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지역사회가 하나되면 작은 학교 살릴 수 있다
상태바
학교·지역사회가 하나되면 작은 학교 살릴 수 있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04.05 1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은 학교가 농촌의 희망이다 <3>

광남초등학교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오는 2012년까지 학생 수 50명 이하인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지역 내에서도 소규모학교 8개교가 통폐합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농산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위주의 농촌교육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정책 전환과 함께 농촌 학교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등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가 살아있고,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야 말로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 희망이 있다는 반증이고, 꿈을 잃어버렸던 농촌에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에 작은 학교를 농촌의 새로운 희망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학교들의 우수사례를 통해 그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광남초등학교 전경. 광남초 학생들이 식목일을 맞아 나무를 심고 있다.(왼쪽부터)

광남초등학교(교장 한석천)는 광천 토굴새우젓의 원산지 광천읍 옹암리에 위치하며 예전 서해안 상권을 좌우하던 곳에 위치해 있다. 지금까지 39회 총 197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광남초등학교는 한때는 전교생이 800여명에 이르며 1970년 덕명초등학교 옹암분교장에서 광남초등학교로 승격되었다. 2007년도에는 전국 100대 교육과정에 응모해 전국 15개 시도 초중고 300여 학교 중 30개 최우수 학교 안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2008년도에는 취학아동이 단 한명도 없었고 2009년 5명, 2010년 4명으로 현재 3학급에 전교생 21명인 작은 학교가 되었다. 이에 2004년 도교육청 과소규모 학교 통폐합정책에 따라 학생수 100명이하의 학교와 복식수업을 하는 학교 20개를 대상으로 한 통폐합대상학교가 되었으나 총동창회의 통폐합 반대집회 등으로 유보되었으며 2007년부터 또다시 적정인원 50명이 안돼 통폐합 대상학교가 되었으나 학부모의 반대로 유보됐다.

이러한 가운데 광남초는 통폐합과 무관하게 내실있는 교육과정운영과 오로지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려는데 최선을 다하며 작지만 옹골찬 학교로의 희망의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석천 교장은 "작은학교를 살리겠다는 취지보다는 농촌의 작은학교이다 보니 여러 가지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소외된 아이들이 많다. 그 아이들에게 좀 더 큰 포부를 갖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뿐"이라며 "아이들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결국엔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작은 학교를 살리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한 학교와 가정, 지역을 이어주는 울타리 역할

 

 

 

 

 

 

▲ 동문들이 기증한 급식실의 식탁과 의자.
실제로 광남초는 농․축산업 및 노동종사자가 많은 지역적 특성상 맞벌이 가정, 한 부모 가정, 조부모 가정,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대부분이기에 가정에서의 돌봄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방과 후 학교와 해넘이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기초․기본학력 정착을 위해 학습부진아에 대한 맞춤형 개별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해넘이 교육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력신장 외에 돌봄 교육에 중점을 두고 실시되고 있다. 방과 후 가정에서의 돌봄 역할을 학교가 대신해 주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은 수업이 끝난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의 숙제와 기초과목에 대한 보충지도를 해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초학습부진아였던 6학년 학생 2명을 전 교사들이 집중 지도해 수준을 높여 중학교에 진학시키기도 했다. 또한 로봇, 영어, 미술교실 등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고 저녁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즐길 수 있는 휴식 시간을 마련해 자칫 가정 내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 방치될 수도 있는 부분을 해소해 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해넘이 교육이 끝나면 택시업계와 운송계약을 체결해 학생들의 귀가를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식위주의 교실교육에서 탈피한 웰빙체험, 문화․예술체험, 수상안전, 아이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연극, 뮤지컬 공연 등을 보여주는 도시문화체험, 빙상 체험 등 다양한 글로벌 문화체험 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제반 소요되는 경비는 전액 학교교육비로 지원해 학부모들에게 주어지는 부담은 전혀 없다. 특히 웰빙체험학습은 등산, 목욕, 식사로 이뤄져 유적지 탐사 또는 등산 후 교사들과 함께 목욕을 하며 사제지간에 서로 등을 밀어주고 고학년 학생들이 저학년 동생들을 닦아주는 등 학생들에게 한 가족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주고 있다.

한석천 교장은 "외부에서 보는 측면으로는 광남초가 단지 작은학교에 불과하지만 작은학교이기에 이러한 해넘이 교육, 체험학습 등이 가능한 것"이라며 농촌학교를 살리기 위한 대안에 대해 "작은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인식개선과 함께 우선적으로 옹암포가 활성화되고 김장젓갈을 이용한 김치공장 등이 유치되면 지역에 젊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생활터전이 자연스레 마련돼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학년과 5학년을 지도하고 있는 이충연 교사는 "광남초는 학생 수가 적다보니 사회적 관계 형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고학년과 저학년, 같은 반 친구들끼리 한데 어울려 전체적으로 협동심이나 사회적인 관계가 큰 학교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이상으로 채울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지역주민들의 교육, 문화, 삶의 공동체를 이루는 하나의 중요한 마당이 학교이다. 농촌의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교육공동체들의 노력이 중요하고 교육 환경에 대한 주변여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한석천 교장. 이충연 교사. 광남초 4회 졸업생 현병기 씨. 광남초의 다양한 글로벌 문화체험.

동문들의 모교 위한 열정이 작은 학교 희망의 꽃 피운다

광남초의 이러한 교육과정에 동문들은 물심양면으로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 2008년에는 모교의 급식환경 개선을 위해 총동창회는 식탁과 의자 4인용 18세트를 기증했다. 또한, 4회 졸업생들은 매년 졸업식에서 졸업생 한명당 장학금 10만원을 전달하고 있으며 7회 졸업생들은 재학생을 늘려 통폐합을 막겠다며 <동문 자녀 모교보내기>에 앞장 서고 있다. 또한, 체험학습 시 학생들의 관람 및 중식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기도 했다. 여기에 4회 졸업생 현병기(49세·한국과학영재콘텐츠협회 사무총장)씨는 매년 학기 중 매주 월요일 학교를 찾아 로봇과학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방학 중에는 운영하고 있는 학원을 휴원한 채 서울로봇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로봇캠프를 운영해 모교의 후배들이 유능한 과학도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고 있다. 해서 현병기 씨의 가르침을 받은 광남초 아이들은 IRC로봇대회에 출전해 초등부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병기 씨는 "농촌지역이다보니 아이들이 로봇을 접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해 이해력이 많이 떨어지지만 금새 몰두하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다"며 "모교가 폐교위기에 처해있지만 할 수 있는 날까지 후배들을 위해 로봇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