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시대, 선거와 정치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2
상태바
분권시대, 선거와 정치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2
  • <바른지역언론연대 공동기사>
  • 승인 2018.08.09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대담
신용인 제주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정치가 삶의 문제 해결하려면 국회 다양한 정치세력 선택 돼야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지만 그리스는 선거보다 추첨제 우선
선거제도 개혁 연동형비례대표제 지방선거 지역정당 참여해야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들이 반영되는 의회 만드는 것이 급선무


■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아직 사람들에게 생소한 측면이 있다. 왜 이 제도가 그전 선거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고 생각하는가.
하: 전 세계적으로 정치학자들이 선거제도를 놓고 비교연구를 진행해보니 승자독식 선거제도 보다는 비례대표제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치가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회에서 다양한 정치세력이 정책중심 경쟁을 펼치고 유권자들 입장에서도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돼야 하는데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거대정당의 독과점 문제도 해소할 수 있고 여성, 청년, 장애인 등 소수자들이 비교적 의회진입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에 비례대표제가 더 나은 선거제도라는 것이 많은 정치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부분이다. 비례대표제에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역구 선거를 오랫동안 치렀기 때문에 독일, 뉴질랜드 등이 시행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현재 방식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진행하되 전체 국회의석수는 정당지지율대로 배분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투표방식도 기존의 1인 2표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표를 계산하는 방식만 달라진다. 가령 정당득표율에 따라 90석을 획득했는데 지역구 선거에서 70명이 당선될 경우 20석은 비례의석으로 배분된다. 다만 이게 가능하려면 비례의원 의석수가 확대돼야 한다. 당초 선관위의 안은 지역구 200석과 비례의원 100석으로 바꾸는 것을 제안했지만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이다. 대신 지역구 의석수를 유지하는 대신 비례의원 수를 100명 이상으로 늘리자는 입장인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의원 정수 확대와 함께 특수활동비 폐지 등 국회개혁방안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6000억 원가량의 국회예산을 동결한 상태에서 의석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가 병행돼야 할 문제라고 본다.

신: 저는 선거제도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면 의석확대와 더불어 예산증액에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국회는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분히 대변돼야 하는데 현재 이런 부분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의원이 60명 정도 늘어나는 대신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다면 그 정도 비용은 충분히 감수해야 하고 그 정도는 국민들도 충분히 납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에 지역정당도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법상 정당을 만들려면 시도정당을 5개 이상 창설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지역정당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당은 공공기관도 아니고 주민들의 자발적 결사체가 아닌가. 정당설립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방선거 결과가 중앙이슈에 끌려가는 것이다. 법개정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지역정당 설립의 요건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 전적으로 동의한다. 독일 또한 유권자 단체로 불리는 로컬파티(지역정당)가 지방선거에서 20~30%의 득표율을 받고 그만큼 의석수도 차지한다. 그런 정당이 의회에 들어가면 지역문제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가령 고양시민들이 고양시에 있는 전국정당들이 자신들의 생활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직접 지역정당을 만들어서 후보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지역현안이 지방선거의 최대이슈로 부각될 수 있다. 이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면 지역정당 합법화는 자연스럽게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 지역정당 문제는 결국 지방분권과 풀뿌리자치의 필요성과 연결되는 것 같다. 자치권 강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 궁금하다.
신: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사실 민주주의 원형이었던 그리스는 선거보다 추첨제를 더 우선시 했다. 민주정의 핵심은 보통사람들의 통치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누구나 통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인가를 반문해보면 사실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당장의 선거제도개혁과 함께 추첨제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시민들이 스스로 통치할 수 있고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가장 작은 단위부터 출발해야 한다. 선진국은 풀뿌리 자치를 구현하는 마을단위가 수천 명 남짓이다. 반면 한국은 시군구 평균 규모가 20만 명이 넘는다. 민주주의와 자기통치를 경험하려면 읍면동 단위의 자치가 필요한데 실질적인 자치권이 부여되지 않고 있다. 풀뿌리자치가 구현되는 마을단위에 어떻게 자치권을 부여하고 보통사람들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덧붙이자면 지방자치와 관련해 중앙정부가 자치모델을 일률적으로 내려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민들이 직접 마을정부를 구상하고 마을헌법을 고민하고 시민의 통치를 마을에서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그때는 주민의회 또한 선거가 아닌 추첨제로 뽑았으면 한다.

하: 풀뿌리자치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결국 그것이 시행되려면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 현재로서는 총선 전까지는 선거제도개혁이 우선과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풀뿌리자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대변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민주주의 강화, 추첨제 도입 등을 국회가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지역주민들의 자기 조직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거대정당들은 이런 내용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는데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자치분권에 목소리를 내는 정치세력도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고 본다.

신: 문제는 녹색당 정도를 제외하면 진보정당들조차 풀뿌리자치에 대해 그다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치분권에 대해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보수진보 다 찬성하는데 왜 현실화되지 못하느냐. 정치적으로 힘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국민들의 관심에서 벗어나있고 조직화 된 힘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혁신 1호법안이었던 읍면동 혁신사업조차 국회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되지 않았나. 이런 점에서 보면 과연 선거개혁만으로 지방분권과 풀뿌리자치가 이뤄질 수 있을지 회의감도 드는 게 사실이다.

하: 이 문제는 정당이 당론으로 책임지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풀뿌리자치실현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히고 이것이 선거에서 평가받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다. 이는 단순히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풀뿌리자치 강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정치세력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추첨제 도입을 통해 일종의 주민의회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러한 주민의회 대표들이 모여서 시군구 민회를 구성하고 시도민회를 구성하고 대한민국 민회를 구성해 국회와 함께 양원제로 운영됐으면 좋겠다. 한 축은 선거로 뽑는 국회의원과 한 축은 추첨으로 뽑는 민회의원. 이렇게 양원제로 구성된다면 훨씬 더 건강한 정치체제가 마련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단기적으로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치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의 정당민주주의, 선거제도라는 고정된 틀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적 모델들을 만들어내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대의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 마련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 말씀하신 추첨제를 통한 민회구성 등에 대해 아직 자치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있다.
신: 저는 다르게 생각한다. 제도가 마련되어야 경험도 확산될 수 있다고 본다. 스위스는 풀뿌리자치와 관련된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다 보니 동네정치, 마을정치에는 관심이 매우 높다. 왜냐면 그곳에서 자신의 삶과 관련된 대부분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시스템부터 구축하고 그 속에서 자치경험들을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수영을 못한다고 해서 물에 들어가는 걸 금지시키고 수영이론을 백날 가르쳐봐야 수영실력이 늘지 않는다. 일단 물속에 들어가서 허우적거리고 체험해봐야 역량이 쌓이는 것이다. 시민들의 무관심을 탓하기도 하는데 만약 읍면동의 자치권이 강화되고 마을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 관심도는 높아질 것이다.

하: 저도 시스템개혁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의식 핑계를 대곤 하는데 사실 지금의 국민들은 들러리 서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내가 참여하려면 뭔가 내 의견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결정권이 부여돼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현재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관심도가 낮다고 생각한다. 

신: 촛불집회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시민들의 참여의식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보다 위대한 참여의식이 어디 있겠나. 현재 수준으로만 보더라도 일단 멍석을 깔아준다면 어쩌면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보다 훨씬 더 잘 움직일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 말씀하신 내용들을 담고 있었던 것이 사실 개헌 논의였다고 생각한다. 일단 지방선거 동시투표는 무산된 상황에서 향후 개헌 전망을 어떻게 보나.
하: 일단 개헌논의는 지속해야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시민들의 직접참여를 보장하고 자치권을 확대하는 내용들이 개헌의 핵심내용에 담겨야 한다고 보는데 문제는 여야 모두 의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선거제도 개혁도 필요하고 개헌도 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정치권 중심의 논의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후에 개헌논의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시민들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라고 본다. 제대로 된 개헌논의를 하려면 앞서 이야기됐던 시민의회, 추첨제 등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당장 전면수용이 안되더라도 궁극적으로 우리가 제대로 된 헌법을 가지려면 이러한 부분들이 반영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단 지방선거 동시투표가 무산됐기 때문에 우선 선거제도 개혁 합의부터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가능한 수준의 개헌부터 시작해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직접참여 보장 등의 내용을 반영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신: 결국 어떻게 바람직한 정치체제를 만들어내느냐가 핵심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국민투표에 앞서 국회에서 먼저 개헌안이 마련될텐데 과연 지금처럼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들이 반영되지 않은 과두제적 성격의 의회에서 건강한 방향으로 개헌안을 마련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들이 반영되는 의회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도 든다. 

■ 막상 지역에서 이런 논의를 공론화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논의를 확산시켜 나갈 수 있을까.
신: 역설적으로 마을운동이 파급력을 가지려면 자치시스템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통해 국회를 압박하는 일이 절실하다. 현재 우리나라에 마을자치를 내건 전국 차원의 네트워크가 없다.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전국적 단위가 필요하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각 읍면동에 한 명씩만 있더라도 전국적으로 수천 명이 모일 수 있다. 국회를 압박하고 법을 바꿔내야 마을자치도 가능하다.

하: 저도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크다. 중앙차원의 여론전을 확산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고 또 하나는 지역에서 계속 이런 내용을 주제로 논의를 붙이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지역에 몇 사람이라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