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김태리가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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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김태리가 산다면
  • 이동호 <홍동면>
  • 승인 2019.01.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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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의 ‘리틀포레스트’는 김태리 주연의 농촌 영화다. 청년 귀농·귀촌이라는 시대적 바람에 불을 지피나 했지만 아쉽게도 또 하나의 먹방 영화로 소비되어 버렸다는 평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농촌의 사시사철 아름다움과 고향으로 돌아와 고향을 지키는 젊은이들의 나날을 잘 보여준다. 그 나날은 도시의 회색빛 삶과 다른 창연한 삶이다. 물론 내가 농촌에 내려와 살기에 그렇게 본 것일 수도 있다.

엘렘 심이 쓴 ‘고양이 낸시’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꼬리를 가졌구나! 우린 멋진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어느 날 문을 열어보니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집 앞에 버려져 있다. 만화 같은 일이지만 이 아기고양이를 처음 발견한 이는 쥐다. 당신이 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고양이 낸시’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점도 있고, 식료품점도 있는 제법 그럴듯한 크기의 이 쥐 마을에 아기 고양이가 입양되면서 일어난 일들이 담겨있다.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과 생명에 대한 예의라는 문제를 두고 마을회의가 열린다. 쥐 마을은 고양이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 후 마지막 장까지 이어지는 화두는 두려움이 아니다. “넌 아주 조금 달라. 하지만 그게 절대 나쁜 것이 아니란다!”

낸시는 이미 주민으로 받아들여졌다. 낸시가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 그것이 이 쥐들의 고민이다. 낸시가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은 이주자로 살아가는 나와 공동체를 돌아보게 한다. 결국 고양이 낸시는 우리에게 공동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쥐들이 낸시와 화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앞으로 도움이 될지 말지 같은 정치적이거나 경제적 논리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 쥐 마을이 고양이 낸시를 포용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고양이라서 나쁘다고…낸시는 마을에서 쫓겨나고 말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지켜 줘야 해. 낸시는 우리 친구잖아.”

앞서 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 한편 아쉬운 부분은 주변 이웃들과의 관계까지는 담지 못한 점이다.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로 이뤄지는 공동체의 삶이 개인의 내적 고민과 동갑내기 친구들 중심의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져 있다. 현실의 농촌생활은 쥐도, 고양이도 힘들다. 파편화되고 각자도생인 농촌에 승자도 강자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동체 회복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내 집 앞의 또 다른 ‘김태리’와 ’아기 고양이’를 이웃으로 받아들일 때, 선주민이던 후주민이던 함께 고향을 만들어갈 때, 비로소 공동체의 침몰을 멈출 수 있다. 누구랄 것 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두려움과 편견을 딛고 마음을 여는 것. 이것이 농촌이 처한 현재의 난관을 풀 수 있는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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