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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순간인거야 <4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두세 사람의 임신의 정기진단과 몇몇의 환자들을 처치한 후에 한 박사는 임신중 씨 부인을 내진실에서 내진을 했다.
“부인, 지금도 배가 쌀쌀하게 아프세요?”
“아뇨, 좋아진 것 같은데요.”
“다른 데는 이상한 곳이 없습니까?”
“입덧 같은 증상이 생겨요. 음식 중에서도 기름진 것을 생각만 하면, 속이 메스꺼워져요.”
“네. 알겠습니다.”
한 박사는 책상으로 돌아와 임신중 씨 부인이 옷매무새를 고치고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좀 앉으시죠. 아무 이상도 없는데요.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야 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둥근 얼굴이 웃으니 한층 더 쟁반같이 보였다.
“지난번에 주인께서 검사용 정액을 가지고 오셨습니다만……”
“여러 가지로 신세를 지고 있는 선생님의 연구에 보탬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도와드리고 싶다고 말씀하고 계세요.”
“사실은 이 일에 대해 부인께 말씀드리려하고 있었는데. 주인의 정액을 조사했더니 정자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네에?”

임신중 씨의 부인은 그 뜻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되물었다.
“그럼, 확실하게 말하죠. 이건 단 한 번만의 현미경적인 검사결과지만 주인에게는 역시 정자가 없습니다. 그러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임신의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 말씀은?”
임신중 씨의 부인은 비로소 한 박사의 말뜻을 알아들었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 외엔 임신중 씨 부인의 얼굴에서 아무런 변화도 읽을 수가 없었다.
“제가 혹시라도 남편 말고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졌다는 뜻인가요?”
“그렇게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은 저의 임무가 아닙니다. 단지 임신의 가능성에서 본다면 지금의 상태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저는요,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는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요.”
“물론, 그렇겠죠.”
“결혼해서 지금까지 그이 이외의 다른 남자를 좋아한 적은 절대로 없었습니다.”
“……”
“그러니 선생님이 어떻게 말씀하시거나 지금 뱃속의 아이는 그이의 아이예요.”
“……”
“제가 이렇게 말씀드려도, 선생님은…”
“아니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
“이런 가능성은 있을 수가 있습니다. 정자를 증산시키는 주사를 놓았지요. 그것이 주인에게 일시적으로 효력이 나타나서 정자가 생겼고 그리고 또 상태가 나쁘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
“그럴 수도 있어요?”
“전혀 없다고는 할 수가 없죠. 매일 검사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
“주인의 아이라는 걸 알 수 없을까요?”
“그건 아주 간단합니다. 아이가 태어 날 때 혈액형 검사를 하니까요.”
“어머, 참 그렇네요. 그럼, 문제없네요. 고마워요. 선생님. 이 사실을 그이에게 이야기 하겠어요.”

“부인 생각대로 하셔도 됩니다.”
“남편은 검사의 결과를 궁금해 하실 거예요.”
“좋지는 않았으나, 행운이 있었다고 말씀드리시죠.”
“그래요. 어떻게 생각하셔도 문제가 안돼요.”
임신중 씨 부인이 기쁜 표정을 여전히 그치지 않은 채로 돌아간 후에도 한 박사는 착잡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을 지울 수가 없었다.
환자가 뜸하다면서 젊은 두 사람의 간호사가 탁구대의 자리를 옮긴다고 밖으로 나갔다.
“선생님, 언젠가 우연히 해산기가 있어서 아들을 낳아 간 여자 분이 있었잖아요. 이영신이란 분 말이예요.”
환자 진찰실에 남아 있던 나이분 간호사가 말했다.
“응, 그래.”
“그분, 어제 우연히 전철역 근방에서 만났어요.”
그런 경황 중에서도 이영신은 나이분 간호사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녀는 나이분을 보고는 순간 놀란 듯 당황해 했다.
‘아주머니, 아기는 잘 커요?’ 라고 말했더니 흠칫 멈춰선 그녀는 ‘고마워요. 그 아이…… 덕택으로 잘 크고 있어요.’
이영신은 맥이 빠진 표정으로 말했다.

‘아주머니 어디 아프세요?’
‘아뇨. 딸아이가 가스 자살을 해서……’
나이분은 깜짝 놀라 확인하듯 물었다. 그런 일이 신문이나 TV뉴스에서 보도된 적이 없었는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고등학교 학생이라 했지? 아마.”
한 박사는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 1이라고 해요. 그 아주머니 여기서 퇴원해서 집으로 가지 않고 인천의 아는 사람 집으로 갔대요. 거기서 전화로 이야기해서…… 딸은 그 아기를 싫어하고 있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어쨌든 아기를 데리고 간다고 막무가내로 딸의 반승낙을 받았대요. 그런데 그 아주머니가 집에 돌아온다는 전날 밤에 그 여고생이 가스로 자살미수를 해서 지금 서울의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해요.”
“어디서 했지? 이 근방에는 도시가스 같은 문화적인 것은 없는데.” <계속>

한지윤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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