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교통문화의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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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교통문화의 정착
  • 임태환 <갈산면>
  • 승인 2019.04.2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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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팔순을 넘기고 보니 자동차를 운전하기가 어려웠다. 순발력이 느리고 인지능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20여 년을 운전하고 아끼던 승용차를 지난해 8월 폐차 처리하게 된 것은 자식들의 권유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운전자 중 65세 이상의 고령운전자가 2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 중 교통사고 10건 중 1건이 고령운전자로 10%를 차지했다.

이제는 걷는 것조차 힘들고 편리하게 사용하던 승용차를 처분하고 나니 서운한 마음과 시원한 마음이 교차했다. 당연한 일을 했지만 시장에 가거나 병원에 가는 길이 대단히 불편해졌다. 더구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기에 집에서 약 1km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일이 쉽지 않다.

얼마 전 부인과 함께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버스정류소에 거의 다 왔을 무렵 버스가 오고 있었다. 이번 차를 놓치면 1시간 뒤에 오는 버스를 기다려야 하기에 달려가 버스를 잡아타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버스 기사는 고맙게도 기다려줬다. 아내가 아픈 다리를 절룩이며 힘겹게 걸어와 차에 올랐다. 그러자 기사가 “할머니, 빨리 좀 올 수 없어요?”라며 퉁명스럽게 짜증을 낸다. 아내는 “미안해요”라며 가쁜 숨을 쉬면서 얼굴을 붉혔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의 시선이 집중되니 나 역시 민망스러웠다.

지금은 시내버스도 정류소마다 시간표를 게시하고 시간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시골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내버스의 기사들은 활동이 느린 노인들의 사정을 다 들어주기에는 짜증스러울 것이다. 시간표를 보고 기다리는 다음 손님을 생각하면 마음 또한 급해질 것이다. 걷기조차 힘들고 주머니 사정도 넉넉하지 않은 노인들이 택시를 불러 타고 다니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노인들이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면 인센티브로 교통비를 제공받는다고 한다. 부산에서도 시범적으로 시행한다는 말이 있다. 지자체에서 조례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적으로 실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통문화 질서도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지만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지켜졌으면 한다. 조그만 배려와 이해로 양보한다면 명랑한 사회질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고 서로 친절하고 겸손한 대화로 교통질서를 지킨다면 선진 교통문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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