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순간인거야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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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순간인거야 <76>
  • 한지윤
  • 승인 2019.05.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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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그 부모들이 과연 그랬을까요?” 이 아이를.”
“아마 그런 것 같아요. 확실한 경위는 알 수가 없으나 입원한 후에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습니다. 버리고 만 아이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가끔 여기에 옵니다만, 이런 아이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신부는 놀랐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저 쪽 방에도 심장에 질환이 있고, 다지증, 즉 육손이라는, 손가락이 6개가 달린 것 외에 또 구개파열이 된 아이가 있습니다. 증후군이니까, 기형이 여러 가지로 겹쳐 생기는 것입니다.”
“예수님 같은 아이인데요. 이 세상의 괴로움을 다른 사람 것까지 혼자 도맡아 가지고 왔으니.”
신부는 말하면서 손발을 귀엽게 놀리며 보이지 않은 눈으로 인생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참담한 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이 아이는 선천성 담도폐쇄증입니다.
그 옆에 누운 흙빛같이 검은 얼굴을 한 아이는 체격이 비교적 커 보이는 여자 아이였다.
“몇 살이지요? 이 아이는.”
신부가 물었다.
“1년 3개월입니다.”
“체격은 좋은 것 같은데. 자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혼수상태인가요?”
“지금은 잠들어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말씀대로 될 것입니다. 간 경병이 되어 가고 있으니.”
“1년 6개월인데 간경병인가요? 이렇게 발육도 좋은데.”
“출생 후 얼마 안 되어서는 오히려 젖도 잘 먹고 영양상태도 좋게 보이는 수가 많습니다. 황달도 출생 후 생리적 황달이 일단 없어진 것 같이 보일 때가 많습니다. 1개월째의 건강진단을 받으러 와서 처음 황달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 발견되는 수도 종종 있습니다. 그 엄마는 이 아이가 살빛이 검다고만 생각하고 있지요. 이런 종류의 황달은 보통의 황달과는 달라서 검은 빛을 띠게 됩니다.”
“살 수는 없을까요?”
“아마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때다. 이 아이의 어머니인 듯싶은 젊은 여자가 나타났기 때문에 하던 이야기를 중단하고 말았다. 젊은 여자는 가르마를 반듯이 가르고 감색의 스커트에 흰 색의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부원장과 한 박사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자고 있는 아이의 옆에 의자를 끌어 당겨서 앉았다.
“순동아! 순동아!”
하고 눈도 뜨지 않고 대답도 없는 아이의 이름을 두어 번 부르고 있었다. 그 어머니는 아이의 이름을 부른 것은 그 것 뿐이었다. 그녀는 조그마한 침대에 그 이상 더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나무의자를 바싹 끌어 붙이고 잠들어 있는 아이의 머리를 끝없이 쓰다듬고 있었다.
마테오 신부와 한 박사가 돌아갈 시간이 되어도 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었다.
“신부님, 한 잔 하고 싶은 기분이군요.”
한 박사는 핸들을 잡고 있는 신부에게 말했다.
“그걸 보고는 신경에 걸려서 술 생각이 나는 모양이군요.”
“아니, 나는 저런 것에는 늘 익숙해 있지요. 해산을 4,5백 정도하면 통계상 기형이 생길 때가 되었는데 하는 느낌이 들지요.”
“저런 기형은 가끔 있는 일인가요?”
“염색체 이상이라는 것은 그렇게 신기한 것이 아닙니다. 이건 산모의 나이와도 관계가 있다고 해요. 스무 살의 임신이면 1000에 하나인데 비해, 마흔다섯 살이 되면 40에 하나가 된다고 합니다.
룰렛에도 없는 확률이지요.“
“만신창이의 그 아이는 정말 예수님같은 아이였어요. 밝은 표정을 하고 있는 모양이.”
“다운증후군이란 일반적으로 그 성격은 온순하고 어릴 적에는 퍽 귀여워요. 우린 그걸 천사의 병이라 하지요. 이런 병의 아이들은 강도나 방화, 살인 같은 흉한 짓은 못하지요. 표정도 아기같이 친근감 있는 정을 나타내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 때는 귀여워도 커가면서 지능이 모자라니까, 그 부모는 점차 정이 떨어져가는 법이지요. 강아지 때는 귀여우니까 키우지만 큰 개가 되면 미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한 박사는 신부와 만나면 항상 이렇게 마음속에 있는 대로 다 털어놓는 심정이었다.

“먼저 본 그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아직 크지도 않았는데 구타를 했어요. 그렇게 온순하고 가엾은 아이를 말입니다. 그 심정이 뭘까요? 아무래도 이해가 안 가는 데요……”
“미워서 그랬겠죠. 하지만 나는 그 반대로도 생각해 봤습니다.”
“어떻게?”
“자기의 자식으로서 크게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못하니, 가령 수재인 아버지가 그 아들에게 ‘너는 바보다, 바보다.’하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기대하는 것이 없으면 그런 소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렇다면 수재이면서 교육에 열심인 그 아버지가 아들을 보고 잔소리를 하는 것은 다운증후군 아이의 늑골을 부러뜨리는 것과 같다는 뜻인가요?”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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