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순간인거야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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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순간인거야 <32>
  • 한지윤
  • 승인 2018.06.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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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이형성을 볼수 없는 데도 미란을 암으로 의심이 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말이라 할지, 아니면 일종의 사기행위라고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하 선생은 자궁암을 잘 고친다고 하는 소문이 이 지역의 환자들에게 제법 자자하게 돌고 있다. 이웃의 김 영감 같은 사람도 ‘하 선생이란 분은  암을 발견하는 명인이라 하던데. 우리 할망구의 친정 올케도 수술 받았는데 아직 암이 되기 전에 발견해서 깨끗이 나았다 하던데’하는 둥, 감탄하는 정도다. 극언을 한다면 아직 암이라 진단하기 어려운 상태를 암이라 해서 수술을 해 준다면, 무엇보다 수술비를 벌 수가 있고 수술은 환자의 생각보다 쉽게 끝나고 게다가 그 의사에게서 수술하기만 하면 암은 결코 재발하지 않는다. 라고 하는 식이 되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이 지방 제일의 명의사가 되고 환자 쪽에서 볼 때는 구세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태명 의사가 바로 그런 부류인지 아닌지는 별도로 하고 일반적으로 이런 행위를 하는 의사를 당국에 고발하거나 항의하는 것은 극히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환자란 의학적인 문제에 대해 의학적인 용어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고, 또 인간이 한 말은 증거가 없다. 수술하고  난 후에 가령 환자가 ‘암이 아니다.’라고 주장해도 의사 쪽에서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암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 것 뿐이다’라고 우긴다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다.

외래의 주임간호사인 나이분은 환자의 소변에서 임신반응의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종이컵에 받은 소변을 스포이드로 뽑아 스트레나로 걸러서 2방울 정도 유리판 위에 떨어뜨린다. 시약은 적색과 백색의 2종류 1셋트로 되어있다. 이 시약을 적, 백의 순서로 넣어 이쑤시개 같은 것으로 휘져어서 유백색의 응어리가 나타나면 플러스다. 임신일 가능성이 되는 것이다. 영은이와 그녀의 어머니가 다시 진찰실에 불려 들어왔을 때 나이분 간호사는, “선생님, 마이너스예요.”
라고 결과를 보고해 왔다. 예상한 대로였다. 이럴 때 만일 ‘역시 임신은 아닌 것 같군요’라고 한다면 그 어머니는 물고 늘어질 수도 있다. ‘역시 라고 했잖습니까?라고 변명해 봤자. 받아 드릴 리가 만무하다.

“요사이 어떤 병, 앓은 일 있어?”
한 박사는 여대생에게 물었다.
“아뇨, 아무것도.”
조금은 불쾌하거나, 귀찮다는 듯한 투의 대답같이 한 박사는 느껴졌다.
“그래도 작년부터 이 앤 자꾸 여위어서…”
라고 어머니가 말했다.
“밥을 통 안 먹어요. 몸에 해롭다고 항상 잔소리 하고 있지만…… 도무지……”
“엄만, 그런 것 상관없어요. 아무 병도 없는데…”
딸은 자기 어머니에게 항변조를 되받아 말했다.
“어느 정도나 몸무게가 줄었지?”
한 박사가 물었다.
“8킬로 정도예요.”
“몇 달 동안에?”
“1개월 반 정도라고 생각돼요.”
“그전에는 체중이 얼마나 되었지?”
“48킬로였어요.”

“그 체중이 40킬로가 됐단 말이지. 키는 얼마지?”
“160이예요.”
“지금도 40킬로?”
“39킬로 쯤 될 거예요.”
한 박사는 한참 생각하다가,
“왜, 여위려고 하지? 160킬로에 48킬로 체중이면 결코 뚱뚱한 편은 아니잖아?”
“나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통 먹기가 싫다고 해서……”
딸의 어머니가 옆에서 또 말참견을 했다.
“정말 먹기가 싫어서인가? 여위고 싶어서인가?”
“먹기 싫어서예요.”
“거짓말 이예요. 이 애는 살이 찌는 것이 보기 싫다고 항상 말하고 있지요.”

옆에서 또 어머니가 한 박사와 그의 딸에게 거푸 말하는 것이었다. 어머니들은 자기의 자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수가 많다. 이 어머니만은 그녀의 딸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한 박사는 생각했다.
“지금 학생은 여위어도 건강하니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으나 어머니 말씀대로 그것으로 인한 관계가 아주 큰지도 몰라요. 체중이 한 달에 1할 이상 줄어들 경우 멘스가 없어지는 수가 있다고 하고 있어요.” 여대생은 고개를 숙이고 눈을 아래로 향해 발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학생뿐만 아니라 누구나 날씬해지고 싶어 하지. 그러나 무리하게 날씬해지려고 하면 멘스가 없어져요. 이것이 일시적이라면 괜찮겠는데 그대로 계속되어서 회복되지 않고 마는 수가 있지.” 한 박사는 조금 겁을 주었다.

“오늘부터 기초체온이라는 것을 체크하겠는데, 그리고 혈액검사도 해야 하지만 학생은 신경성 식욕부진이라고 해서 정신적인 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상당한 지식인이라도 호르몬은 난소의 독자적인 컨트롤에서 분비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신체의 최종적인 명령 기능은 실은 시상하부에서 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명령이 뇌하수체의 전엽에 전달되어 다시 전엽에서 난소나 정소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호르몬, 즉 성선자극호르몬의 고나도트로핀이 분비된다. 고나도트로핀에는 3종류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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