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먹자는 송편이요, 소 먹자는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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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먹자는 송편이요, 소 먹자는 만두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9.01.0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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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탐구생활
얇은 만두피 사이로 자신의 속살을 드러낸 만두는 추억을 함께 먹는 음식이다.

명절이 되면 아직도 가족들끼리 이야기하는 풍경이 있다. 설날 전날 저녁 여섯 식구 모두 빙 둘러앉아 만두를 빚고는 했다. 어머니는 아침부터 베보자기에 두부와 김치를 꼭 짜서 만두소를 만들고, 아버지는 큰 양은그릇에 밀가루에 물을 적당하게 부어가며 반죽을 만들었다. 반죽은 시간과 끈기, 그리고 힘이 들어가는 일이기에 당연히 아버지 몫이었고 고사리 같은 우리 손은 그저 빈둥거리며 얼른 만두가 만들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반죽은 밀가루가 모두 치대어졌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물기를 적신 베보자기를 덮어 잠시 놔두어 반죽이 숙성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 형제들은 소꿉놀이를 하거나 그마저도 시들해지면 뒹굴거렸다. 이윽고 적당한 반죽 상태가 되면 다시 아버지의 손이 바빠진다.

도마 위에 밀가루를 뿌리고 반죽 한 덩이를 동그랗게 떠내 도마 위에 놓고 밀대로 얇게 밀어낸다. 그리고 제사상에 사용하던 소주잔을 뒤집어 동그랗게 잘라낸다. 그러면 나머지 밀가루 반죽은 형제들의 장난감이 된다. 매번 혼도 낼 법하지만 아버지는 늘 아무 말 없이 다음 반죽을 잘라내 만두피를 만들었다.

조금 머리가 크면서부터는 아버지가 만들어낸 만두피에 만두소를 소담스럽게 넣어 만두를 빚는 방법을 어머니에게 배웠다. 한 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은근 지겹기도 하고 엉덩이가 근질거렸지만 그 많은 만두피를 다 소진하기 전에는 절대 자리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만두피가 판매되면서 더 이상 명절에 밀가루 날리는 일이 사라졌다. 물론 아버지의 할 일도 없어졌다. 아버지는 늘 만두피만 만들었지 만두소를 넣는 일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연로한 어머니는 더 이상 만두를 만들지 않는다. 시장에서 판매하는 만두로 대신한다.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 한 편은 조금은 허전한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기분 탓일까.  

한국에는 조선 중기 이전에 중국에서 만두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익히는 방법에 따라 찐만두·군만두·물만두·만둣국 등으로 나뉘고, 모양에 따라 귀만두·둥근만두·미만두·병시(餠匙)·석류탕 등으로 나눈다. 특히 미만두는 예전에 궁중에서 해먹던 음식으로 해삼의 생김새처럼 주름을 잡아 만든 데서 생긴 이름이고, 병시는 숟가락 모양을 닮은 데서, 석류탕은 석류처럼 생긴 데서 붙은 이름인데, 옛날에는 궁중에서만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한국 속담에 ‘떡 먹자는 송편이요, 소 먹자는 만두’라는 말이 있듯이 만두는 껍질이 얇고 소가 많이 들어가야 맛이 있다. 만두소에 넣는 재료로는 쇠고기나 돼지고기·닭고기·꿩고기 등이 쓰이고, 채소로는 김치·숙주·당근·오이·양파, 그 밖에 두부·당면 등을 쓴다. 그러나 뭐니 해도 만두의 생명은 얇고 쫄깃한 만두피다. 찜기에 김이 오르면서 투명한 만두피 안에 살포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만두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고기와 두부, 숙주의 아삭함이 느껴지며 입안의 향연이 펼쳐진다. 초간장에 살짝 찍어 먹어도 되지만 만두 본연의 맛을 음미하려면 초간장 없이 그냥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다가오는 명절, 비록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 풍경은 사라졌지만 만두에 얽힌 추억만큼은 만두를 먹는 내내 뇌리에서 잊히지 않은 채 만두의 향과 풍미와 늘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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