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곰방대 담배연기 속에 익힌 짚풀공예가 김준환 작가
상태바
자욱한 곰방대 담배연기 속에 익힌 짚풀공예가 김준환 작가
  • 황동환 기자
  • 승인 2019.07.07 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회대한민국통일명인미술대전’에서 정식 작가로 등단
김준환 작가의 짚풀공예 작품들.

시골길 어느 구석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손주들에게 도란도란 찰진 옛이야기를 풀어줄 것 만 같은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짚풀공예작가 김준환 선생(69). 소박한 그의 외모처럼 공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그의 집 근처 비닐하우스 역시 소박하기 그지 없었다.

이런 곳에서 무슨 대단한 작품이 나올까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 김 선생이 하나하나 꺼내 보여주는 작품들을 보는 순간 “볏짚으로 어떻게 이런 작품이 가능하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처음 김 선생이 만든 배낭, 핸드백, 크기별로 다양한 그릇 등을 봤을 땐 짚으로 만든 밀짚모자나 짚신을 엮는 솜씨가 다소 능수능란 정도면 가능하겠거니 여긴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다 빼곡이 정리안된채 쌓여 있는 작품들 사이에 짚으로 만든 돼지와 황소, 거북이 모양의 동물들을 발견하는 순간, 이건 솜씨가 아니라 예술이라 불러 마땅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렇게 김 선생의 작품 세계에 넋놓고 푹 빠져있을 즈음, 김 선생은 무언가 새로운 작품을 제 눈앞에 펼쳐보였다. 그것은 바로 저고리와 치마다. 짚으로 옷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옷조차 메인이 아니었다. 그는 현재 집에서 어마무시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돼지, 소, 거북이 같은 동물을 만드는 시간이 비교적 많이 걸립니다. 이틀 정도… 지금 집에서 이순신 장군 갑옷을 만들고 있는데, 매년 아산에서 열리는 은행나무축제 때 런웨이 공연에 출품할 작품입니다. 아직은 미완성입니다.”

오는 10월 아산 런웨이에 출품할 이순신장군 갑옷을 입고 있는 김준환 선생.

김 선생은 초등학교 졸업 후 다른 친구들은 학교에 갔지만 농사를 지으라는 집안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서당을 다녔다고 한다. “전반기 수업료로 통보리 다섯말 후반기는 벼 다섯말이었어요. 어르신들이 농사일 하라는 바람에 그나마 다니던 서당도 다니지 못하고 집에 머무르는데, 저녁에 뭐하겠어요. 사랑방에 어르신들이 모여 곰방대 팡팡 피워대는 담배연기 자욱한 속에 짚엮는 거 보면서 손바닥 피나도록 짚을 엮었죠. 어르신들한테 짚풀 엮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는 대목장이기도 하다. 젋었을 때 목수로 현장을 쫓아다니다보니 홍성 밖에서 주로 활동하다 커가는 아이들 때문에 다시 홍성으로 돌아와 기능직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정년퇴임 했다.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도 짚을 손에 놓지 않았고 틈틈이 작품을 만들며 충남도 공예전에 출품해 특선에 오르기도 했다. 정년퇴임 후 시간이 많아진 그는 본격적으로 짚풀공예에 뛰어들었고, 작년에는 ‘제1회 대한민국통일명인미술대전’에 출품해 정식으로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지금 본격적인 작가로서 활동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리고 현재 국내에서 김 선생처럼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은 70명정도라고 한다.

“작품활동은 매주 일요일 아산에 공방에 가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홍성에 공방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공방을 만들겁니다. 처음엔 홍성읍쪽을 봤는데 여건이 좋지 않아 저희 집 근처 비닐하우스 한쪽에 공방을 만들고, 여기에 그동안 만든 작품들을 전시할 계획입니다.”

김 선생은 색깔을 넣어서 다채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천연그대로 색깔을 찾아 맞춘 컬러풀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범인의 눈엔 경지에 올랐을 것처럼 보이는 그의 예술세계의 끝은 어디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