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소양과 학생자율자치의 대명사, 홍성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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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소양과 학생자율자치의 대명사, 홍성여고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7.11.25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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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 충남교육청 혁신학교 지정
지난 4월 홍성여고 학생들의 세월호 추모 플래시몹.

“까르르~오늘 점심 수육이야?”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는다는 여고생들이 삼삼오오 급식실로 향한다. 삼선슬리퍼에 검은색 추리닝 바지를 입은 여학생 4명이 식판을 들고 교실로 향한다. 급식실에 자리가 없다는 이유를 대지만 친구들끼리 오붓한 점심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1953년 개교한 홍성여자고등학교는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 그러나 농촌 인구의 감소와 홍성고등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되고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잠시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였다. 지난해 홍성여고는 충남교육청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많은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먼저 교사들의 업무를 대폭 축소했다. 담임선생님의 경우 연 4회 이상 상담과 학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 교사와 학생들의 관계를 밀착시키고, 교사학습공동체를 운영해 교사들의 학교근무 만족도를 향상시켰다.

학생들 또한 공부만을 강조하는 학교가 아닌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마을이 학교다’라는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학생자치문화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 간 쟁점사항을 주제별 참가 토론을 통해 투표로 결정한다. 모발염색, 매니큐어, 화장 등을 자유롭게 결정하고 학생들 스스로 선택하지만 정작 과도하게 염색을 하거나 진한 화장을 한 학생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 학생들 스스로 십대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기 위해 학생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인문사회 답사, 소통하고 공감하는 소향아카데미, 소향인문학 아카데미 등을 운영한다. 특히 지난해 전라남도 광주 답사를 다녀온 학생들이 학생독립운동UCC공모전에서 직접 제작한 영상이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과학탐구력 신장 프로젝트도 운영한다. 중앙과학관, 지질박물관 탐구체험, 수리연구소 체험 및 토론, 자연과학 아카데미, 기생충 박사 서민 교수 초청아카데미 등을 통해 미래 과학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급식실에서 배식을 받고 있다.

홍성여고는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 학생들이 2개 이상의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는데 매년 12월이 되면 축제를 연다. ‘사랑해 영어’, ‘책사랑’, ‘CAPS 학교폭력단절’, ‘心봉사’, ‘FC여고’ 등 동아리 안에서 미래를 꿈꾼다. 특히 FC여고는 맨땅인 운동장에서 동아리활동 시간과 토요일을 이용해 축구를 연습해 지난 9월에 학교스포츠클럽 도대회에서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마을이 교육이다’라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홍성여고가 위치한 소향리 경로당 어르신들을 찾아가 음식을 대접하고 학생들의 장기자랑으로 즐거운 시간들을 가지며, 학보모와 함께 사회복지시설인 유일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봉사활동 또한 하고 있다.

홍성여고의 ‘참학력특공대’는 지역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찾아가 교육봉사활동을 한다. 특공대는 ‘특별하게 공부봉사로 원하는 대학 가자’의 줄임말로 홍성여고 학생들 중 장래 교대 및 사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조직한 교육 봉사단이다.

매달 1회, 토요일 오전에 홍성내 작은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아이들이 멘토와 멘티가 되어 학습을 하거나 교재와 교구를 이용한 공동체 놀이 등을 진행한다. 홍성여고 학생들에게도 인기지만 작은 초등학교 아이들도 언니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특히 지난 4월 홍성여고의 세월호 추모 플래시몹은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과 격려를 받았다. 학생들 스스로 일주일 동안을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점심시간을 이용, 전교생이 노란 종이로 세월호 리본을 형상화하며 추모곡을 불렀다. 학생들도 잊지 않고 슬픔을 함께 하겠다는 학생들의 간절한 바람이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내년 2월 이전을 앞두고 한창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는 옛 홍성고등학교 전경.

지난해 9월 초에 부임한 유병대 교장은 자신을 “해병대보다 무서운 유병대”라고 소개하며 일일이 교실을 찾아가 부임인사를 했다.

부임을 한 날은 마침 모의고사가 진행되는 날이었고 비까지 내려 운동장에 모두 모이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 이틀에 걸쳐 교실을 돌며 인사를 나눴다.

“우리 학생들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친구처럼 지내는 것, 그것이 제 교육철학입니다”라고 말하는 유병대 교장의 말에서 홍성여고 537명 그 어느 누구 하나 소외된 아이들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소통하는 학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내년 2월 옛 홍성고등학교 자리로 이전을 앞두고 학생들은 기대감에 찬 얼굴로 입을 모아 말했다.

“똥 냄새 안 나서 좋아요~너무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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