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폐건축물의 재활용 활력 찾아 꽃 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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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폐건축물의 재활용 활력 찾아 꽃 핀 변화
  • 글·사진=한기원 기자
  • 승인 2017.12.0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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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폐기된 공공건축물의 재활용 방안 〈6〉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104번지 아트센터. 사진은 서커스를 연습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모습.

프랑스 파리는 아름다웠다. 스쳐지나가는 풍경도 ‘낭만적인 예술의 도시’라는 느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오래된 공공건축물을 재활용한 공간은 지역 예술가들의 공방과 갤러리, 아트숍, 카페 등이 있는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들이 특징적이다. 슬럼화 됐던 지역이 휴식과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철거하자는 건축물들이 리모델링을 거쳐 재탄생되자 주민들의 삶도 점차 변화했으며, 주변의 지역은 서서히 활력을 되찾았고,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관광효과를 올리게 됐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했다. 폐건축물의 재활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의 가치는 올라갔던 것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르세미술관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르세미술관은 1814년부터 1914년까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인상파를 비롯해 상징주의, 자연주의 등의 회화, 조각, 사진, 장식 등 근대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층은 3개의 층이 있으며, 예전에 기차역으로 사용하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건물 전체가 거대한 미술공간으로 느껴진다. 아르누보 양식의 웅장한 건물인 오르세미술관은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건축가 빅토르 라루(Victor Laloux)에 의해 만들어진 철도역이었다. 오를레앙 철도의 종착역이었는데 철도의 전자동화에 따라 플랫폼이 비좁아지게 되어서 점차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 이후 건물의 용도를 다양하게 바꾸어, 호텔이나 극장 등으로도 이용했고, 철거하자는 의견도 대두됐다. 허물어질 뻔했던 이 건축물은 ACT건축그룹에서 리모델링 실시, 1986년 미술관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개조 작업은 본래의 건축 구조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진행됐고, 유리 돔을 이용한 자연광과 컴퓨터에 의한 인공조명을 효과적으로 조화시켰다. 그리고 국립 주드 폼 미술관에 전시돼 있던 작품들이 이곳으로 옮겨지게 되면서 오르세 미술관으로 태어났다.

오르세미술관은 대부분 1848년부터 제2차 세계 대전 전인 1914년까지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 특히 인상주의나 후기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 등이 유명하다. 또한 아카데미즘 회화도 다수 소장하고 있다. 회화나 조각뿐만 아니라 사진, 그래픽 아트, 가구, 공예품 등 19세기의 예술작품을 폭넓게 전시하고 있으며, 5층의 야외 테라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전경 또한 매우 아름답다. 프랑스 파리에서 재활용된 공공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사례로 꼽힌다.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오는 구조로 별도로 조명이 필요 없는 메인공간은 조각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림과 작품들은 직사광선을 피해 안쪽으로 위치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104번지 아트센터(Le CENTQUATRE)
르 쌍캬트르는 주로 소외계층에게도 평등하게 문화적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프랑스의 문화정책에 힘입은 곳이다. 파리는 20개의 구로 나눠져 있으며, 그 중 19구는 다른 구역보다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실업자와 청소년 보호소가 가장 많은 빈민층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슬럼화된 지역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도심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Le 104’는 1873년에 지어진 시립장례식장을 개조해 200여명의 예술인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역주민과 예술가의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2008년에 복합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전 세계의 대중과 예술가들의 거주, 생산, 유통의 공간이고 예술적 협업의 플랫폼을 추구하며, 파리에서 처음 생긴 ‘종합예술 창작소’로서 혁신과 독특한 실험적 영토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e 104’는 3만9000㎡ 규모로 시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이태리 작가의 네온사진 작품으로 입구가 꾸며져 있다.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두 개의 큐리알 홀(Curial hall), 오베르빌리에 홀(Aubervillier hall)을 중심으로 좌우에 사무실, 아마추어들을 위한 공간, 문화기업양성소, 아동을 위한 공간, 전시실, 아뜰리에, 서점, 상업공간(레스토랑, 카페, 중고판매매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듯 시각예술, 미술. 무용, 서커스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위해 지원하고 있으며, 예술과 관련해 창의적인 활동을 펼치기 위한 사업초기 지원사업인 ‘인큐베이터 사업’을 실시중인데, 2012년부터 사업이 시작됐다.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는 아트센터이면서 작가들의 거주공간이기도 하다. 다른 아트센터와의 차이점이라면 연습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장소를 내준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밖에도 ‘콘티뉴아 스페어 앙상블’은 말들이 들어와 머물던 정거장(마굿간)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1년에 550만 명이 이곳을 찾고 있으며, 1년 예산은 1400만유로 이다. 매주 토요일에는 유기농상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운영되기도 한다. 전시뿐만 아니라 연습실로도 항상 공간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카린 아통시아 씨의 설명이다.

이곳은 2008년 개관 이후 문화협회가 생겨나고 상업시설들이 생겨났다. 공간을 활용하는 사람 80%가 이 지역사람들이다. 특별히 공연, 연극 등 파리 전 지역에서 오지만 그밖에 80%는 지역주민들이다. 90명 정도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기술자나 작가 포함하면 120~130여명 정도 된다. 파리 이외의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으나 훨씬 성공적인 사례로 접근성과 활용성이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다.<끝>

미/니/인/터/뷰 -  ‘아퓨어(APUR)’크리스티앙 블랑코 건축가
프랑스 파리의 도시계획을 담당하는  ‘파리도시계획연구소(APUR)’는 70~9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으며 50여년이 됐다. 이곳은 행정업무를 보는 곳이 아닌 연구단체다. 파리시에서는 독립·독점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시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 9000만유로 예산 중 6500만 유로는 시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기업 등의 지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독립된 연구와 분석을 하는 단체(기관)로 정책이나 정권교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파트너 기관 25개에 이르며, 연구요청이나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파리시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는 건축물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그 때부터 활용 계획이 시작됐다.

1960~70년대 파리시내의 개발이 활발해졌다. 당시엔 재건축이 활발했는데 창고나 역사물 등이 그 시절 많이 사라졌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일어나면서 재활용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까지 재래시장으로 사용됐던 파리 시내의 레알이라는 쇼핑센터의 재개발 얘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그때부터 도시재생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도살장 등 역할을 읽은 곳들이 파리 시내가 포화되면서 외곽으로 이동하게 됐고, 그 자리가 비게 되면서 용도를 잃고 방치됐다.

1968년 파리학생운동이 퍼지면서 ‘레알’시장부터 시작됐다. 1981년 프랑수아 대통령 임기 전, 건축물 재활용에 대한 정책을 제시했고,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 시기 공공건축물 재활용에 대한 국제공모를 내기 시작했고, 재활용을 실시하기 전 그 장소를 개방해 활용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참고했으며 1980~90년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이 진행됐다. 이후 국가의 매우 중요한 정책이 됐다.

초창기 아퓨어 맴버가 도시재생을 담당했고 당시 장관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리옹역 근처 고가다리 아래 공간을 막아 사무실이나 작업실, 공방, 가게 등으로 활용하고 고가 위 약 2km정도를 녹지공간으로 조성해 시민들의 산책로로 재활용된 ‘비아듀 공원’은 지역분위기를 활기 있게 만든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다.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기에 공기업 등에서 지원하며, 주도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00년대 베르트랑 블라노에 파리시장으로 인해 전반적인 파리 시내 도시정비사업이 실시됐다. 소외지역으로부터 개발하기 시작했고, 이미 시 소유의 건물이 많아지면서 재활용이 수월했다.
현재 파리 시내에는 개발이 안 된 건축물은 거의 없고, 외곽에는 아직 매우 많다. 아퓨어는 지금까지 파리에서 10개정도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했다. 예전엔 문화적으로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됐지만 요즘은 수익사업으로 활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어떤 곳은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닌 시민들이 그 건축물과 밀착돼 있어 재건축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 재건축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이익인 경우도 있지만 재활용을 우선적으로 한다. 그런 이유로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인 부분보단 사회적인 부분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재건축으로 되면 절차도 까다롭고 합의하고, 부수고, 다시 짓는 등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재활용의 형식이 더욱 효과적이다.

시와 정부가 입장차이가 있었던 사례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본적으로 지방분권이 잘돼 있어 시에서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정부에선 단기적인 사업을 보통 진행하기 때문에 정부와 시가 부딪치는 것은 결국 돈 문제”라고 답했으며 ‘조언해줄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떻게 사용하고 활용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보아야한다”는 답에서 공공건축물의 재활용에 직면한 우리나라의 실정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담기게 만들었다. <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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