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마음이 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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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한 마음이 보배다
  • 김종성(충남도교육감)
  • 승인 2010.02.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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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30년 전 청년교사로 있을 때 일이다. 내 옆에는 연세가 지긋하신 선생님이 계셨다. 그 선생님은 언제나 허름한 옷을 입고 계셨고 수염도 가끔은 덥수룩했다. 어느 날 말끔한 학부모네가 흰 봉투를 놓고 가려 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아주 엄격하게 호통을 치며 거절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삶은 고구마나 옥수수 등을 가져 오면 참으로 좋아했다. 지금도 그 선생님은 내 마음의 표상이다.

공자의 생일 때 있었던 일이다. 제자들이 돈을 모아 선물을 마련했다. 선물은 순금으로 된 금잔이었다. 제자들은 자랑스럽게 스승에게 선물을 드렸다. 그러자 공자는 거절하는 것이었다. 제자들은 선물이 적어서 그러한지 송구해서 까닭을 여쭈었다. 공자의 대답은 명쾌했다. '그대들에게 보배는 금잔이지만, 나에게 보배는 남이 주는 물건을 함부로 받지 않는 청렴한 마음이라네. 이 금잔보다 나는 마음의 보배를 더 사랑한다네. 그러므로 나는 금잔을 받을 수가 없다네.' 제자들은 하는 수 없이 금잔을 싸들고 나서야 했다. 공자야말로 시공을 초월해서 인류의 스승이다.

좋은 물건이 있으면 취하고 싶고 좋은 집에 살고 싶으며 많은 돈을 지니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그러한 마음을 이기는 것이야말로 청렴한 사람이다. 무릇 사람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하였음에도 분수를 지키며 겸손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당히 노력하고도 큰 결과를 기대하면서 도리와 분수를 넘어서는 욕심 때문에 낭패를 보는 사람들을 본다.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계에 있어서는 더욱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된다. 남의 스승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맑아야 한다. 교육행정에 있어서도 투명성이 있어야 하고 교육가족의 신뢰와 인정이 있어야 한다.

글로벌시대에 OECD 회원국으로서 우리가 국제사회의 신실한 파트너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품격 높은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국가 청렴도다. 국가 청렴도는 개인의 도덕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개인의 도덕성은 교육에서 길러져야 한다. 백년대계를 이끄는 교육계의 도덕성이 중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삶의 도덕률을 높이는 평생교육을 받아야 하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의 올바른 본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도덕성의 기본이 청렴이다.

옛날 황희 정승은 영의정의 고귀한 신분에도 불구하고 낡은 초가에서 비오는 날에는 방안에서 우산을 받쳐 쓰고 책을 읽었다. 어느 강직한 선비는 추운 한겨울에 불도 안 땐 차가운 방에서 '추위 이 녀석 두고 봐라 해동(解冬)이 되고 나서도 나를 이길 수 있을까!' 하면서 꼿꼿하게 책을 읽었다고 한다. 깨끗해서 없는 것은 혼탁해서 있는 것보다 낫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부정한 것이다. 부정은 언젠가는 반드시 드러나므로 항상 멀리 하고 버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살다 보면 노력 없이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지기도 한다. 공자는 청렴을 지키는 것을 결기(潔己)라고 표현했다. 자기 몸을 결백하게 하는 것이다.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할 때에 먼저 돈을 물속에 던져서 물 값을 갚는다는 말을 '음마투전(飮馬投錢)'이라 한다. 옛날 선비들이 말에게 강물을 마시도록 한 뒤에, 강물이라도 공짜로 먹이는 것이 싫어서 그 값으로 강물에 동전을 던졌다는 이야기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것은 훌륭한 정신이 아닌가? 개인은 노력한 만큼만 받으려 하고, 사회는 개인에게 노력한 만큼 되돌려주는 제도를 정착시킨다면, 그런 개인은 행복하고 그런 사회는 아름다워질 것이다. 청렴한 마음과 행동이야말로 이 세상에 가장 보배다운 보배다.

경인년 새해, 새 학기를 준비하는 충남의 2만 4천 교직원 여러분의 결기(潔己)로 우리 충남교육행정이 올 한해 대한민국 최상위 청렴도에 오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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