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낙들의 수고로움으로 감사히 먹는 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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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낙들의 수고로움으로 감사히 먹는 꼬막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9.0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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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탐구생활
짭쪼름한 양념장을 얹어 먹는 양념꼬막은 딱 지금 먹을 수 있는 제철음식 중 하나다.

갯벌 체험을 한 적이 딱 두 번 있다. 한 번은 인천 소무의도에 거주하면서다. 6개월 정도를 마을회관에 머물며 주민들과 동거동락을 하던 중 어머니들이 바지락을 캐러 배를 타고 제법 멀리 나간다는 말을 듣고 냉큼 따라나섰다. 새벽 6시에 배를 탔는데 엔진에서 나는 기름 냄새로 아무것도 먹지 않은 빈속이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바다에 익숙한 어머니들은 킬킬거리며 배 가장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바닷바람을 맞고 있으니 속은 좀 가라앉았는데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높은 파도와 육지가 안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 후 눈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배가 멈추더니 잠시 쉬어 가는가 했는데 순간 물이 빠지기 시작하고 갯벌로 사다리가 내려갔다. 어머니들은 긴 장화와 호미, 바구니, 장갑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일제히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갯벌로 직진했다. 우리가 탔던 배 뿐 아니라 대략 50여 척의 배가 운집해 있었다. 어머니들의 손은 쉬지 않고 바지락을 캐서 바구니에 담기 시작했고 힘이 좋은 남성들은 삽을 들고 낙지를 캤다. 자연이 인간에게 허락한 길인 갯벌은 그렇게 사람들을 품었다. 잠시 후 한 배에서 나팔소리가 들리며 물이 들어오기 시작함을 알렸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각자 배로 오르고 순식간에 물이 들어왔다. 노동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돌아오면 바지락 까는 일이 남아있다. 또 한 번은 궁피포구에서다. 그래도 여기는 물이 빠지고 걸어서 갈 수 있으니 그나마 좀 편한 길이다. 굴을 캐는 아낙들의 노고는 이루 말 할 수 없다. 생전 남정네들은 하지 않는 일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아낙들이 몫이다.

겨울철 별미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 꼬막 역시 아낙들의 노고로 먹게 되는 음식이다. 특히 벌교 꼬막이 유명한데 아낙들은 길이 2m, 폭 50cm 정도 되는 널배에 꼬막 채를 걸어 갯벌을 훑으며 꼬막을 걷어 올린다고 한다. 허리까지 푹푹 빠져드는 갯벌에서 한쪽 다리는 널배에 올리고 다른 발로는 밀면서 이동하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닐 것이다. 더구나 꼬막이 제 맛을 내는 겨울에서 초봄에 이를 무렵 칼바람을 맞으며 갯벌에서 이뤄지는 활동이라 그 고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더 고맙게 생각하며 먹게 되는 음식이다.

꼬막을 손질하는데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먼저 바닷물과 비슷한 염도의 소금물을 만들어 꼬막을 담가 해가 들어가지 않게 뚜껑이나 검은 비닐봉지를 덮어 4~5시간 해감시켜야 한다. 그러고 난 뒤 다시 깨끗한 물에 바락바락 씻는 과정을 거친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절대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요즘 꼬막 요리 중에 가장 인기있는 음식 중 하나가 꼬막무침인데 어느 한 식당에 가서 냉동실에서 제대로 해동되지 않은 꼬막무침을 먹은 뒤 다시는 찾지 않게 됐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제일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단연 양념 꼬막이다. 꼬막을 삶아내고 접시에 담아 양념장을 올리면 짭조름한 양념과 꼬막의 쫄깃한 식감이 어우러져 밥 한 공기는 후딱 비우게 되는 마성의 음식이다. 아낙들의 수고로운 노고로 먹게 되는 꼬막, 딱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제철음식이니 겨울이 다 가기 전에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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