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세상은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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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세상은 가정
  • 조승만 <전 홍성읍장·문학박사>
  • 승인 2018.02.2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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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날 아침에 평창올림픽경기에서 스켈레톤이라는 썰매 경기종목에서 윤성빈 선수가 두 번째의 금메달을 안겨줘 온 국민을 환호하게하는 새해선물이 되었다. 썰매를 생각하니 설명절과 정월 대보름날이 되면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과 썰매타고 연을 날리며 뛰어놀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루 종일 연을 날리고, 팽이치고 썰매타기에 열중하다 보면 금방 저녁이 되었다. 그 당시는 집집마다 끼니가 어려워 점심은 보통 고구마로 때우거나 아예 굶고 저녁을 일찍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너무 뛰지 말라고 타이르기도 하셨다. 뛰어놀면 배가 일찍 꺼지기 때문이다.

동네 아이들과 온 종일 놀다보면 이내 배가 쪼르륵 거렸지만 워낙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배고픈 줄도 몰랐다. 저녁에 어른들이 공부하지 않고 놀기만 한다고 혼내는 것이 두려워 늦도록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헛간 등의 짚누리에서 잠을 청하면 어스름한 노을이 찾아와 서성이고 하늘에서는 별빛이 내려와 꿈이 되어주었다. 연을 날리던 추억도 있다. 필자는 누구보다도 방패연을 잘 만들어 날렸다. 연을 만들려면 연살을 만들 대나무와 창호지, 풀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동네는 대나무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이웃동네에 가서 대나무를 베어와 톱으로 자르고 칼로 다듬은 연살에 창호지를 오려 붙여서 연을 만들었다.

그 당시는 쌀밥 구경하기가 힘들었고 보리밥을 즐겨 먹었다. 연살에 창호지를 붙일 밥풀을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설날을 전후해 대보름 사이에 연날리기 놀이를 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바람 부는 날 아이들과 연을 날리는 것이 그렇게 재미가 있었는데 시간가는 줄을 몰랐었다. 보통 대보름날에는 연줄을 끊어 멀리 날려 보내었는데 아마도 액운을 멀리 날려 보내고 새롭게 새해를 맞이한다는 유래에 의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연싸움을 하는 것도 재미있는 놀이였다. 연을 날리다가 상대방 연과 줄을 서로 부딪치게 하는데 연줄이 끊어지는 쪽이 패한다. 연싸움에서 이기려고 유리를 곱게 갈아 풀과 함께 연줄에 입히는 아이도 있었다. 연줄이 빳빳하고 칼날같이 단단해지면 상대의 연줄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팽이놀이는 보통 집주변의 마당과 논에 물을 댄 얼음판 위에서 했다. 누구의 팽이가 오래 도는지 내기도 하고 상대방의 팽이와 서로 부닥치게 하는 팽이싸움도 했던 기억이 있다.

어릴 적 동네 초가흙집은 아무리 추워도 온기가 가득했다. 초가지붕에 쌓인 눈은 둥그런 반달처럼 우아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어둠이 땅위에 내리고 휘둥그레 달빛이 내릴 때 동네 초가집들에서 새어 나오는 등잔 불빛은 희미했지만 가장 평화로운 불빛이었으리라! 호롱불빛 아래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과 자녀들이 오순도순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답고 정겨운 풍경이었던가!

그 속에 진정한 행복과 고귀한 사랑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지금도 추억속의 초가집이 그리워지며 가족의 소중함이 진더움으로 더욱 느껴진다. 동심의 고향은 언제나 가슴이 설렌다. 칙칙폭폭 기적처럼 동심을 울리던 그곳에는 정말 위대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배어 있는 곳이다. 서로 인정해주고 사랑하고 함께 기뻐하는 모습이 살아있는 행복한 세상 바로 가정, 가족인 것이다. 세상만사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새해 새봄에는 가정, 가족의 소중함을 새롭게 새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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