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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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고
  • 편집국
  • 승인 2007.11.0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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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정의는, 정의를 내리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하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인 신영복 선생이 사랑에 대해 내린 정의가 가장 설득력 있게 다

▲ 김덕수교수
가온다. 더욱이 감옥이라는 극도의 폐쇄공간에서 절망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관장하는 ‘사랑’에 대한 성찰省察이기에, 그 맛은 마치 한겨울 밤에 먹는 동치미 국물과 같다.

사랑이란 생활의 결과로서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한 번도 보지 않은 부모를 만나는 것과 같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는 까닭도 바로 사랑은 생활을 통하여 익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를 또 형제를 선택해서 출생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랑도 그것을 선택할 수는 없다. 사랑은 선택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사후事後에 서서히 경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처럼 쓸데없는 말은 없다. 사랑이 경작되기 이전이라면 그 말은 거짓말이며, 그 이후라면 아무 소용없는 말이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이 평범한 능력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다. 따라서 문화는 이러한 능력을 계발하여야 하며, 문명은 이를 손상함이 없어야 한다.
신영복 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p.22 인용

사랑은 그 종류 또한 매우 다양하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부부간의 사랑, 형제간의 사랑, 연인간의 사랑, 스승과 제자간의 사랑, 상사와 부하간의 사랑, 직장 동료간의 사랑, 이웃간의 사랑, 치사랑(손윗사람에 대한 사랑), 내리사랑(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사랑) 등등. 그러나 이처럼 다종다양多種多樣한 사랑도 그것을 하나로 꿰뚫는 공통의 법칙이 존재한다.

▶사랑의 법칙
첫째, ‘사랑은 고통의 연속을 통해서 피어나는 시련의 장미’라고 노래한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랑은 공짜로 얻을 수 없다. 사랑은 봄철 파종播種에서부터 가을철 추수에 이르기까지 온갖 노고를 아끼지 않는 농부의 마음으로 열심히 가꾸고 보살펴야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별다른 수고 없이 덤으로 얻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또 그런 사랑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곧바로 식어버리는 특성이 있다.

둘째, 신장 기증의 릴레이식 사랑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게 하는 선순환善循環적 가치를 지니며, 삭막한 사회에 온기溫氣를 불어넣는 온풍기 역할을 한다.

셋째,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게 사랑이며, 사랑은 기존의 인간관계를 보다 더 따뜻하고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다. 윤활유가 기계의 마모를 막아주며 기계 작동에 따른 소음을 줄여주듯이, 사랑 또한 감정변환 모드를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방향으로 작동시켜 인간관계의 폭과 깊이를 더해준다.

넷째,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다. 미움은 남에게 얄미운 짓을 하는 사람보다 남을 미워하는 사람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는 고약한 속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래서 남을 미워하는 것은, 곧 자신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가령, 미운 마음에서 남에게 손가락질을 하면 작은 손가락 3개가 자신을 향해 있다는 점이 그것을 시사해준다. 따라서 우리는 정신 건강과 심적 평화를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이제 사랑은 자신과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생활 속의 민방위’라고 정의해도 무방할 것 같다.

다섯째, 현대 사회는 뒤처진 사람들을 위한 완충지대를 제대로 구비해 놓고 있지 않다. 오직 사랑만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사랑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애착과 용기를 갖게 함으로써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 부자와 가난한 사람, 장애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여섯째, ‘사랑하는 두 사람에겐 바늘구멍도 좁지 않지만, 서로 미워하면 드넓은 세상도 한없이 좁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미움이 상대방의 단점만 보게 한다면, 사랑은 그와 정반대로 장점만을 보게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또 ‘양귀비처럼 미인이고, 신사임당처럼 현명하며, 시골 아낙네에서 느낄 수 있는 푸근한 성격의 아가씨를 아내로 삼고 싶은 사람은 3명의 처녀를 동시에 탐내는 것과 똑같다.’는 얘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사랑만이 불완전한 사람을 완전한 인간으로 바꿔주는 능력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사랑의 법칙 6가지 중에서 필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것으로 다가오는 것은 ‘노력을 통해 피어나는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사랑 속에 잠복해 있는 감동의 바이러스는 전염성 측면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훨씬 능가한다.
이미 우리는 신장 기증에 따른 릴레이식 사랑을 여러 차례 목격한 바 있다.
어떤 분이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자기 남편에게 신장을 기증하자, 그에 감동한 아내가 자신의 신장을 다른 환자에게 선뜻 기증해주는 훈훈한 인간애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김덕수 교수 약력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박사

-한국증권거래소 조사부

-고려대학교 강사

-KAIST 경제분석연구실 선임연구원

-일본과학기술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중등임용고사 출제위원

-국무총리실 소속 산업기술연구회 정부출연연구소 기관평가위원

-자유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장

-대구교통방송 경제해설위원

-공주대학교 기획연구부처장 역임

-공주대학교 교수회장 겸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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