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들야들 부드러운 식감의 수원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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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들야들 부드러운 식감의 수원갈비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8.04.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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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읍 고암리 수원갈비
뽀얗고 진한 국물맛과 쫄깃한 식감의 도가니탕.

도가니탕을 보면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 아버지를 먼 곳으로 떠나보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20명 남짓한 친척들을 그대로 돌려보내드릴 수 없어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하긴 장례가 치러지는 삼일 내내 제대로 밥 다운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장례차는 우리를 설렁탕 집에 내려줬다. 장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식당은 장례를 치룬 가족들이 거의 의례적으로 들리는 곳이라고 했다. 서로의 식성에 맞추어 도가니탕과 설렁탕을 시켰다. 작은 이모가 습기를 잔뜩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눈 온다. 너희 아버지 좋은데 가셨나보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니 새하얀 눈이 펑펑 내렸다. 가시는 길, 손발이 시렵지 않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잠깐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선을 돌리니 친척들은 각자의 그릇에 고개를 처박고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개업한 고암리에 위치한 수원갈비 주 점심 메뉴는 도가니탕이다. 도가니탕은 소의 무릎에 있는 부위인 도가니뼈와 살코기로 국물을 낸 음식으로 소의 앞다리 무릎 연골 부위에 있는 도가니뼈와 살코기를 재료로 육수를 내는 육탕 음식이다. 주인장이 직접 푹 고아 진한 국물과 쫄깃한 식감의 도가니가 일품이다. 또한 도가니탕은 갱년기 여성 골다공증 예방에 좋으며, 성장기 어린이 성장 발육에 좋다. 수원갈비의 대표 메뉴는 뭐니 해도 갈비다.
 

수원에는 예전부터 큰 소시장이 있었다고 전한다. 정조 때 수원 화성을 건설하면서 많은 인부와 사람들이 수원으로 모여들었다. 조선시대에는 농자천하지대본이 나라의 근간이 되는 정책이었고 따라서 농업생산에 큰 역할을 하는 소를 함부로 도축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수원은 화성을 건설하면서 예외적으로 소의 도축이 허용되었고 소를 이용한 음식도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다양하게 발전된 것으로 전해진다.

1940년대 수원 영동시장 싸전거리에서 이귀성 씨가 ‘화춘옥’이라는 간판을 걸고 시작한 것이 바로 ‘수원갈비’의 시초로 처음에는 해장국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장국에 갈비를 넣어주는 것으로 시작을 하다가 갈비에 양념을 해 구운 것을 팔면서 시작됐다. 이후 유명인들이 화춘옥을 찾아오면서 유명해졌고 수원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정착했다. 수원갈비는 1985년 수원시 고유 향토음식으로 지정됐다.

수원 신화춘옥 문 앞에는 이귀성 씨 사진과 설명이 붙어 있는데 그에 따르면 당시 40세였던 이귀성 씨는 음식 장사 경험도 없이 해장국 장사를 시작, 소갈비를 푸짐하게 넣어 손님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한 지역의 향토음식이 이렇게 뚜렷하게 기록되어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수원갈비는 원래 커다란 화덕에서 구워내 양재기에 담아냈다고 한다. 양념을 한 고기를 손님이 직접 구워 먹는 형식은 1970년대부터다. 갈비의 살에는 쫄깃한 식감이 있어서 갈비를 씹는 맛과 뜯는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홍성읍 수원갈비의 갈비는 잘 베인 간장양념으로 고기가 야들야들하고 부드럽게 씹힌다. 수원갈비 백두석 대표는 고기집 실장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갈빗집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니 고기의 맛은 말하지 않아도 당연 월등하다. 거기에 주인장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계절 반찬들이 입맛을 돋운다.

고기를 다 먹고 난 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잠시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아이스크림이다. 조금씩 날이 더워지는 요즘, 고기를 먹고 난 뒤 입가심하기에 제격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거나 자녀들과 함께 외식을 하기에 부담 없는 곳, 수원갈비다.
메뉴: 돼지갈비 1만3000원, 한우갈비 1만 3000원, 도가니탕 1만 2000원 문의: 633-4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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