 3~4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폭우가 내려 농가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번 폭우는 게릴라성과 야행성을 동시에 띤 집중호우였다. 강수량에서도 지역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중부지역의 경우 장마가 시작된 지난 1~10일 합계강수량 227.2㎜을 기록했지만 남부지역의 경우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95.2㎜에 그쳤다. 제주지역의 경우는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58.1㎜로 남부지역보다도 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강수량에서 지역 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대기 불안정’의 영향이 크다. 원래 장마전선은 동서로 길게 누워 있는 형태를 띤다. 장마 전선을 만들어내는 두 기단이 남북으로 세력 균형을 이뤄 동서로 긴 전선이 형성될 때 장마의 지속기간도 길어지고 비가 내리는 범위도 넓어진다. 그러나 올해는 기단 사이의 균형이 깨졌다. 올해는 북쪽 기단이 강해 장마전선이 동서로 길게 눕지 않고 남북으로 서있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 기단의 불균형으로 생긴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밤에 더 강해지는 야행성도 띠었다. 낮에는 지상에 뜨겁고 습한 공기가 유입돼 비가 잘 내리지 않지만, 밤에는 급격히 기온이 떨어져 지면과 대기의 온도차로 구름이 급격히 발달하기 때문이다.
 

배수로가 빗물을 제대로 흘려보내지 못할 정도로 한꺼번에 비가 쏟아져 하우스 앞에도 빗물이 고여있다.


홍성군도 이번 폭우로 곳곳에 침수피해를 입었다. 특히 금마면의 한 양계장은 종계 1000마리가 폐사되는 피해를 입었고, 510평 규모의 고추하우스가 빗물에 잠기기도 했다. 두 사례 모두 수로가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빗물이 넘친 게 이유였다.

직접 현장을 찾아가 수로를 살펴보니 제대로 정비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주변 토사가 수로 안쪽으로 흘러들어가 있는가 하면, 물을 흘려보내는 교각의 구멍 크기가 작아 이번 같은 폭우가 다시 발생하면 제대로 흘려보낼 수 있을지 의심됐다. 구멍 크기는 고사하고 토사가 구멍에 쌓여 물을 제대로 흘려보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다. 폭우가 내린 것은 지난 3~4일이었지만 일주일이 지난 10일에도 교각의 구멍에는 토사가 목까지 차있었다. 타지 사람이 버린 쓰레기와 포대자루 등이 흘러와 쌓인 것도 문제였다.

이번 고추하우스 침수피해를 입은 귀농인 A씨는 빗물에 오염된 고추의 상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수로가 저만치 떨어져 있고 수로의 높이도 상당한데 빗물을 제대로 흘려보내지 못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이번 같은 폭우가 또 한 번 내리면 고추 농사를 접어야할 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사실 이는 금마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10일 기준 군의 농경지 피해는 2만 906㎡, 농작물은 1만 497㎡, 가축입식 1000마리의 피해를 입었다. 피해 건수는 홍북면이 1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홍동면 8건, 금마면 7건, 홍성읍 5건, 갈산면 1건, 결성면 1건으로 밝혀졌다. 피해 금액은 약 2491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집중호우는 이번만 대두된 게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최근에 일어난 현상으로 알고 있지만 게릴라성 집중호우의 양상은 1998년부터 드러났다. 1998년에는 게릴라성 호우로 인해 384명 사망이라는 막대한 인명피해와 12만 2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게릴라성 호우의 양상은 2001년, 2002년, 2004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11년, 2013년, 2014년, 2016년에 걸쳐 계속해서 나타났다.

이번 게릴라성 집중호우 피해로 인해 앞으로의 대책이나 계획이 있을까 궁금했지만, 군 관계자는 “기상청 예보에 발 맞춰 움직이고 있으며 폭우가 올 때마다 펌프를 돌리기도 한다. 피해가 발생하면 대처하고 있으며, 그 이외에 집중호우에 대한 별다른 대처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여전히 예측하기 힘들며, 기상청 또한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즉, 기상청 예보에 발 맞춰 움직이는 건 늦다 것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지자체뿐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나서야할 일이다. 내년에도 이런 게릴라성 호우가 발생하면 군민들이 또 어떤 피해를 입을지 걱정이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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