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순간인거야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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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순간인거야 <75>
  • 한지윤
  • 승인 2019.05.0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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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몽고증이란 트리소미형의 상염색체 이상의 1종으로 1866년 다운이란 사람이 정신박약아의 얼굴 모양이 몽고인을 닮았다고 해서 몽고증이라고 불렀다. 정식으로는 다운증후군이라고 하는 것이다.
몽고증이란, 이 병의 아이들은 눈과 눈 사이가 비정상적인 간격으로 떨어져 있고 눈 꼬리가 덜 찢어진 형태를 하고 있다. 아래 입은 벌리고 혀를 내밀고 있다. 손바닥의 크기도 작고 한 개의 손금이 가로 질러져 있다. 무엇보다도 확실한 특징으로는 신장, 체중이 모두 발육부진이 되고 지능지수도 50이하인 수가 많으나 성격이 명랑한 점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그 때였다. 부원장이 왔다고 해서인지 젊은 담당 의사가 왔다. 한 박사는 고경철 의사라고 소개를 받았다.
“다운증후군이라는 것은 잘은 모르지만 지능이 떨어진다지요?”
마테오 신부가 묻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염색체의 이상은 대개 그렇습니다.”
“그 뿐이라면 다행인 셈인데요. 농사일 같은 것은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이 아이는 어렵습니다. 쇄항이었으니까요.”
“쇄항?”
“낳을 때부터 항문이 없습니다. 항문폐쇄증이지요. 응급으로 인공항문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의사는 자기의 수완을 자랑이라도 하고 싶어선지 아기의 기저귀를 끌러 보였다. 왼쪽 옆구리에 임시적으로 만들었던 인공항문은 흉터만 남아 있었다.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만든 성형항문은 인공이라고는 생각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수술되어 있었다.
“이것이 성형항문인가요? 항문 괄약근까지 만드셨군요. 아주 정교한데요.”
신부는 감탄하고 있었다.

그것은 괄약근이 아니고 결장의 점막의 주름살에 감탄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대로 수축을 하는 항문 괄약근의 기능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쇄항이라는 것은 직장부분이 중도에서 끊어져 항문과 연결이 되지 않은 선천적인 기형을 말하는 것이다. 다 같은 쇄항이라도 아래까지 장이 내려와서 끊어진 경우도 있고 좀 더 윗부분에서 끊어진 경우도 있다. 미완성의 항문임에는 틀림이 없다. 윗쪽에서 끊어진 경우를 고위쇄항이라고 해서 이 경우에는 항문 괄약근의 흔적이 남는 일은 퍽 드물다. 어느 것이나 장을 끌어내려서 치골직장근을 건드리지 않게 결합시켜야 하는 것이다. 수술이 성공이 되어도 때로는 실금을 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지능이 낮아 몸의 부자유스러움을 자기 스스로 견제하기는 상당히 힘든 일이다.
한 박사는 의사로서 신부처럼 이 성형예술작품에 감탄하고 있지는 않았다.
부원장은 이런 한 박사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는지
“고경철 선생, 이 아이는 남자 아이?”
라고 물었다.
“남자입니다만, 보시는 바와 같이 뇨도하열이 있습니다. 학교에 갈 때 까지는 수술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에 가서도 여자 화장실을 써야 할 것이겠죠.”
의사는 이렇게 말하고 신부에게 설명을 더 해 주었다.
“이 정도의 뇨도하열이라면 수술해서 고쳐 줄 수는 있지만 평생 성행위 같은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기형의 정도에 따라서 수술 후의 기능도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렇습니까?”
신부가 대답하고는,
“코가 좀 삐뚤어진 것 같은데.”
“언청이였습니다. 결순이라고도 합니다. 그걸 붕합해서 이 정도로 되었습니다.”
“잘된 수술이군요.”
“이 아이는 결순만이 아니고 구개열도 있습니다. 콧구멍의 초입에서 입 안쪽까지 찢어져 있습니다. 생후 1년 반 정도 지나야 수술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꼭 1년 6개월입니다. 시작해도 되는데 보시는 바와 같이 이렇게 발육이 늦어서는……”
“심장은 어떻습니까?”
“좋지 않습니다. 심실중격결손증도 있습니다.”
“그 것 뿐인가요?”
신부의 목소리는 이럴 수도 있나하며 극히 놀라워하고 있는 듯했다.
“아니죠. 이 아이는 눈도 보이지 않습니다.”
“……?
“부모들이 구타했는지 갈비뼈도 부러져 있었습니다. 눈도 후천적으로 구타를 당해서 이렇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신부는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것 같은 느낌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러나 1년 6개월이나 되어도 빛에 대한 반응도 없다는 눈먼 아이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맑고 온화한 눈으로 신부를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신부는 그 시선에 견딜 수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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