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순간인거야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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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순간인거야 <17>
  • 한지윤
  • 승인 2018.03.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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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이 남편 되는 사람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정자감소 증에 걸려 있었다.
“댁의 바깥양반의 정자는 수도 적고 술에 취해 비틀비틀하고 있는 것이 현미경으로도 보이는군요.”
하고, 한 박사는 임신이 되지 않는 원인을 설명했더니 다른 사람 것이 더 좋겠지만 구하기가 힘들 것이므로 선생님 것으로라도 해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주문이었다.
“자, 다 됐어요.”
박 여사가 큰 쟁반에 간소하지만 소복하게 담은 몇 개의 반찬과 밥을 가지고 왔다. 밤참인데도 남자들은 밥과 국을 몇 공기씩이나 먹었다. 신부에게 맛있는 반찬을 모두 빼앗겼다고 한 박사가 불평을 늘어놓자 마테오 신부는 멍청하게 있는 쪽이 잘못이라고 말을 받았다. 박 여사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한 번 더 김치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갔다.
한 박사는 신부를 마음에 드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이 집은 언제 와도 쌀이 좋아.”
한 박사가 칭찬하며 말했다.
“쌀도 좋지만 김치 맛이 더 좋아.”
신부가 말했다.
“누님. 지금 말은 아첨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신부님 말씀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고‥‥‥ 난 김치도 좋았지만 다시마국도 맛있는데‥‥‥”
한 박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나 취해서 뭐가 뭔지 모르게 될 것 같은데‥‥‥ 누님, 오늘 낮에 내게 무슨 용무가 있으니 꼭 ‘와라’라고 말했잖아요?”
“말했지.”
“용무가 있거든 빨리 말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 취해 버리면 아무것도 모르게 되니깐. ‘네, 그러겠습니다’ 해 놓고도 나중에 책임 못 져요.”

“별일은 아닌데 말이야. 내 친구인 양우석이란 사람의 일인데, 지금까지 아이가 없다나. 단념을 하고 있으나 내가 한 박사의 이야기를 했더니 최후로 한 번 더 꼭 진찰을 받게 해 달라고 부탁받았어. 그 부부 가끔 와요. 그러니 여기 오는 것이 아주 쉬운 일이래.”
“좋습니다. 언제든지 봐 드리지요. 그런데 그 부부 몇 살인가요?”
“둘 다 마흔 여섯인데 실은 남편이 다리가 좀 불편하지. 아주 어릴 때부터라고 하지만 지금 낚시가게를 하고 있지.”
양우석씨 부부는 서로 대학시절의 동창생으로 부인은 다리가 불편한 남편에게 반동정적인 생각으로 결혼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박 여사는 그전부터 이들 부부를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최근에 아는 사람의 소개로 알게 되어 이 벼랑 위의 집에 와서 놀고 간일이 있었다.

“그 부부는 한 번도 의사의 진찰을 받은 적이 없는가요?”
“조금은 있다고 해.”
“조금은‥‥‥”
‘결혼하고 2,3년째 부부가 별도로 진찰을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더래.“
“그럼, 부부생활이 별로 없는 게 아닌가?”
“그것도 보통 정도라던데.”
“잠깐. 그렇다면 견우나 직녀도 아니고 1년에 한 번 아닌 다음에야 꼭 아이는 생겨나는 법인데, 양쪽 다 건강하고 그래도 안 된다면 가망이 없는지도 몰라.”
“왜 그렇지? 지금 양쪽 다 건강만 하다면 반드시 된다고 말했잖아?”
“그런데도 안 되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곤란하다고 한건 아니죠. 확실한 진단을 해 봐야 알지만 간혹 정자 알레르기 같은 사람도 있지요.”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어머!”

“그래도 남자 쪽에 아무 이상이 없다면 부인 쪽에 있을지 모르지. 여자의 체내에 들어가면 알레르기가 일어나서 그것이 정자를 죽이거든.”
“그게 뭐지? 그건 심리적인 것과 관계가 있는 거야?”
“나는 그 방면은 통 무식해서‥‥‥”
“그런 경우에는 전혀 가망이 없는 건가?”
“가망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알레르기를 생기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은 주인과는 성교를 중단해야 할걸요.”
“얼마 동안을?”
“내가 알고 있는 예로 보면 1년 정도, 그 사이에 체질이 변해서 임신한 예가 있지요.”
“그분들 벌써 마흔여섯 인데‥‥‥”
“그것도 고려하고 있어요. 최후의 찬스라는 것, 글쎄 가능할는지, 어떨지‥‥‥”
“잠깐 기다려 봐요. 내 지금 전화 해 보고 올께. 한 박사, 언제면 진찰할 수 있지?”
“누님, 나는 저명한 교수님이 아닙니다. 병원 문이 열리면 언제든지 가능해요. 한 밤중에라도.”
박 여사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마테오 신부는 신부답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나의 최대의 수확은 한 선생을 뵌 것입니다.”
“뭐, 흥미롭거나 참고 되실 것이 있었습니까?”
하고 한 박사가 물으면서 말을 이었다.
“내 생활의 이면이라면 신부님께 언제고 얼마든지 보여드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누님에게서 들었습니다만 신부라는 장사는‥‥‥ 아니 장사라고 하면 어페가 있으니까, 직업이라 할까요, 잘못 되었다면 용서하시고, 신자들의 고백을 들을 수 있으니 인생의 이면은 잘 알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면이라고 해도 뭐 별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인간이란 뭘 숨겨 봤자 곧 탄로가 나기도 하고 솔직해 봤자 그게 그것 아니겠습니까? 그보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들보다는 사람의 삶과 죽음의 생사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데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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