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恕)의 법칙(法則)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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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恕)의 법칙(法則)2부
  • 편집국
  • 승인 2007.10.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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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恕)와 인간의 운명

≪조용헌 살롱≫이라는 책을 보면, 사람의 팔자를 바꾸는 6가지 비방을 접할 수 있다. 조용헌은 적선積善, 눈 밝은 스승明師과의 만남, 명상, 명당 터 잡기, 독서, 명리命理에 대한 이해 등이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필자의 눈에는 이런 6가지 비법이 모두 서恕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 김덕수교수 공주대학교 교수회장 겸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재직
눈 밝은 스승과의 만남이나 적선은 서恕에 기초한 겸손한 자세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 명상과 독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내적 성찰과 수행을 독려하고, 명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부질없는 과욕을 자제함으로써 서恕의 마음을 한층 심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명당 터에 음택(陰宅; 묘터)과 양택(陽宅; 집터)을 마련했다는 것은, 이미 서恕를 실천함으로써 조상들과 이웃들로부터 신뢰와 칭송을 충분히 받고 있다는 증거다. 왜냐하면 명당 터의 확보는 조상과 이웃들의 아낌없는 협조와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들이 일상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최고의 서恕는 용서容恕다. 용서란, 많은 정신적 고통과 갈등이 수반되는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입은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플러스적인 발상으로 그것의 치유를 위해 적극 나서려는 용기가 수반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용서를 하면, 용서 받는 사람보다 용서해주는 사람에게 더 많은 축복이 내려진다. 용서를 거부하면 마음의 상처가 새록새록 돋아나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지만, 용서를 허락하면 심리적인 안정감으로 마음의 상처를 말끔하게 지워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지갑 속의 여유 돈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용서라고 생각한다. 잘못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용서가 함께 하는 한, 기존의 인간관계는 마치 100년산 포도주처럼 깊고 그윽한 향기를 내뿜으며 원숙한 경지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이처럼 서恕에 기초한 용서와 화해는 타인은 물론 자신의 운명까지 밝은 모습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

부부 사이에도 서(恕)가 필요하다!

옛날에는 신랑과 신부가 맞선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양쪽 집안의 아버지가 주막집에서 대포 한잔을 나누다가 사돈을 맺자고 의기투합하면 그것으로 결혼이 성사되곤 했다. 이처럼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신랑 신부가 혼례식장에서 처음 맞대면을 하고도, 그분들은 한결같이 백년해로百年偕老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왜 그들이라고 서로에 대한 불만과 갈등이 없었겠는가?
더구나 옛날 남성들의 횡포는 지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남성들은 첩을 두어 여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시도 때도 없이 칠거지악七去之惡을 들먹이며 ‘종부從夫의 도道’를 강요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당시의 여성들은 TV드라마 ≪아씨(1970년대 장안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드라마였다.)≫에 나오는 조선의 여인답게 서恕의 정신으로 지아비의 허물을 포용하며 자신의 주체적 인생이 아닌 종부로서의 희생적 삶을 사셨다. 그들이 입었던 넓은 치마가 곧 서恕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결혼 전에 충분히 사귀어보고 나서 시집 장가를 가는데도 불구하고 이혼율이 매우 높다. 이는 전적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포용정신이 옛날 사람들에 비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작고한 구상(1919~2004) 시인은 어느 지인知人이 혼주인 결혼식장에서 “아름다운 오해에서 시작되어 참담한 이해로 끝나는 과정이 결혼이라지만, 그 참담한 이해의 과정에 서로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실려야만 오랜 세월을 참고 견뎌낼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주례사를 했다고 한다.

이는 참담한 이해의 과정에서 부부가 연민의 정으로 ‘서恕’라는 소프트웨어를 작동시켜야만 적어도 가정이 깨지는 파국破局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카오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진리 중의 진리라고 생각한다.

 

김덕수 교수 약력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박사

-한국증권거래소 조사부

-고려대학교 강사

-KAIST 경제분석연구실 선임연구원

-일본과학기술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중등임용고사 출제위원

-국무총리실 소속 산업기술연구회 정부출연연구소 기관평가위원

-자유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장

-대구교통방송 경제해설위원

-공주대학교 기획연구부처장 역임

-공주대학교 교수회장 겸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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