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일깨우는 홍성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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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 일깨우는 홍성의 미래
  • 이동호 <홍동면>
  • 승인 2019.02.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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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축산농가도, 방역 당국도 긴급 사태에 돌입했다. 하지만 봄 황사 소식처럼 구제역이라는 제1종 가축전염병도 때마다 접해서인지 살충제 계란 파동 때와는 달리 언론에서는 조용히 지나가는 기분이다. 구제역은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동물, 돼지와 소가 걸리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다 큰 동물의 경우 감기처럼 앓지만 어린 동물의 폐사율이 높은 편이고, 전염성이 굉장히 높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도 중요 가축 전염병으로 지정했다.
김경태, 김추령이 쓴 ‘지구멸망 작은 것들의 역습’에서는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건 우리와 함께해왔던 ‘적응한 바이러스’가 아니라 ‘새로운 돌연변이 바이러스’예요. 바이러스는 다른 생명체보다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거든요. 과학자들과 보건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에요”라고 말한다.

계란, 고기, 우유. 우리가 자주 먹는 축산물이다. 농가 입장에서도 쌀, 야채보다 훨씬 더 돈이 되는 품목이다. 공장식 밀집 사육 덕분에 우리는 값싼 육식을 누리게 됐다. 하지만 이 축산물에 붙어있는 가격표는 전부를 말하고 있지 않다. 축산업의 문제로 악취와 분뇨처리 문제를 주로 말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공장식 밀집사육이 바이러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면역력이 떨어진 약한 돼지들이 따닥따닥 모여 있으니 한 마리만 바이러스성 전염병에 걸리면 순식간에 전파되겠죠. 게다가 여러 돼지를 거칠수록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점점 많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종간 장벽을 넘는 데에도 돼지가 중간에 다리를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이러스의 복제 과정에서 여러 종의 A형 독감 바이러스가 섞여 나타나는 잡종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종간 장벽을 넘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럴 때 돼지는 여러 바이러스의 혼합 용기 역할을 하는 셈이죠. 돌연변이가 생기면 기껏 만든 백신도 소용없게 되죠. 구제역 바이러스의 변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롭게 유행하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이미 백신을 만들 때의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유전자변형식품(GMO) 사료 문제, 살충제 파동으로 제기됐던 안전 문제, 가축을 기계로 보는 윤리 문제는 이미 일반 시민의 문제의식이다. ‘지구 멸망 작은 것들의 역습’은 두 과학 교사가 학생들과 ‘과학과 기술, 그리고 우리’라는 주제로 수업하며 나눈 고민을 활자로 묶은 것이다. 책에서는 우리가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들, 작은 것들의 이야기를 한다. ‘세균’에 대한 이해는 빈번해진 구제역 문제를 눈앞의 ‘싼 가격’ 문제를 넘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눈앞의 가격 때문에 ‘전체 비용’을 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방역비용, 건강비용, 환경정화비용 등 우리는 이미 외부비용을 내고 있다. 책은 우리에게 인간이 바이러스에 적응하는 속도를 놓치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조류 독감 바이러스의 출현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입니다. 과학자들이 인위적으로 돌연변이를 과다하게 시켜보았을 때 호흡기 감염이 가능한 치명적인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보고도 이미 있습니다. 그것은 실험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자연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희미하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이미 자연적이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우리는 실험실 밖에서 이미 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이 문제는 애초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것이다. 구원이 앞서는지, 파멸이 앞서는지 어느 쪽이 앞설까. 이 게임의 승자는 노약자는 아닐 것이다. 동물이 행복해야 인간도 행복하다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봐야 한다. 희망은 있다. 개인은 약하지만 협동의 힘은 세다.

우리지역 ‘생협’을 이용해 볼 수 있다. 자연 축산 혹은 유기축산물을 구매하면 어떨까. 구매로 이들의 생산방식을 지지하자. 가격표 너머 가격을 볼 줄 아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의회에서는 밀식 사육만이 아닌 소규모, 유기축산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하면 어떨까. 규모화로 인한 분뇨문제, 악취로 인한 주민갈등. 이 덫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사람들은 이미 증명하고 있다. 구제역이 말하는 홍성의 미래, 호소에 답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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