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한 암반 위에 고속도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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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암반 위에 고속도로라니
  • 오마이뉴스 이재환 기자
  • 승인 2019.05.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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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리 주민 50여 명 대전지방국토관리청 항의 방문

“전문가들과 현장 둘러보겠다” 약속 받아
천태리 주민들은 지난달 29일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항의 방문했다.

평택-부여-익산을 잇는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 주변의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천태산 탄광 갱도 지역에 살고 있는 충남 홍성군 천태리 주민들은 지난 29일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날 항의 집회에는 천태2리 64가구 100여 명의 주민 중 절반 가까운 50여 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천태리 주민들은 “서부내륙고속도로 천태리 통과를 결사 반대 한다”며 집회를 벌였다. 주민들은 서부내륙고속도로가 천태산 갱도구간 및 민가 지역을 관통해 안전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 안전에 대해선 고민이 전혀 없어”
천태리 주민 A씨는 “우리도 국가를 위해 세금을 내는 국민이다. 정부는 국민이 죽든 말든 도로를 내겠다고 한다. 우리는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라고 호소했다. 주민 B씨는 “집 뒤로 불과 10미터 정도에 고속도로가 생긴다”며 “서부내륙고속도로는 민자 고속도로라서 그런지 주민들의 삶이나 안전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천태산 뒷산은 지난 1990년대 초반까지도 무연탄을 채취했다. 천태산 지하는 지금도 갱도가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최근 천태산 곳곳에서는 지반 침하 및 함몰이 진행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천태리 주민 이만규씨는 “1996년까지도 천태산 탄광에서 관리자로 일했다. 천태산 갱도구간은 어떤 형태로든 도로가 나서는 안 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피로누적으로 인한 지반 침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집회를 마친 천태리 주민들은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이만규씨는 면담 자리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토목 공법은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갱도에서 채굴 기술자로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탄(무연탄)이 있던 지역은 대체로 암반이 약하다. 망치로 쳐도 쪼개질 지경이다. 그것이 바로 역암이나 혈암이다. 천태산은 지금도 무너지고 있다. 아마도 웬만한 토목기술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공청회 때도 갱도 지역의 도로 통과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천태산 초입은 빈 공간이 너무나 많고, 그 크기도 넓다.”

주민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 제기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며 “빠른 시일 안에 전문가들과 동행해 천태산 현장을 둘러 보겠다”고 답변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부내륙고속도로 실시계약 승인은 오는 6월쯤으로 예정되어 있다. 실시계약에 대한 승인이 이루어질 경우 서부내륙고속도로 착공과 관련한 행적인 준비 절차는 모두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민원 해소 없이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을 강행할 경우, 노선 주변 곳곳에서 주민들과의 심각한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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