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마스크로 막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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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는 마스크로 막는 것이 아니다
  • 이동호 <홍동면>
  • 승인 2019.03.1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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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땅! 날이 풀리니 마을의 누구랄 것 없이 들과 밭에 나왔다. 냉이를 캐고, 감자를 심는다. 트랙터도 논을 갈기 시작한다. 가축들도 식욕이 왕성해지고 얼었던 땅도 녹았다. 푹푹 삽을 꽂아 고랑을 낸다. 쑥쑥 자라는 봄나물에 침이 고인다. 초보 농군도 호미와 삽을 챙긴다. 겨우내 책으로 배운 농사 실력을 대방전 할 때가 온 것이다. 장마쯤이면 기백이 반의반으로 줄어들겠지만 말이다.

마늘밭 옆에 시금치를 심는다. 그런데 씨앗을 물에 불려 심어야 했다. 이웃 이모가 괜찮다고 말해준다. 목이 칼칼하다. 무언가 깔끄러운 것이 일주일 내내 느껴진다. 감기가 아니다. 미세먼지다. 언론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어도 이제껏 마스크를 끼지 않았다. 피부로도 흡수된다는데 입만 가린다고 되겠나 싶은 나만의 반항이랄까. 이번엔 다르다. 맞선다고 될 게 아닌 기분이다.

애니 레너드가 지은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이야기’에서 저자는 “문제들은 시스템 전역에 걸쳐 있고 상호 연관되어 있는 반면, 그에 대한 대처는 부분적이고 한 가지 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테크놀로지를 향상시키는 데만 중점을 두거나, 인구 증가 억제에만 신경을 쓰거나, 자원의 소비를 제한하는 데만 집중하는 식으로 말이다”고 말한다.

1급 발암물질 미세먼지는 보령과 당진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탓이라고도 하고, 늘어난 자동차 탓이라고도 하고, 중국 탓이라고도 한다. 미세먼지가 어디에서 오는지, 국내 요인과 중국 요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의 본질이 나오지 못하고 ‘네 탓 내 탓’ 책임회피로 흐려져 버렸다. 그러니 인공강우라거나 차량 2부제라거나 같은 손바닥 가리기식 해결책만 나온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경제 성장에 대해 갖고 있는 흔들림 없는 믿음의 기반에는, 무한한 경제 성장이 가능하며 바람직하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하지만 사실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경제는 지구의 하위 시스템이므로, 팽창하는(캐내고-만들고-버리는) 경제 시스템을 한정된 지구 안에서 무한히 끌고 갈 수는 없다”고 말한다.

미세먼지 원인을 중국 탓으로 가정하더라, 중국이 세계의 생산 공장인 이상 책임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내가 쉽게 사고 버리는 물건에 많은 물건이 ‘made in China’라고 쓰여 있지 않은가. 자원을 추출하고, 물건을 만들고, 운송하는 동안 만들어지는 미세먼지. 그것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든 중요한 게 아니다.

불필요한 구매, 과잉 쓰레기의 다른 이름이 바로 ‘최악의 초미세먼지’다. 내 소비양식이 미세먼지 매우 나쁨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전에 미세먼지는 멈추지 않는다.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소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물건 이야기’ 유튜브 동영상도 함께 보며 미세먼지 시대를 보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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