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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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소고
  • 이병희 칼럼위원
  • 승인 2018.10.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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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스럽던 무더위를 뒤로 물린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이 한창이다. 세월의 시간이 어김없이 빠르게 흐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고즈넉한 이 가을, 먼지 등살에 힘겨워하는 책들에 시선이 멈춘다. 저녁이 되면 늘 책 한 권과 함께 한 지 오래다. 오늘은 어떤 마음의 양식을 쌓을지 고민하는 일은 늘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스마트폰의 급속한 전파는 이미 침착한 독서로 되돌릴 수 없는 시대의 현실이 돼버린 지 오래다. 빠름에 익숙해져 에둘러 가는 법을 잊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안타깝기만 하다.

소를 타고 책을 읽는다는 우각괘서(牛角掛書)의 고사를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책을 읽는 일은 이미 번거롭고 수고로운 일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현철한 삶의 길잡이는 책 안에 있다는 굳은 믿음은 변치 않는 진리임에 분명하다.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메마른 정서에 훈기를 불어넣는 마음의 양식으로써 책은 그림, 사진, 무용 등과 함께 문화 예술의 자리로서 아직도 우리에게 굳건해 보인다.

‘군민이 행복한 충남의 중심’이라는 군정 비전을 제시하며 ‘힘찬 도약 희망홍성’의 군정 방침 아래 활력 있는 지역경제, 매력 있는 문화관광, 찾아가는 보건복지, 풍요로운 행복농촌, 소통하는 참여군정을 만들어 내기 위한 민선 7기 홍성군의 새로운 장정이 시작된 지 100일이 지나고 있다. 

산적한 현안 해결과 표면화 된 갈등의 치유를 군정의 우선에 둬야 함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이고 일방적으로 조성돼 온 삶의 공간에 문화와 자연의 생명력을 불어넣고 정서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이 뒤로 물려져서는 안 됨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함께 어우러져 나누는 조화로운 공동체의 정서적 교감을 넓히고 고갈된 감성을 회복시키는 일이야말로 위축된 우리 문화에 푸른 신호등과 같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성장의 이면에 감춰진 인간애를 되찾아 정서를 회복하고 건강한 지역으로 발돋움하는 감성 공간으로써의 기틀을 마련해 내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10만 시대의 위상에 걸맞은 휴일과 저녁이 있는 홍성군의 문화, 예술의 진흥 방안에 대한 군정의 확고한 실천 의지가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전통(천년홍주)과 첨단(도청신도시)이 어우러진 홍성의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는 문화예술 정책의 올바른 구현이야말로 군민의 행복한 저녁을 위한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으로 문화예술계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식의 정책 지원이 아닌 실질적으로 확고한 로드맵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과 함께 만들어갈 때에만 그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산발적인 공연이나 관행적 단체 지원들이 그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었다면, 이제는 필요에 따라 일시적 전문가조직을 구성해 전반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문화예술의 선도 도시로써 홍성군이 자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군정 책임자의 공평하고 건강한 정책 방향의 설정과 실천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1980년대 가요계에 데뷔한 가수 우순실의 잃어버린 우산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듣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 15일 여하정 특별무대에서 울려 퍼진 가수 우순실의 무대가 설익은 감처럼 떫고 서슬 퍼런 칼날처럼 서늘한 가을밤, 문득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병희<홍성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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