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물·불·영혼이 만들어낸 예술
상태바
흙·물·불·영혼이 만들어낸 예술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9.01.18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금한 당신

홍동면 금당리 소담도예공방 이영숙
자신이 만든 차 사발 앞에서 이영숙 작가가 환하게 웃고 있다.

흔히 도자기를 만드는 일은 흙, 물, 불, 영혼이 만들어낸 예술로 일컬어진다. 임진왜란 때 조선의 도공들이 일본으로 많이 잡혀갔다고 한다. 그래서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불렀다. 임진왜란이 일어나던 1592년 즈음 일본에는 도자기가 없었다고 한다. 음식을 대나무 그릇이나 나뭇잎 등에 담아 먹었는데 우리나라 궁궐에서만 볼 수 있는 청자나 백자 등을 보고 일반 백성들이 사용하던 도자기까지 모두 빼앗아 갔다. 그만큼 우리나라 도자기 기술과 예술적 가치는 남다른 존재감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홍동면 금당리에 소담도예공방을 운영하는 이영숙 작가는 2014년에 고향으로 내려와 공방을 오픈했다. “공방을 내려고 전국을 3년 정도 돌아다녔다. 고향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고향에 내려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다.”

이 작가는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도예 작가로 데뷔를 한 보기 드문 경우다. 어릴 때부터 알프스의 하이디처럼 공상과 상상을 즐겨하던 소녀는 미술에 대한 꿈을 접고 간호사로 15년을 근무했다. 그 시간이 나쁘지는 않았다.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은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미술에 대한 꿈을 알고 있었던 남편이 어느 날 도자기 수업 서류를 내밀었다. 그때부터 이 작가는 서문대학교 평생교육원을 다니며 열정적으로 도예 수업을 받았다.  “기간보다는 시간에 더 많이 투자를 했다. 하루 8~10시간을 도자기 만드는데 매달렸다. 좋은 스승님을 만난 것도 내게는 행운이다.”

교수가 운영하는 공방 수강생 중 이 작가 혼자만이 유일하게 남았다. “2년 6개월을 오로지 도자기만 생각하며 살았다.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이 작가는 고향에 돌아와 활동하면서 오히려 더 바빠졌다. 마을 일에 문화학교 강의와 첫 전시회까지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 모든 것이 이 작가가 열정과 시간을 투자해 도자기에 매달린 결과물이다.

이 작가는 소담도예공방을 운영하면서 많은 이들이 와서 힐링하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고 한다. 이 작가의 마음을 고스란히 닮아 있는 공간에는 다육이와 개와 고양이, 그리고 이 작가의 자식 같은 도자기와 문인화 작품들이 빼곡하게 들어있다. “흙이 살아 숨 쉬는 자연을 닮은 그릇을 만들고 싶다. 다른 이들은 혹여 마음에 들지 않는 도자기가 만들어지면 깨부순다고 하는데 나는 차마 자식 같고 아까워서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다른 용도로 활용해 화분 같은 것으로 사용한다.”

얼마 전 마을에서 문패 만들기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가는 그저 재료비만 받고 150여개의 도자기 문패를 만들었다. “고향에 내려온 것은 돈 벌려고 내려온 것이 아니다. 내 최종 목표는 전통을 계승해 도자기와 그림을 접목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 유학생들도 도자기를 배워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도자기를 배우고자 하는 인재 양성에 힘을 쓰고 싶다. 그 전에 한 10년 정도는 정말 오롯이 나를 위한 작품 만들기에 몰입할 계획이다.”

이 작가가 만드는 차 사발은 이 작가가 가장 애정하고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다. 이 작가가 만든 유병 또한 유려한 곡선과 자연의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한다. 인체에 무해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도자기에 담는 이 작가의 열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