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단의 또 다른 세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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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의 또 다른 세계 보여줘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8.03.2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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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 충남문학관장 ‘한국문인 인장의 숨은 이야기’

충남문학관 이재인 관장은 소설가로서 글 쓰는 것 외에 별난 취미를 갖고 있다. 그것은 문인들의 도장을 수집하는 일이다. 이미 작고한 문인들은 물론 현존하는 작가들까지 무려 700개의 인장을 소지하고 있는 그는 자신이 설립한 충남문학관에 한국문인인장박물관까지 차려 전시해놓았다.

이재인 관장이 최근 인장을 수집하게 된 동기와 그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엮어 ‘한국문인 인장의 숨은 이야기’(도서출판 혜민기획)라는 책을 펴냈다. 그 책에는 1985년에 처음 만난 하유상 소설가로부터 인장을 기증받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을 계기로 저자는 인장 수집광이 된다. 하 선생은 “역사에 남을 만한 인장인데 나의 삶과 문학, 연극, 영화가 흥건히 묻어 있다”며 그것을 알아봐줄 수 있는 사람으로 저자를 믿고 맡겼다.

예총회관을 서울 동숭동에서 목동으로 옮길 때 영원히 사라질 뻔한 대선배 문인들의 인장을 입수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한국문인협회장을 지낸 정종명 소설가가 예총회관 2층 복도의 재떨이에 내동이친 도장 네 개를 주워 문협에 맡겼다고 전하는 전화를 받고 이 관장은 곧바로 장항선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그것은 놀랍게도 미당, 동리, 편운, 난계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문호들의 인장이었다.

그런 식으로 그는 이어령, 강인숙, 한무숙, 조경희, 전숙희, 김후란, 김우종, 장백일, 윤병로, 이희철, 문효치, 박제천 등 유명 문인들의 인장은 물론 폐 인감과 스탬프까지 확보했다. 오래전 이미 작고한 문인이거나 월북작가들은 책을 구해서 판권에 찍힌 저자 인장을 모각하는 방법으로 되살렸다고 한다. 이처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문인들의 인장 수집과정은 물론 우리 문단의 숨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엮어 한국문단의 또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재인 저자/도서출판 예민기획/ 128쪽/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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