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의 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변신한 ‘장항미곡창고’
상태바
서천의 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변신한 ‘장항미곡창고’
  • 글·사진=한기원 기자
  • 승인 2017.10.30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용도 폐기된 공공건축물의 재활용 방안 〈2〉
발상전환의 힘이 무섭다 . 일제시대 일본의 수탈을 위해 사용됐던 미곡창고가 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공공건축물재활용,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경제사회적 문제 보완
도시재생과 스토리 입히는 과정에서 주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쌀 저장창고 보수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만드는 공간재탄생
서천 장항읍 ‘미곡창고(美曲唱考)’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건축물의 공간은 문화와 시대적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건축물의 공간이 가진 문화적, 시간적 특성은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배경이 돼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의 도시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상실된 건축물은 그 가치 또한 상실하는 문제점을 야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옛 건축물은 물론 일제강점기의 건축물에서도 당시의 역사와 문화를 되찾는 일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 지속돼야 할 일이다. 1960~70년대에 개발 붐을 타고 신축된 건축물들은 40여년이 지난 현대에 이르러서는 노후 건축물로 전락했으며, 도시 속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며 재정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역사적 공공건축물의 보존을 위해 현대에 이르러서는 리모델링 등을 통해 재활용하는 등 건축물의 가치를 찾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서부터 존재해오던 옛 건축물들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현대의 도시재생이 성과를 거두며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공간이 가지는 본래의 가치를 유지해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 생성되는 공간이 가진 장소적 특징, 성격, 의미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노후 공공건축물의 공간 재활용은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이는 도시에 존재하는 노후 공공건축물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내포한 흐름에 의한 역사적, 장소적 특성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의 도시재생사업은 과거 하드웨어 측면인 재건축, 재개발에 초점이 맞춰 있는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강조하며 감성, 참여를 키워드로 삼고 있다.

주민들의 참여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그 이야기를 통해 생산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도시재생은 오히려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옛 미곡창고였던 건물 지붕에 철근구조물 등 보수를 거쳐 지금의 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재탄생됐다.

■장항미곡창고, 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변신
도시재생에서 주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왜 폐건물을 보존해야 하는지, 그 건물을 유지함으로 장항이 어떤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지, 주민들과 함께 이해해야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탄탄하게 다져질 수 있다. 또 이곳에 스토리를 입히는 과정에서 핵심도 역시 주민들이다. 조금 더디더라도 참여식 재생방식은 쌍방향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며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실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장항선 철길의 종착지로 80여 년간 주민들과 고락을 같이 했던 옛 장항역사를 중심으로 도시재생을 위한 프로젝트가 실행되고 있다. 옛 장항역 주변은 2008년 1월 장항선 개량화사업으로 종점이 전북 익산시로 옮겨 가면서 공동화 현상과 함께 숨죽인 회색도시가 됐다. 이런 장항이 최근 새로운 문화예술 도시로 탈바꿈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침체되고 있는 장항지역을 재생하기 위해 읍내에 산재한 낡고 오래된 삶의 공간과 문화예술 콘텐츠를 융합한 새로운 지역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장항읍 활성화 사업은 도심 곳곳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꾸미는 게 핵심인데, 그 대표적인 곳이 장항읍의 문화예술창작공간 ‘미곡창고(美曲唱考)’다. 일제시대 일본으로 실어갈 쌀을 저장하던 창고를 보수해 지역주민과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드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미곡창고가 문화예술창작공간의 내부모습. 기둥에는 이 곳의 소유주가 바뀔때마다의 날짜가 기록돼있다.

장항미곡창고는 근대 이후 장항의 역사 흔적을 아직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의 한 곳이 1936년에 건축된 물양장 앞에 있는 ‘미곡창고’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가져갈 쌀을 저장하던 미곡창고는 나름의 역사적 의미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7월 1일 근대문화유산으로 독특한 건축기법과 역사·교육적 자료로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591호로 지정됐다. 근대문화유산인 장항 미곡창고는 연면적 9만8001㎡로 지난 2012년 공장미술제를 시점으로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 됐으며, 지난 2013년 서천군이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리모델링해 활용되고 있다.

2014년 인형극단, 연극패, 전시팀 등으로 구성된 지역예술인들에 의해 시범사업을 거쳐 2015년 4월 인형극단 ‘또봄’이 서천군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공연, 전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카페, 다목적 홀(공연장), 전시장, 회의실 등이 갖춰져 있다.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은 오전 10시~오후 5시. 일·월요일은 휴관한다.


 

미/니/인/터/뷰 -  서천문화예술공간 이애숙 대표

서천문화예술공간 이애숙 대표.
▶서천문화예술창작공간의 설립추진 과정은?
지난 2012년 공장미술제 전시 페스티벌을 하면서 군에서 매입을 마음먹고 문화예술 행사를 했다. 2013년에 공간을 건축해서 2014년에 시범사업으로 서천에 있는 예술관련 그룹들을 묶어 여기서 시범사업을 했다. 그때 미술과 관련한 팀과 제가 인형극단 ‘또봄’ 등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시범사업으로 전시 공연, 체험, 여기서 1년여 동안을 했다. 그런 다음 군에서 이 공간을 위탁 공모를 했다. 당시는 이 건물이 인지도가 낮을 때였고, 건물이 비가 새는 등 열악한 건물이었는데, 많은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공모에 응한 팀이 한 팀 밖에 없었기 때문에 위탁을 받아 3년차 운영했다. 2015년에 건축물이 등록문화재가 됐다.

▶문화예술인들의 참여,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태에서 공간을 운영해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1년차에는 공연을 주로 했다. 새롭게 주민들에게 다가간 것 같다. 2년차에는 이동백 서천출신 중고제 판소리 대가 공연, 전시회 등을 개최하면서 여기가 서천과 관련한 문화활동을 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가지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3년차에는 서천지역 작가를 전시 쪽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고, 전시공간이 마땅하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역예술인들과 연계했고, 공연도 외부공연 한편을 하면 지역내 공연팀이 한 달에 한 번씩 공연을 하면서 지역민들이 문화예술창작공간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됐다. 3년차부터는 지역의 행정에 관련된 분들이나 지역주민들이 좋다는 관심을 가지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고 호응이 높았던 프로그램은?
인형극 어린이가 갈 만한 곳이 없었는데 3년 동안 인형극을 하다보니까 처음에는 지인이 왔는데 지금은 지역주민, 주말에는 단체에서 많이 온다. 노인요양원 등은 무료로 한다. 군에서 1년에 1억 5000만원, 운영비와 인건비로 9000만원을 지원한다. 인형극은 기본이고 호응이 많았던 것은 유명한 분들의 공연, 농촌지역이다 보니 수준 높은 공연으로는 레몬버킷(오케스트라)-유진규 마임공연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서천문화예술창작공간이 지역공동체에 끼친 영향은?
지역작가들의 전시회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작가를 교체해 전시하며, 일 년 내내 전시(준비기간 3~4일) 연중무휴로, 외부작가 지역작가 할 것 없이 스케줄이 짜여 있다. 가운데 공연장에서는 인형극을 한다. 지금은 소규모 청소년 밴드, 지역 전통팀, 플라멩코 팀 등을 유치해서 작은 소규모 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을 코앞에서 하니 군산지역 주민들도 오고 타 시군의 부러움을 사고 있으며, 호응도 좋다.

▶앞으로의 계획 등은?
문화예술창작공간 미곡창고를 연계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미곡창고가 중심인 문화벨트, 미디어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부정적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인식 개선이 많이 돼 주위에 문화예술공간을 만들어 연계를 하는 방안을 구상하면서 활성화 방안을 찾고 있다. 1년에 8000~9000명이 방문하고 있어 활성화 기미가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다. 한계점과 과제라면 이곳 하나만 존재하니 눈에 띄는 건물도 아니고 여기에 들어오는 분들이 많지 않지만 일단 들어오면 만족한다. 주위에 인프라가 없는 것이 한계다. 건물자체로 보면 복합공간으로 운영하지만 전시공간으로서의 전문성, 공연장으로서의 시설요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도 한계다.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투자가 필요할 것 같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