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맞닿은 곳에 병원과 자연과 음악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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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맞닿은 곳에 병원과 자연과 음악이 만났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06.11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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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원, 자연친화적 공간으로 '변모'
의료원 내 하늘정원, 휴식공간으로 큰 호응

홍성의료원(원장 신덕철)에 조성된 하늘정원이 환자와 보호자, 내원객들에게 자연친화적이며 개방된 휴식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병원에 입원한 환자나 내원객들이 매점 앞 간이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병원 복도에 마련된 긴 의자가 유일한 휴식처였다. 하지만 하늘정원이 조성된 후 하늘이 보이는 자연공간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은 담소를 나누거나 차를 마시는 등 휴식공간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갑갑한 병실에서 지내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병원 안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신덕철 원장의 배려로 병원 특성상 공간마련이 쉽지 않은 점과 몸이 불편한 환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원을 생각하다 만들어낸 것이 하늘정원이다. 584.88㎡ 규모의 3층 테라스에 바닥은 나무로 된 방부목을 깔아 환자들이 넘어져도 부상을 입지 않도록 했다. 또한 조경사업비 2700만원을 투입해 소나무와 단풍나무로 그늘을 만들고 화살나무, 반송, 나팔꽃, 국화, 코스모스 등 20여 가지의 나무와 꽃으로 가꾸어져 있으며 그 아래에는 원목으로 만들어진 벤치와 탁자가 곳곳에 비치되어 있어 벤치에 앉아 있으면 마치 작은 공원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기에 병실과 곧바로 연결되어 있어 몸이 불편한 입원환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환자와 내원객들이 편리하게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덕철 원장은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다 보니 환자의 입장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며 "하늘정원으로 인해 환자들이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심신의 피로를 달래줘 치료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소년들이 여는 작지만 큰 사랑의 음악회
청로회·자원봉사센터, 환자 위한 작은 음악회

어디선가 들려오는 흥겨운 멜로디에 이른 저녁을 먹은 환자들은 저마다 링거 병을 하나씩 걸은 채 휠체어를 타고 의료원 야외에 마련된 하늘정원에 나와 자리를 잡는다. 환자들 뿐만 아니라 보호자들도 일부러 병원을 찾은 듯한 일반인들도 더러 눈에 띈다.

지난 5일 오후 6시. 청로회 고등부 학생들과 홍성군자원봉사센터에서 환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마련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통기타 소리에 맞춘 신나는 노래 소리, 그리고 박수소리와 함께 한데 어우러진 흥겨움이 가득한 <사랑의 작은 음악회>에서는 색소폰·통기타 연주에 이어 뇌성마비 연주자 엄일섭 씨의 코연주, 청로회 고등부 학생들의 노래와 바이올린 연주, 광천고 사랑나눔 봉사단의 합창 등 다양한 공연들로 진행됐다. 특히 뇌성마비 장애인 엄일섭 씨가 코로 키보드를 연주하는 모습은 환자들에게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용기와 사랑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농사일로 갈비뼈를 다쳐 입원한 전희수(65·구항) 씨는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한 작은 음악회가 갑갑한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들에게 마음에 안정을 주니까 아무래도 회복이 빠를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청로회 고등부 학생들은 "음악회를 보며 너무 좋아하시는 환자분들과 보호자들을 보니 마음이 뿌듯하다"며 환자들의 빠른 쾌유를 빌었다.



하늘과 맞닿은 곳에 병원과 자연과 음악이 만났다
코 끝으로 전하는 희망의 멜로디


홍성의료원에 위치한 하늘정원에 울려 퍼진 해바라기의 <사랑으로>의 아름다운 선율은 다름아닌 뇌병변장애 1급인 엄일섭(47)씨가 코끝으로 하는 키보드연주에서 나온 천상의 멜로디였다.

지난 5일 병상의 환자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홍성의료원을 찾은 엄 씨는 환자들의 빠른 쾌유를 빌며 희망의 멜로디를 선사했다. 이를 지켜본 환자들은 저마다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감동적인 연주에 푹 빠져들었다.

이날 모든 이에게 희망을 가득 안겨준 엄 씨는 생후 8개월때부터 뇌성마비 증상으로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살아왔다. 그런 그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연주가로 우뚝 선 것은 1993년부터였다. 구멍가게에서 풀빵을 구워 팔며 자식의 병을 고쳐보겠다고 치료를 위해 엄 씨를 업고 다녔던 어머니가 연로해지고 더이상 엄 씨를 돌보는 일이 힘에 부쳐 대전의 장애인공동체인 소망의 집에 엄 씨를 머물게 했다.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되는 슬픔을 가눌 길이 없었던 엄 씨는 신체 중 유일하게 경련을 일으키지 않는 코 끝으로 키보드 건반을 눌러서 연주를 시작했다. 이후 수 차례 좌절을 하면서도 희망을 갖고 하루 10시간씩 맹연습을 한 덕분으로 엄 씨는 비록 코로 하는 연주지만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엄 씨는 교회와 각종 행사에서 700여회 연주와 96년과 99년에는 캐나다 공연을 다녀왔고 2003년 겨울에는 미국을 순회하며 100여 곳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또한 관내에서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라면 먼 길도 마다않고 달려왔으며 KBS, MBC, SBS 등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일명 코보드 연주자로 알려지게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엄 씨는 2003년 중입 검정고시에서 대전지역 수석을 차지한 데 이어 중등반으로 올라가 2004년에는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2006년에는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해 2007년부터 2년간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이수한 결과 2급 사회복지사가 됐다.

엄 씨는 "살아가면서 매일 부딪치는 환경에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무엇인가를 할 수 있고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모든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서 행복하게 웃을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어눌한 말투지만 밝은 목소리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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