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으로 미디어에 푹 빠진 K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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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으로 미디어에 푹 빠진 K씨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8.08.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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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두 외로움을 경험한다. 그러므로 외로움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한다. K씨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미디어와 친해졌다. 뇌출혈로 3년간 고생하던 어머니는 K씨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다. 이후 집안 공기는 우울함과 적막함, 쓸쓸함으로 가득 찼고, 이런 분위기를 해체시켜주는 유일한 탈출구는 TV뿐이었다. 일터에서 늦은 밤 귀가하는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릴 때 공포와 무서움을 소거시켜주는 것도 TV뿐이었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졸업 후 제빵 기술을 배워 공장에 취직했고, 거기서 만난 한 살 연하 남편은 K씨에게 첫 남자였다. 얼떨결에 한 사랑은 혼전 임신과 급속한 결혼식으로 이어졌고, 이후 전업주부로 생활하면서 하루 종일 TV와의 동거가 시작됐다.

특히 남편의 잦은 외박과 언어·신체 폭력은 ‘남편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관계를 악화시켰고, 딸을 출산하고 독박육아를 경험할 때는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이 때도 K씨의 유일한 친구이며 위로자는 TV와 스마트폰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늦은 밤 새우잠이 들 때까지 자신을 찾는 이가 거의 없었지만, 미디어는 일방적 소통일지라도 K씨가 외로움을 덜 느끼도록 하는 ‘좋은 대상’이었다.

외로움(Loneliness)은 인간이 경험하는 보편적 감정으로, 홀로 있는 슬픔과 고통을 동반하는 주관적 감정이다. 동시에 타인과 자기 소외로 나타나는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수반한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외로움 문제를 담당할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했다. 9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상시, 또는 외로움을 자주 느끼고 있으므로 이들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한국 리서치에서 전국의 만 19세 이상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가 한 달간 ‘거의 항상 외로움을 느꼈다’고 답했고, 19%는 ‘자주 느끼고 있다’고 답함으로써, 4명 중 1명은 항상 외로움에 노출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 나아가 A.Enez Darchin 외(2016)의 연구 보고에서도 외로움이 스마트폰 과의존과 높은 연관성이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K씨에게 내재된 외로움은 청소년기 때부터 자리한 핵심감정이다. 어머니의 죽음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이었고, 또래관계는 위축돼 왕따를 초래했다. 생애 처음으로 가족 아닌 남자와 사랑하고 결혼한 이유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팔베개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대감은 독박육아와 가정폭력을 경험하면서 산산이 무너졌고, 대인관계에서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K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므로 TV와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상담자 K씨와 같은 사례는 외로움의 고통을 주목하고 외로움에 대한 공감과 수용을 선행시키고, K씨의 외로움을 초래하는 구체적인 원인들을 찾아 그 안에서 해결 방안을 탐색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스마트폰을 활용한 온라인 사회 활동(페이스북, 트위터, 소셜 네트워크, 블로그)을 권면함으로써 관계망을 확장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외로움은 주관적인 경험이기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고, 군중 속에 있어도 외로울 수 있다. 때로 우리는 혼자이고 싶은 강한 욕구를 갖기도 한다. 혼자일 때, 그리고 주변인들과 함께 있을 때에도 우리는 그 상황을 인정하고 누리는 자세를 가질 때 외로움으로부터 작은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최명옥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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